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날 기념식 장소 더 신중한 고민 필요하다
인권의날 기념식 장소 더 신중한 고민 필요하다
  • 남수연 기자
  • 승인 2018.12.03 13:57
  • 호수 146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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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0일은 인권의날이다. 지난 1948년 12월10일 열린 국제연합총회에서 세계인권선언이 채택된 지 올해로 70년을 맞이한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이를 기념해 인권의날 기념식을 개최키로 했다. 그런데 그 장소가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이다. 서울대성당은 불교계에도 그리 낯선 이름은 아니다. 1987년 박종철 고문살인사건으로 촉발된 6·10민주항쟁의 신호탄이 울린 곳, 푸른 눈의 납자였던 지선 스님과 진관 스님이 서슬 퍼런 군부의 감시를 피해 종루에 올라 민주항쟁을 선언한 곳이었다. 이제는 6월민주항쟁기념사업회 상임이사장인 지선 스님을 비롯해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열었던 종교지도자들의 의기가 모아졌던 역사적 장소로 서울대성당의 의미는 뜻깊다.

하지만 인권의날을 기념하는 정부기관의 행사가 서울대성당에서 열린다는 것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전언에 따르면 국가인권위원회는 민주화운동의 성지라는 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세계인권선언 70주년 기념식을 더욱 뜻깊게 개최하기 위해 선택한 장소라고 한다.

하지만 특별한 해, 뜻깊은 장소를 물색한 결과라 해도 성공회 서울대성당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넓은 의미로 민주화운동 또한 인권운동의 범위에 들어가는 것은 명백하다. 하지만 인권은 그보다 더욱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개념이다. 인권은 정치나 집회의 자유같이 가시적인 권리일 뿐 아니라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할 보편적 개념과 가치들을 규정하고 있다. 종교와 양심의 자유, 또는 행복과 같이 주관적인 인간의 욕구조차 인권의 개념 안에서 보장하는 이유다. 그렇기에 70주년 기념식을 위해 선택된 장소가 민주화운동의 성지였다는 점은 언뜻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바티칸을 방문해 가톨릭교황을 ‘알현’한 사건이나 남북정상회담에서 불거진 가톨릭 우대 논란, 그리고 최근 체코 프라하를 방문한 대통령 내외의 비투스성당의 기도모습 등 잇따르는 행보 때문에 특정종교에 대한 종교편향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까마귀가 날자 배가 떨어졌을 뿐이라며 손사래를 치기보다는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않는 배려와 주의가 필요하다. 인권의날 70주년을 더욱 특별하게 기념하고자 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선택이 또다시 종교편향 논란을 불러와 본래의 뜻이 퇴색되는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보다 깊은 고민이 선행됐어야 한다.

남수연 기자

인권보장을 위해 가장 존중받아야 할 권리 가운데 하나는 바로 종교의 자유다. 우리사회의 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국가기구라면 종교 간 형평성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인권의날 기념식 장소로 성공회 서울대성당을 선택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더없이 아쉬운 이유다.

namsy@beopbo.com

 

[1467호 / 2018년 12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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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rmd 2018-12-07 06:27:47
지도자가 자신의 잘못된 종교적 신념 따위를 왜 강요하는지 화가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