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블랙프라이데이의 불편한 진실
124. 블랙프라이데이의 불편한 진실
  • 최원형
  • 승인 2018.12.05 13:58
  • 호수 14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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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욕구 자극은 탄소배출 증가‧환경재앙 원인

경기침체 대안으로 도입돼
생산과정서 에너지소비 증가
환경오염 주범 포장재 늘어
미래 위해 소비문화 개선을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은 쇼핑을 즐기는 이들에겐 빼놓을 수 없는 날인 블랙프라이데이이다. 세계 경제 침체로 어렵던 유통업계가 연말을 즈음해서 매출을 끌어올려 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날이 블랙프라이데이다. 여기서 블랙의 의미는 가계부에서 흑자를 뜻하는 검은 색을 차용해 온 것이다. 올해도 여전히 블랙프라이데이에 환호하는 이들을 주변에서 많이 만났다.

해마다 돌아오는 블랙프라이데이에 여전히 살 것들이 많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요즘은 외국에서 물건을 직접 구입할 수 있다 보니까 특히 미국의 쇼핑몰들이 일제히 할인을 하는 이날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이들도 많다. 원하는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갑고 좋은 일이다. 반갑고 좋은 일이라고 쓰는 와중에도 내 마음 한 편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물건을 소비하는 일이 그저 가볍게 좋아할 수만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을 해 본적이 없다보니 사람들이 대체 어떤 물건을 사려고 이렇듯 블랙프라이데이를 기다리는지 적잖이 궁금했다. 올해는 작정하고 찾아보았다. 블로그를 비롯해 쇼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곳이 여럿 눈에 띄었다. 사람들이 즐겨 구입하는 품목은 명품 의류거나 전자제품이 주를 이루었다. 겉모습에 따라 대접도 달라지는 세상이다 보니 명품은 늘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그러니 할인 폭이 클 때 왕창 구매해서 입고 다니고 싶은 그 마음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런데 옷은 단지 옷이 아니라는 게 불편한 진실이다.

미국 쇼핑몰에서 파는 옷의 대부분은 제3세계에서 생산된다. 옷이 만들어지는 공장으로 각각의 원료들이 전 세계에서 모일 테고 만들어진 옷은 다시 미국으로 온 다음 각 판매점으로 운송된다. 판매점에 와서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은 저마다 무언가를 타고 왔을 것이다. 저 멀리 한국에서 물건을 직접 구매하려는 이들의 요청에 따라 미국의 어느 곳으로 물건이 또 이동해서 다시 한국으로 옮겨올 것이다. 어디 한국뿐일까만. 그러니 옷 한 벌은 보이지 않는 무수한 동선을 달고 다니는 셈이다. 그 동선이 아무런 에너지 소비 없이 바람 따라 이리저리 날아다닌다면야 문제가 될 게 없다. 그런데 그 모든 동선에 에너지가 쓰인다는 걸 알고 나면 결코 마음이 가벼울 수가 없다. 어디 동선 뿐일까? 동선을 따라 보태지는 포장재는 또 어느 정도일지? 물건이 소비자에게 가 닿는 순간 쓰레기로 전락하는 게 포장재의 속성 아니던가? 과연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게 약일까?

올해 첫눈이 내렸다. 지난달 24일 서울의 첫눈은 역대 최대치인 8.8cm를 기록했다. 전국에 대설특보도 내려졌다. 겨울의 기록적인 한파에 이어 여름의 기록적인 폭염 그리고 기록적인 첫눈까지, 올해는 기록할 일이 정말 많은 해인 것 같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첫눈과는 완전히 다른 첫눈이었다. 첫눈은 대개 지면에 닿으며 쌓이지 않고 녹기 때문에 적설량이 아닌 강수량으로 기록되곤 했다. 그런데 올해 첫눈은 적설량으로 기록되었다.

첫눈이 적설량으로 기록된 게 처음은 아니지만 올해 기상현황으로 볼 때 이처럼 기록적인 첫눈은 어쩐지 찜찜하다. 지구의 기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북극 빙하가 있다. 빙하가 꾸준히 줄어들고는 있었으나 21세기 들어서 북극의 빙하는 더욱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표면적은 말할 것도 없고 부피가 줄어드는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보통 북극 빙하의 양은 9월초에 최소치가 된다. 1980년에 북극빙하의 부피는 약 1만6000㎢였는데 2012년에는 5분의 1로 줄어든 약 3200㎢가 됐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4차 보고서에 따르면 2065년에야 도달할 빙하량을 이미 2012년에 도달해버렸다. 빙하가 사라지는 속도를 50년 가까이 앞당기고 있다는 얘기다. 북극의 빙하가 줄어들수록 지구 기온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빙하 알베도라고 하는 이 메커니즘은 간단히 설명하면 하얀 빙하가 줄어들수록 태양의 복사에너지는 그만큼 지구에 많이 흡수되고 그래서 더욱 뜨거워지고 그로 인해 빙하는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2015년 파리협정이 통과되고 난 이후 탄소배출이 감소세로 바뀔 것을 예상했지만 그저 예상일 따름이었다. 탄소배출은 올해도 꾸준히 증가일로에 있다.

우리의 생활방식이 일곱 세대 뒤까지는 생각하지 못한다 해도 당장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자식 세대의 삶은 어떻게든 좀 염두에 둬야하지 않을까? 우리는 내일이 없는 사람들처럼 소비하고 있다. 첫눈의 찜찜함이, 한파와 폭염은 하늘이 진노해서도 아니고 괜한 기상 이변도 아니다. 우리의 소비에 그 시작점이 있다.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467호 / 2018년 12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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