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해탈의 의미
45. 해탈의 의미
  • 김재권 교수
  • 승인 2018.12.05 13:20
  • 호수 14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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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은 열반과 긴밀한 관계 갖지만 더 넓은 의미

열반은 출세간도에 한정
무명까지 다 제거한 단계
해탈, 심해탈·혜해탈 달라
세간·출세간에 걸친 개념

일반적으로 인도철학이나 불교는 실존적 괴로움으로부터의 해방이나 해탈을 궁극적 목적으로 한다. 초기불교에서 해탈이란 번뇌의 속박으로부터 해방되어 미망(迷妄)의 세계, 즉 윤회의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고 행복한 경지에 도달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해탈의 개념은 수행론적인 맥락에서는 인간의 잠재적인 부정적 심리작용인 3독심이나 수행의 장애요소인 10가지 족쇄와 매우 긴밀한 관계를 가지게 된다. 이때 '해탈(解脫, mokṣa)'이란 고대의 우파니샤드 사상이나 자이나교 등에서 쓰이던 관념이 인도철학 일반이나 불교적으로 널리 계승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초기불교에서 해탈의 개념은 종종 열반과 거의 동일한 의미로 혼용해서 쓰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해탈의 개념은 여러 학자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용어상이나 수행론적인 맥락에서 세간도와 출세간도의 양 측면에 폭넓게 걸쳐있기에 출세간적 측면에 국한되어 사용되는 열반의 개념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사실 열반(涅槃, nirvāṇa)이란 ‘번뇌의 불을 확 불어 끈다’는 의미로 깨달음의 세계와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열반의 개념은 4법인의 열반적정(涅槃寂靜)이나 4성제 중 멸성제 등의 개념에서도 확인되는데 이는 불교의 매우 독특한 관념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과연 초기불교에서 ‘해탈(解脫, mokṣa)’이란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용어상으로 보면, 해탈이란 산스크리트 원어로는 ‘모크샤(mokṣa)’로 ‘해방하다(to unloose)’를 의미하는 ‘동사어근 √muc’에서 파생된 명사이다. 이는 ‘해탈․해방․자유’ 등을 의미하는데, 즉 번뇌 등의 속박이나 결박으로부터 벗어난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해탈은 팔리어로는 ‘위뭇띠(vimutti)’로 불리는데, 초기경전에서는 ①심해탈과 ②혜해탈, 그리고 ③양분해탈로 나누어 설명된다. 일반적으로 ①심해탈은 마음의 풀려남(해방), ②혜해탈은 지혜를 통한 풀려남(해방), 그리고 ③양분해탈은 양쪽 길의 풀려남(해방)을 의미한다. 이 3가지 해탈 가운데 ②혜해탈과 ③양분해탈은 불교수행의 최종단계인 열반을 의미하지만, 아라한과에 도달하기 이전의 심해탈은 열반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본다.

한편 ‘앙굿따라니카야’에서는 심해탈과 혜해탈을 사마타(止)․위빠사나(觀)의 두 수행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비구들이여, 사마타 수행을 하면 어떤 이익을 얻습니까? 마음(心, citta)이 계발됩니다. 마음이 계발되면 어떤 이익을 얻습니까? 탐욕(貪慾, rāga)이 제거됩니다. ⓑ비구들이여, 위빠사나 수행을 하면 어떤 이익을 얻습니까? 지혜(智慧, paññā)가 계발됩니다. 지혜가 계발되면 어떤 이익을 얻습니까? 무지(無知, avijjā)가 제거됩니다. 비구들이여, 탐욕에 의해 오염된 마음은 자유롭지 못하고, 무지에 의해 오염된 지혜는 계발되지 않습니다. 비구들이여, 탐욕에서 벗어남으로 심해탈(cetovimutti)을 얻고, 무지에서 벗어남으로 혜해탈(paññāvimutti)을 얻습니다.”

요컨대 심해탈은 사마타 수행, 즉 집중수행을 통해 마음이 계발되고, 이를 통해 탐욕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혜해탈은 위빠사나 수행, 즉 통찰수행을 통해 지혜가 계발되고, 이를 통해 무지가 제거된다고 한다. 결국 사마타 수행은 탐욕을 제거하는 심해탈과 관련되고, 위빠사나 수행은 무지를 제거하는 혜해탈과 관련된다. 이때 탐욕과 무지는 내용적으로 수행의 장애요소인 10가지 족쇄와 매우 긴밀한 관계를 가진다. 이런 점에서 심해탈 만으로는 무명이나 무지까지 제거해야 성취되는 아라한과를 증득하는 열반에 이를 수 없다고 본다. 즉 심해탈과 혜해탈의 상호조화가 필요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해탈과 열반의 개념은 서로 매우 긴밀한 관계를 가지는데, 수행론적인 맥락에서 볼 때 해탈의 의미는 비교적 폭넓게 세간도와 출세간도에 걸쳐 사용되는 비해 열반은 10가지 족쇄 중 무명까지 완전히 제거해야하는 점에서 출세간도에 한정되어 매우 협소하게 쓰이는 점에서 그 차이를 드러낸다고 본다.

김재권 동국대 연구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67호 / 2018년 12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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