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수행 김효련-하
간경수행 김효련-하
  • 법보
  • 승인 2018.12.05 13:43
  • 호수 14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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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번 놓쳤던 ‘금강경’ 독송
조금씩 귀도 마음도 열리는 듯
일과처럼 한문·한글 1번씩 독송
사라진 웃음 되찾는 자신 발견
64, 심정법

목표를 세우고 한 발 한 발 하루씩 다가가니 어느덧 11월14일 회향일이 되었다. 회향법회가 진행되는 동안 자꾸 눈물이 흘렀다. 가장 먼저 누워만 지내던 모습에서 벗어나 매일 꾸준히 수행을 실천한 자신이 무척 자랑스러웠다. 불과 21일 동안 이어진 ‘금강경’ 독송을 통해 나에게는 많은 변화가 이어졌다. 처음에는 입도 잘 돌아가지 않고 놓치기도 수십 번 반복되던 시간이 떠올랐다. 어느덧 주지스님께서 앞에서 경전 독송을 리드 해 주시면, 눈으로도 따라 읽고 입으로도 소리를 내며 읽을 수 있게 된 사실이 정말 기뻤다.

무엇보다 수행 기간 중 소중한 도반들을 만났다. 해남사에 그렇게 오래 다녔지만, 정진대법회 기간 중에는 알고 지내온 도반을 만나는 일은 드물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다는 인생의 진리는 명백했다. 더군다나 한창 우울증을 앓을 때는 일체 연락 없이 지낸 터라 다시 도량을 찾았을 때는 대부분 낯선 얼굴이었다. 홀로 절에 가고, 다시 홀로 절을 빠져나오는 것이 오히려 익숙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수행에 참석하고 내려오는 길이었다. 옥동에 살고 계신다는 한 보살님께서 집 방향이 비슷한 것 같으니 차를 태워주신다고 하셨다. 함께 차를 타고 도량을 빠져나오면서 보살님의 수행담을 접할 수 있었다. 보살님은 21일 동안 441독 완독에 도전 중이라고 하셨다. 듣기만 해도 대단했다. 그 깊은 신심에 저절로 존경심이 피어나는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독송을 하시는 자세도 바른 모습을 보면서 공부도 많이 되었다. 또 이렇게 훌륭한 분들과 함께 수행한다는 사실이 벅찬 감동으로 다가왔다. 소중한 도반을 만났다는 사실이 ‘금강경’ 독송에 동참한 큰 공덕이라는 생각이 든다.

‘금강경’을 읽을 때는 한문으로 읽기에 그 뜻을 당장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하루, 이틀, ‘금강경’을 계속 읽어 나가다 보면 그 뜻에도 자연스럽게 귀가 열리고 마음이 열리는 것 같다. 말하자면 ‘금강경’은 ‘마음을 비우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집착이 많은 편인데 ‘금강경’을 읽다 보니 경전의 가르침이 ‘집착을 놓으면 세상이 모두 부처’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읽고 또 읽으며 그 뜻을 계속 더 깊게 새겨 나가고 싶다.

좀 더 공부를 이어가고 싶다는 발원으로 도량에서는 21일 정진 대법회가 끝났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수행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해남사 21일 정진 대법회의 목표였던 441독에서 180독을 제외하고 남은 ‘금강경’ 독송을 완독하겠다는 목표도 다시 세웠다. 개인적으로는 매일 2회씩 ‘금강경’을 계속 읽고 있다. 한 번은 한문으로 읽고 한 번은 한글 풀이된 ‘금강경’을 읽는다.

주위에서는 이전보다 많이 웃고 말수도 늘었다고 한다. 말수가 적은 남편과 결혼하여 삶을 살아오면서 나도 모르게 말이 줄고 웃음도 사라진 자신을 비추어 본다. 스스로 생각해도 ‘금강경’을 읽으면서 말수가 늘어난 것이 신기하다. 오죽하면 이렇게 수행일기까지 쓰겠다는 마음을 낼 수 있었을까. 서툰 글인 데다가 짧은 수기이지만 이렇게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부처님께, 존경하는 스님께, 따뜻한 도반들에게 그리고 소중한 가족에게 감사의 뜻을 전달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직 100% 우울증을 극복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고 조금씩 극복하고 있다. 이 기도의 가피가 주어진다면 내 인생의 숙제를 끝내고 싶은 원이 있다. 그 원을 간절히 바라며, 무엇보다 잃어버린 나의 웃음을 완전히 되찾고 싶다. 그리고 해남사가 수행도량의 길을 가는 여정에 한 일원으로 꾸준히 수행에 동참해 나가고 싶다.

12년 전 ‘동지보살’이었던 과거의 나와 매일 ‘금강경’을 펼치며 지금 이 순간을 마주하고 있는 나, 어떻게 보면 똑같은 나인데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심정법’이라는 법명의 뜻, ‘마음을 바르게 쓰면 모든 것이 된다’라는 의미를 다시금 새기며 감사의 마음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마하반야바라밀.

 

[1467호 / 2018년 12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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