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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짓달에 해야 할 일

  • 법보시론
  • 입력 2018.12.03 14:53
  • 수정 2018.12.03 14:55
  • 호수 1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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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감하는 12월이다. 우리 민족의 정서상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새해는 설날이 기준이 되고 있기도 하지만, 국가나 사회의 모든 행정절차는 12월이 막달이다. 특히 이달 둘째 날(2일)은 국가의 내년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날이라 그에 관한 뉴스가 연례적으로 반복되기도 한다. 또 동지가 들어 있어 동짓달이라고도 하며, 절에서는 동지불공과 기도를 올린다. 동지에 대한 풍속 등은 널리 알려졌으니 별로 언급할 것이 없겠으나 동지와 관련된 사찰 안팎의 문화나 현대인의 삶과 관련해서는 좀 더 살펴봐야 할 것이 있지 않을까 한다.

낮의 길이가 가장 짧은 날 동지, 동지가 있어 동짓달이 한 해의 끝과 시작이 되는 한 해의 한 기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 해의 시작은 양력설로 확고하게 정착되었으므로, 한 해의 시작을 동지나, 음력설이나, 입춘으로 하자고 주장하자는 것은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공연한 지면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불교문화의 관점에서 동지에 대해 좀 더 논의돼야 할 것은 무엇이고, 오늘의 우리들은 12월의 동짓달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동지의 상징은 세알을 넣은 팥죽을 먹으며 액땜을 하고 달력을 나눠주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으나, 이 같은 문화도 이제 급속도로 빠르게 소멸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작년 동짓날 가족이 성북천변을 지나는데 어느 사찰에서 팥죽을 나눠줘서 받아왔다는 팥죽을 먹은 일이 있다. 동지불공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팥죽을 일부러 쒀 먹기 쉽지 않으니 포교차원(?)으로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이들에게 팥죽을 공양한 것 같았다. 괜찮아 보였다.

그렇지만 동지 팥죽이라는 문화의 계승에만 우리의 관심이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제목에서 언급하였듯이 동짓달, 12월은 예산과 결산의 계절이다. 해서 개인이나 사찰 등에서는 예산과 결산을 돌아보고 점검해야 한다. 개인이나 사찰 등에서 결산을 하는 것은 쉽지만 국가나 사회의 그것과 같은 방법으로 예산서를 작성하고 또 그것을 승인받고 집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이나 사찰 등에서 예산을 세우고 결산하며 문제를 파악하는 생활 자세조차 할 수 없어서는 안 될 것이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수입과 지출을 파악하고 거기에 걸맞은 생활 자세를 점검하는 것이 동짓달에 해야 할 일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수입에 맞는 예산과 그 예산에 따른 지출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그 원인을 찾아보고, 그에 대한 반성과 대책은 개인이나 단체나 간에 해야 할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국가의 예산은 국회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개인이나 사찰 등은 그 과정이 없는 만큼 더욱 엄정한 자기 점검이 필요하다. 예결산하는 동짓달에는 자신에 대해 객관적이며 엄격한 자기 점검을 하는 달로 삼았으면 좋을 것이다.

국가나 개인이나 사찰이나 간에 세금과 수입을 바탕으로 예산이 성립되지만 개인이나 작은 단체의 경우 예측 가능한 수입에 의지하여 예산을 세우지만 세상사가 다 그렇듯이 알 수 없는 비상사태가 일어나 곤경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인이나 사찰 등 단체를 막론하고 수입과 그 지출에 대한 지혜가 필요하다. ‘잡아함경’에는 수입에 대해 4분의 1은 생활비에, 4분의 2는 목적사업에, 다음 4분의 1은 저축에 배정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불교 경제의 한 준거가 되는 이 가르침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그렇지 못해 예산이나 결산이나 삶 등에 곤경에 처하게 되었으면, 동지의 철야기도로 참회하며 반성하고 묵은 빚을 갚는 날로 삼아 정진하면 좋을 것이다. 한해의 끝을 장식하는 동짓달, 전통 문화의 계승발전과 더불어 자신을 되돌아보며 예결산하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성운 동방문화대학원대 초빙교수 woochun50@naver.com

 

[1467호 / 2018년 12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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