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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포교당 활개에 무너지는 불교위상

  • 교계
  • 입력 2018.11.30 20:30
  • 호수 1467
  • 댓글 12

전북 유사포교당 수십 곳 활개
생필품 선물하며 노인들 현혹
“천도재 해야 집안·자손 잘 돼”
‘대한불교조계종’ 명의 도용
불사금 명목으로 할부대출도
자식들에 불법 연대보증까지

대한불교청년회 전북지구와 조계종 포교사단 전북지역단은 전주불교연합회와 합동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하며 유사포교당의 철수를 촉구했다.

 

“어머니 통장에서 ○○캐피탈회사로 돈이 출금되었습니다. 확인해보니 사찰과 제휴를 맺은 캐피탈 회사에서 불사금으로 1000만원 가량을 대출 받아 이를 할부로 상환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심지어 아들까지 연대보증인으로 올라있었습니다.”

최근 본지에 제보된 담양 야탑사 소속 유사포교당 피해자의 사례는 불교를 내세워 불자들을 유혹, 금품을 갈취하는 유사포교당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사포교당은 지난 2015년 공중파방송의 시사프로그램이 다룬 ‘떴다방 포교당’ 보도로 불교계에 파문을 일으킨바 있다. 당시 조계종 호법부에서는 유사포교당의 폐해를 지적하며 지침까지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전라도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유사포교당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식이 잘되려면’ 또는 ‘집안이 편안하려면’ 천도재를 지내거나 위패·원불 등을 봉안해야 한다며 주로 노인들을 현혹,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금품을 불사금 명목으로 가로채는 이들의 수법은 지난 수년간 더욱 지능화되고 있다는 점도 취재 결과 확인됐다. 특히 유사포교당 중에는 ‘대한불교조계종’이라는 명칭을 도용해 불자들의 신심을 이용하는 곳도 있었다.

대한불교청년회 전북지구와 조계종 포교사단 전북지역단은 전주불교연합회와 합동으로 11월27일 전주시내 유사포교당에 대한 실태파악과 항의방문을 진행했다. 전주불교연합회는 이날 유사포교당으로 지목된 전주시 완산구 태평동 일월사포교당을 찾아 즉각적인 철수와 사과를 요구했다. 전주불교연합회는 성명에서 “전주시내와 전북권역 일대에서 비불교적 방식으로 위패와 원불을 판매하는 유사포교당이 떴다방 형식으로 장소를 옮겨 다니며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며 “대한불교조계종을 사칭하며 주로 노인들을 대상으로 위패와 원불을 판매하거나 수천만 원에 이르는 천도재를 유치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폐해를 알렸다. 

전주불교연합회로부터 유사포교당 가운데 하나로 지적된 일월사포교당의 경우 본지 취재결과 ‘대한불교조계종’을 사칭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태평동에 위치한 일월사포교당은 ‘대한불교조계종’과는 무관한 ‘불교문화조계종’ 소속임에도 ‘조계종 사찰’이라며 불자들을 현혹하고 있었다. 취재가 시작되자 “조계종 소속”이라고 항변하던 관계자는 포교당 안에 있던 불자들을 서둘러 돌려보낸 후 “일월사는 불교문화조계종의 총본산”이라며 “종단 이름이 비슷할 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발뺌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불교문화조계종 소속으로 등록된 사찰은 보성에 위치한 일월사 한 곳 뿐이었으며 포교당만 전국에서 30~40개소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포교당의 피해가 여전히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일월사포교당 주변에서는 공짜선물 등의 ‘미끼’에 유혹돼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위패와 원불을 봉안하고 천도재 등을 지내 가족 간 갈등이 불거지거나 생계가 어려워졌다는 증언도 줄을 이었다. 

담양 야탑사의 경우에도 ‘대한불교조계종’ 명칭을 무단으로 도용하고 있었다. 야탑사가 전주에서 운영하고 있던 유사포교당의 피해자는 “담양 야탑사에서 ‘대한불교조계종 금성산 야탑사’라는 명의로 영수증과 봉안증명서까지 발급했다”며 “야탑사와 제휴를 맺고 불사금을 할부 징수하던 캐피탈 측에 ‘연대보증’이 불법임을 지적하며 강력하게 항의하자 슬그머니 할부계약을 해지하고 사건을 무마하려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야탑사 주지임을 내세워 전주지역에 유사포교당을 개설했던 이모씨는 전과 27범으로 유사포교당 관련 사기혐의로 구속돼 대전구치소에서 수감된 상태다. 

또 다른 유사포교당에서는 생필품을 선물한다며 주민들을 끌어들인 후 ‘불사에 동참한 불자’들에게는 명품백을 비롯해 전기약탕기 등을 선물하는 방식으로 경쟁심을 자극하는 경우도 다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유사포교당과 관련된 피해자들의 제보와 본지 취재에 따르면 현재 전주시내에만도 보성 일월사와 담양 야탑사 소속 포교당을 비롯해 안성 영평사, 부여 미암사 소속임을 내세우는 유사포교당들이 활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김제 성모암, 순창 금화사 등도 전북지역에서 같은 방식으로 유사포교당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규 대한불교청년회 전북지구회장은 “비불교적 방법으로 유사포교당 운영을 지속하는 것은 지역불교를 우습게보고 우롱하는 처사”라며 “지역사회를 병들이는 이러한 행위에 대해 시민사회 및 주민들과 함께 연대해 광범위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신용훈 전북주재기자

[1467호 / 2018년 12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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