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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과 마주하다

  • 문화
  • 입력 2018.11.29 20:58
  • 수정 2018.11.29 21:04
  • 호수 1467
  • 댓글 1

국립중앙박물관 ‘대고려’ 특별전
12월4일 개막…역대 최대 규모
영국박물관 등 45개 기관 동참
불교·왕실·일반문화 한 자리에
“우리 정체성 돌아보는 계기”

‘대방광불화엄경 수창 연간판’, 고려 1098년, 해인사 소장.

2018년 한해 고려 건국 1100주년을 기념한 다양한 자리가 전국 곳곳에서 마련된 가운데 그 마지막 무대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펼쳐진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은 12월4일 특별전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을 개막한다. 대고려 특별전은 과거 장르별 전시와는 달리 고려 미술을 종합적으로 고찰할 수 있도록 규모와 질적인 면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된다. 국립박물관 소장 유물뿐 아니라 해인사, 삼성미술관 리움, 호림박물관, 간송미술문화재단 등 국내 34개 기관을 비롯해 영국박물관,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도쿄국립박물관 등 4개국 11개 기관 등 총 45개 기관에서 고려 문화재 450여점을 출품했다.

‘아미타여래도’, 고려 14세기, 이탈리아 동양예술박물관 소장.

고려가 주변 나라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이뤄낸 찬란한 문화적 성취를 살펴보는 이번 특별전은 여행하듯 길을 따라 네 가지 이야기가 펼쳐진다. 첫 번째 이야기는 ‘고려의 수도 개경’에서 출발한다. 이곳에선 밖으로 열려 있던 사회, 고려의 바다와 육로를 통해 드나든 다양한 물산과 교류 양상을 살펴본다. 특히 ‘최상의 아름다움, 왕실 미술’은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다채롭고 화려한 문화유산을 볼 수 있다. 고려 왕실은 회화, 금속공예, 나전칠기, 자기 등 당시 최고급 소재로 새로운 차원의 문화가 창조시킨 최대 후원자였다.

모든 물류가 모이는 개경의 번성함을 지나면 두 번째 이야기 ‘고려 사찰로 가는 길’과 만난다. 고려시대는 불교와 유교, 도교 등 다양한 사상이 평화적으로 공존했다. 이 가운데 국교라는 큰 지지기반에서 이룩한 불교문화는 정점을 이루며 이후 1100년 동안 다양한 방면에서 찬란한 여정을 보여줬다. 특히 고려는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만들어낼 만큼 오랜 출판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대장경은 불교의 성전이라는 신앙적 의미뿐 아니라 지식을 체계화하고 소통하고자 했던 인류의 지혜가 담겨 있다. 대장경판이 봉안된 해인사 장경판전은 진리를 향해 나아간 당대의 노력을 보여주는 거대한 도서관이다.

‘청자 주전자와 받침’, 고려 12세기, 영국 피츠윌리엄박물관 소장.

고려 불상과 불화를 만나는 순례여행도 준비했다. 신앙의 중심인 불상과 불화에도 고려 문화의 독자성과 다원성이 나타난다. 지역에 따라 다원적으로 전개된 고려의 불상, 불상 내부에 납입된 복장물과 섬세한 직물은 동북아시아 불교의례의 수수께끼를 풀어줄 중요한 퍼즐이다. 청양 장곡사 약사여래좌상은 천 명이 넘는 승속(僧俗)이 함께 발원한 고려의 대표 보물이다. 10미터가 넘는 발원문에는 삶에서 병마가 비껴가기를 기원했던 700년 전 고려인들의 바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3부는 ‘차가 있는 공간’ 고려의 다점(茶店)이다. 참배객의 순례길은 어느 사찰 입구에 있었을 법한 다점으로 이어진다. 차는 국가와 왕실, 사찰의 각종 의례와 행사 그리고 고려인의 삶 속에 언제나 함께 존재했던 문화다. 다점에는 고려의 수준 높은 지식과 문학, 예술 그리고 다양한 향유 계층을 만날 수 있다. 차를 마시던 공간에서 바라보았을 경치와 귓가를 스쳤을 소리, 실제 차를 덖는 향기를 전시 공간에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금동십일면천수관음상’, 고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마지막 여행지는 ‘고려의 찬란한 기술과 디자인’이다. 고려의 문화는 도전의 역사다. 뛰어난 기술을 지녔다면 외국인이어도 국가가 주도한 공장에 일할 수 있었던 포용적 기반에서 고려의 찬란한 예술세계가 꽃필 수 있었다. 고려청자가 당시의 신기술에 대한 고려인의 도전을 보여준다면, 정교하고 섬세한 고려불화의 아름다움과 나전칠기의 치밀함은 끊임없는 도전이 이뤄낸 예술의 정점이다. 고려인들은 기술과 미감, 취향의 교류와 융합을 통해 뛰어난 예술품을 만들었다. 그 결과 한국문화는 더욱 풍부해지고 개성 넘치는 또 하나의 전성기를 이루게 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고려 건국 1000년이 되던 1918년은 일제강점기였기에 이번 1100주년이 갖는 의미가 각별하다”며 “고려가 이룬 창의성과 독자성 그리고 통합의 성과와 뛰어난 예술성은 우리 안에 흐르고 있는 또 하나의 유전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날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가 우리의 중세 왕조 안에 갖춰져 있기에 대고려전은 2018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매우 의미 깊은 전시”라며 “고려의 예술세계를 통해 고려가 이루었던 문화적 성취를 만나고 오늘날의 우리를 형성한 정체성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은제 금도금 표주박모양 병과 은제 금도금 환(環)’, 고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한편 국립중앙박물관은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에 따른 전문가 초청 학술강연회를 12월20일, 1월10일, 1월24일, 2월14일 대강당에서 개최한다. 대고려전은 내년 3월3일까지 계속된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467호 / 2018년 12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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