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예사가 한 걸음 한 걸음 발품으로 길어 올린 부석사 진면목을 만나다
학예사가 한 걸음 한 걸음 발품으로 길어 올린 부석사 진면목을 만나다
  • 심정섭 전문위원
  • 승인 2018.12.03 15:02
  • 호수 14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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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부석사’ / 김태형 지음 / 상상창작소 봄
‘다시 읽는 부석사’

“바람 난간에 의지하니 무한강산이 발아래 다투어 달리고,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르니 넓고 넓은 하늘과 땅이 가슴속으로 거두어 들어온다. 가람의 승경이 이와 같음이 없더라….”

‘태백산부석사무량수전급제각중수기(太白山浮石寺無量壽殿及諸閣重修記)’의 이같은 찬사가 아니더라도, 부석사를 찾아본 이들이라면 무량수전 앞으로 펼쳐진 풍광에서 바다에서조차 열리지 않았던 답답한 마음이 확 열리는 짜릿한 감동을 느껴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절로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고, 신심 깊은 불자들에겐 해동화엄종찰로 각인돼 있는 곳이 부석사다. 더불어 최근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그 역사·문화적 가치까지 더해져 이 도량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아름다운 풍광과 건축미에 빠져 미처 드러나지 못한 내면의 맛과 멋이 적지 않은 도량이 바로 부석사다. 그곳 박물관에서 4년 3개월을 학예사로 일하고, 지금은 송광사성보박물관에 재직 중인 저자가 그동안 잘못 알려지고 왜곡된 이야기들을 바로잡고, 현재 모습에 취해 알려지지 않은 보물들을 길어 올려 ‘다시 읽는 부석사 : 부석사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그 첫걸음’에 옮겼다.

저자는 매일 매일 그 안에서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았고, 때론 부석사를 떠나 의상대사의 자취를 찾기도 했다. 그렇게 봉황산자락 숲속을 헤매고, 과수원을 돌아다니며 거기에 쌓여 있는 돌무더기를 헤집고, 잡초와 흙먼지 가득한 땅바닥에 눈길을 주면서 하나둘 찾은 부석사의 옛 자취들을 들춰낸 결과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부석사 무량수전 앞 석등과 안양루 야경.

그래서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부석사는 잊으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저자는 책에서 ‘무량수전은 왜 항마촉지인을 한 아미타불을 서쪽에 홀로 봉안하고 동쪽을 향하고 있는지’ ‘부석사 명물 중 하나인 거대 석축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으며, 어떤 원리로 가람을 배치했는지’ 등의 의문점들에 대해 명쾌한 해석을 덧붙이고 있다.

저자는 또 고려 현종 혹은 원융국사의 부석사 중창설을 비롯해 있어도 보지 못했던 기록들, 무량수전은 강당이고 부석사 금당은 따로 있었다는 이야기 등을 통해 부석사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다. 덕분에 독자들은 무엇을 상상했던지, 그 이상의 부석사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책은 전체 5장 중 첫 장을 부석사와 관련돼 잘못 알려진 설과 주장에 대해 관련 자료의 고증을 통해 이를 바로잡고자하는 ‘팩트 체크’로 시작한다. 이어 2장과 3장에서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자료들을 소개해 눈길을 끈다. 그리고 마지막 5장에서 저자가 직접 독자들을 부석사로 안내하면서 도량 구석구석 남아 있는 문화유산과 숨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부석사 1300년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연표와 조선후기 부석사 법맥을 도표로 실은 부록은 덤이다. 1만9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67호 / 2018년 12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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