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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행무상(諸行無常)

도량형 변하듯 생각도 변해

보편적 질량단위인 ㎏의 기준이 바뀐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시중의 저울 속 ㎏을 절대적 수치로 생각하며 살아왔던 대중들의 삶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에 대한 기준이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절대상수로 바뀌는 이유가 궁금할 따름이다.

㎏의 기준은 130년 전 프랑스 베르사유궁에서 열린 제1차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였다. 지구 적도에서 극점까지 거리의 1000만 분의 1에 해당하는 금속막대를 국제미터원기를 삼고, 1㎥에 해당하는 물의 질량을 토대로 제작된 금속원기둥을 국제킬로그램원기로 삼았다. 그리고 백금과 이리듐 합금으로 만든 미터원기와 킬로그램원기를 제작해 각국에 보급했다. 세계 23개국이 가지고 있는 이들 원기를 구한말 고종황제도 구입해 현재 우리나라도 소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원기가 조금씩 변해, 미세하게 질량이 변한 것이다. 따라서 국제도량형총회에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준을 양자역학에 등장하는 불변의 물리상수인 플랑크 상수로 ㎏의 기준을 바꾸게 됐다.

도량형의 기준은 쉽게 설명해도 과학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도량형 기준 변화소식에 제행무상(諸行無常)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기준원기의 질량이 변한 것을 보면 확실히 영원한 것은 없다. 제행무상은 물리적인 변화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도량형의 표준은 나라마다 끊임없이 변해왔다. 현재 도량형 기준도 불변이 아닌 약속에 불과하다. 세상의 많은 일들이 이와 같다. 육체뿐만 아니라 생각과 사물을 보는 관점도 변해간다. 그런데도 자신의 생각만을 절대 선으로 여기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이들이 많다. 생각에도 기준원기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그러나 옳고 그름을 평가할 생각의 절대기준이란 존재할 수 없다. 다만 모든 것이 변하기에 영원한 것이 없다는 깨우침을 생각의 정량을 판단할 절대상수로 여긴다면 분쟁과 다툼이 줄어들 것임이 자명하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67호 / 2018년 12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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