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3. 페마 다키-상

금융전문가에서 서양 출신 첫 부탄 여성 출가자로 새 삶

출장중 괴한들에 인질로 잡힌 후
트라우마 극복 못하고 결국 사표
라마승 영향을 받아 불교에 귀의

금융전문가의 길을 접고 여성 출가자 된 페마다키.
금융전문가의 길을 접고 여성 출가자 된 페마다키.

엠마 슬레이드(Emma Slade)는 자기 자신이 종교인의 삶을 살 거라고는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다. 아르마니 정장과 신발을 신고 출근해 하루에 수십억 달러의 돈을 관리하던 그는 투자 금융 회사에서 고위직에 있었다.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그는 홍콩에 있는 펀드 회사에 취직했고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아 런던 본사로 발령받아 투자 금융 전문가로서 탄탄대로를 걷게 된다.

엠마 슬레이드는 1966년 영국 남동부 켄트 위치한 위트스터블 마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그가 대학을 졸업하던 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 딸이 금융인으로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아버지의 죽음은 인생 최대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집안을 책임지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홀로 남은 어머니를 위해 생계를 꾸려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그렇게 금융인으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다.

홍콩 지사에서 근무하던 엠마 슬레이드는 1997년 9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출장을 갔다. 그가 머물던 호텔에 몇몇 괴한들이 총을 들고 잠입했고 그는 인질로 잡혔다. 괴한들이 잡히고 우여곡절 끝에 사건이 마무리돼 무사히 홍콩으로 돌아왔지만 사건의 충격과 후유증으로 엄청난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 끔찍한 불면증에 시달리며 스트레스와 공포에 시달리던 그는 런던 본사로 발령을 받아 다시 영국 땅으로 돌아왔다. 새로운 직업 환경에 적응하는 동시에 사고 후유증을 치료하던 그는 결국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채 회사에 사표를 낸다. 그리고 그리스에서 휴가 중 우연히 요가와 명상을 접하면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게 된다.

그리스에 머물면서 그는 숨 가쁘게 살아왔던 삶을 뒤돌아볼 여유를 갖게 됐고 지금껏 살아온 물질주의자이자 순응주의자로서의 삶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새롭게 배우기 시작한 요가와 명상은 그가 사고 이후 지니고 살았던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덜어내는 데 큰 도움을 주었고 그의 몸과 마음은 하루가 다르게 점점 나아지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죽음을 눈앞에 둔 순간을 경험한 이후 줄곧, 그는 인생에서 더 큰 의미와 목적을 찾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새롭고 긍정적인 삶을 살겠다는 생각으로 불교로 눈을 돌리게 된다.

혼자 책을 보며 불교를 독학하던 그는 2003년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불교 학술회의에 참석하면서 본격적인 불교 활동을 시작한다. 불교에 귀의한 엠마 슬레이드는 그날로부터 8년 후, 부탄에서 서양인 출신 여성으로는 최초로 스님이 된다. 어느 날인가 그의 친구가 이렇게 180도 바뀐 그의 삶에 대해서 질문하자 엠마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나는 인생에 있어서 평온한 마음과 깨끗한 정신을 갖기 위해 수양하는 것이 내 인생에서 그 어떤 것들보다도 우선시 돼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

사실 그가 이렇게 불교에 귀의하게 된 데는 그가 만났던 한 라마승의 영향이 컸다. 그에게 근본적인 불교 철학을 지도하고, 명상과 수행을 병행하며 그를 지도한 라마승은 스승이 되었고 그에게 ‘연꽃 봉우리’라는 뜻을 지닌 ‘아니 페마 다키(Ani Pema Daki)’라는 법명을 내렸다. 부탄에는 2018년 현재 388개의 불교 학교이자 사원이 있고 7240명의 스님과 5149명의 여성 스님이 거주하고 있다. 이런 불교의 나라 부탄에서 그는 불교 지도자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1466호 / 2018년 11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