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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조계종 승려들의 이승만 3선 출마 간청 시위와 기도회

기자명 이병두

권력을 향한 적극적인 아부의 몸짓

권력에 기대 교단 장악코자
이승만 3선 출마 원한다며
궐기대회·기도회 연 조계종

‘조계종 전국 승려 총궐기대회’(좌)와 ‘이대통령 재출마 간청 기도법회’(우) 모습.
‘조계종 전국 승려 총궐기대회’(좌)와 ‘이대통령 재출마 간청 기도법회’(우) 모습.

1948년 제헌의회에서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승만은 자신이 민주국가의 행정수반이기보다는 ‘조선왕조의 피를 물려받은 왕’으로 대접받아야 한다고 여기고 있었다. 국회에서 이루어지는 선거에서는 재임 가능성이 낮아지자 직선제 개헌을 추진하였다가 1952년 1월 국회에서 부결되자, 애국단체연합회를 비롯한 수많은 단체들이 궐기대회를 열어 ‘국회 해산과 총선거’를 주장하도록 하였다. 이런 조작된 분위기를 ‘민의’로 내세운 이승만이 상하양원제와 대통령직선제를 절충한 ‘발췌개헌안’을 타협책으로 제시하자 이번에는 이를 지지하는 궐기대회가 곳곳에서 열렸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1954년에는 “초대 대통령에 한해 3연임을 허용한다”는 내용의 개헌을 추진하면서 3월부터 11월까지 수많은 관제 궐기대회를 열게 하였고, 결국 11월27일 이른바 ‘사사오입 개헌’ 사건을 통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였다. 이때에는 개헌 촉구를 내세우기보다는 ‘남북협상 중립 배격’ 등 반공을 전면에 내세운 시위가 주도하여 ‘개헌에 찬성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전술을 구사하였다. 특히 개헌안이 상정된 11월20일부터 표결이 이루어진 26일 사이에 궐기대회가 집중적으로 개최되었는데, 11월24일 서울 소재 중·고등학교 학생 10만여명과 교원 2000여명이 서울운동장에서 개최한 ‘대한민국 주권수호 학생궐기대회’는 수요일에 열린 데에다가 교원들이 대거 참여하는 등 ‘정권의 지시’에 따른 관제 데모라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3선 출마의 길을 확보한 이승만은, 막상 1956년 3월5일 자유당 후보로 추대되자 불출마를 선언하고 경찰 등을 이용해 전국에서 집단‧지역‧종교별로 ‘이승만 출마 촉구 궐기대회’를 열도록 사주하였다. 비구와 대처 사이의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권력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불교계에서도 이 분위기에 적극적으로 편승해 상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려고 적극적인 아부의 몸짓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이승만의 불출마 선언 번복을 요구하면서 1956년 3월16일 경무대(현 청와대) 가까이 경복궁 돌담길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전국 승려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사진에서 보듯이 시위 참가 승려들은 “이대통령 3선으로 남북통일을 이룩하자!”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하였고, 같은 날 조계사에서는 위 단체가 대웅전에 “이대통령 재출마 간청 기도법회”라는 세로로 쓴 현수막을 내걸고 법회를 열었다.

시위에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동자승들과 함께 이름이 잘 알려진 스님들도 보인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스님들의 심정을 짐작하지만, 문제는 그 시절의 행위를 비판하는 이들까지도 여전히 정권을 비롯한 외부 세력에 기대어 집안 문제를 풀려고 하고 있으니 이것은 스님의 잘못인가 잘못 배운 후손의 잘못인가. 가슴이 답답하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67호 / 2018년 12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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