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도난 불교문화재는 어떻게 유통되고 있는가?
32. 도난 불교문화재는 어떻게 유통되고 있는가?
  • 이숙희
  • 승인 2018.12.05 15:03
  • 호수 14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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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밀반출 후 경매로 반입하는 세탁 성행

경매시장·인터넷 경매 통해
고미술품 거래 활발히 진행
인터넷 매개 불법거래 늘어

우리나라는 1922년 첫 등장
경성미술구락부서 경매 시작
소더비·크리스티는 서울 지사
온·오프 통합 체제를 갖추고
고미술 경매시장에 영향 미쳐
국내인터넷 경매 10개사 활동
1937년 6월 경성미술구락부 출품 도자기.
1937년 6월 경성미술구락부 출품 도자기.

우리나라의 도난 불교문화재는 상당수 국외로 밀반출된 상황이다. 도난된 불교문화재는 국내에서 유통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개 일본이나 미국 등 해외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다. 특히 일본은 오래전부터 고미술시장이 활성화되어 있고 우리 불교문화재에 대한 애호가들도 많기 때문에 도난 불교문화재를 매매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2018년 1월 국외소재문화재단의 조사에 의하면, 국외에 유출된 우리 문화재는 20개국에 총 17만2316점이다. 그중 일본이 7만4742점으로 전체 43.8%를 차지하고 있다. 그다음으로 미국 4만6488점, 독일 1만876점, 중국 1만696점, 영국 7638점 등의 순으로 우리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다. 그중 상당부분이 불교문화재에 해당된다. 이 불교문화재들이 모두 어디에서 나왔겠는가? 외교상 우리가 보냈거나 외국인이 구입하여 합법적으로 나간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 광복 이후 6·25 한국전쟁을 전후한 혼란기에 약탈이나 도난을 당한 후 불법거래를 통하여 국외로 밀반출된 것이다.

도난 불교문화재가 국외로 밀반출될 때에는 흔히 항공기와 같은 정상적인 경로가 아니고 대개 수출용 화물컨테이너나 보따리장수들이 주로 드나드는 국제여객선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검색시스템이 다소 허술하고 운송기록이 전산으로 입력되지 않아 추적이 어려운 국제특급우편(EMS) 또는 국제택배, 국제소포 등을 이용하여 반출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도난문화재의 경우, 국외로 밀반출한 후에 해외 경매시장이나 인터넷 경매사이트를 통하여 국내에 합법적으로 다시 들어와 공공연히 거래되거나 사설박물관에서 전시되는 등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도난문화재라는 사실을 모르고 구매한 경우 선의의 취득을 인정받아 완전한 소유권을 얻는다’는 것을 이용하여 우리 문화재를 되찾아온 것처럼 소위 ‘문화재 세탁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최근 들어 고미술품에 대한 인식이 대중화되면서 경매시장과 인터넷 경매 사이트를 통하여 고미술품의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22년 6월5일 서울 중구 퇴계로에 경성미술구락부가 세워지면서 고미술 경매가 시작되었다. 1910년 이후 일제강점기 때 고려청자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게 높아지면서 거래가 늘어나자 일본인 고미술상들에 의해 처음으로 경매회사가 설립된 것이다. 특히 1930∼1940년대에는 일본인들이 우리 고미술품을 광적으로 수집하여 서울(경성), 평양, 대구를 중심으로 고미술 시장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었다. 1922년부터 1941년까지 약 20년 동안 260회의 경매가 이루어졌다. 이때 발간된 경매도록은 1930년 이후의 것만 남아 있다. 경매물품을 보면, 국적으로는 우리나라, 일본, 중국 순이고 분야별로는 도자기, 회화, 금동불, 목기 등이 가장 인기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경성미술구락부는 광복 전까지 고미술품의 매매를 주도하는 역할을 했으나 사실 거래되는 수는 얼마 되지 않았으며 도굴한 부장품이나 도난된 문화재들은 대부분 밀거래에 의해 매매가 이루어졌다.

고미술품에 대한 본격적인 경매가 우리 골동상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70년경에 이르러 인사동, 관훈동, 답십리, 장안평 등에 고미술상가가 개점되면서 골동상인이나 개인적인 친분을 통해 소규모의 고미술품 거래가 이루어졌다. 물론 거물급의 유명한 수장가들 사이에서는 거래가격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거액이 오고가는 음성적인 거래가 항시 있었다. 조직적인 경매로는 1979년에 신세계 경매가 처음 열렸으나 얼마 가지 못했고 이후 고미술 분야에서는 1회성 또는 장·단기적인 여러 형태의 경매가 열리곤 했다. 이렇게 고미술 경매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음성적인 형태를 띠던 고미술품의 유통이 거래 가격까지 알 수 있는 투명한 형태로 점차 바뀌게 되었다. 아울러 개인적인 성향의 고미술품이 일반인에게도 공개되면서 공적인 성격으로 변하게 되었다.

1990년에는 영국 런던의 소더비(Sotherbys) 경매회사가, 1995년에는 미국 뉴욕의 크리스티(Christies) 경매회사가 서울에 각각 지사를 설립하였다. 이 경매회사들은 처음에는 미술, 보석, 서적 등 다양한 물품을 경매하다가 최근에 인터넷 경매사이트를 구축해 온-오프라인의 통합체제를 갖추게 되었으며 우리 고미술 경매시장과 인터넷 시장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우리 고미술품 경매는 1996년에 시작한 한국미술품 경매회사, 1999년 명품옥션, 2005년 K옥션, 2007년 (주)고미술 경매 동예헌 등에서 주로 이루어졌다. 2007년 이후부터는 더욱 다양한 형태의 경매회사들이 설립되어 옥션시대가 열리게 되었으나 고미술품은 현대미술에 비해 상당히 열세에 놓여 있다. 2005년에만 해도 전체 품목 중 고미술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였으나 2006년에는 10% 정도로 크게 줄어들었다. 2009년 이후 고미술품의 경기가 다소 살아나는 듯 했으나 현재 여전히 열세인 상황이다. 주요 경매 대상은 도자기와 서화가 중심을 이루었으나 가끔 불상이 등장하여 거액에 거래되었고 최근에는 중국 도자기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졌다. 중국 도자기의 경우는 3~4년 전부터 중국의 고미술 수장가들이 경매를 통해 구입하기 시작하면서 활성화된 것이다.

우리나라와 주로 거래하는 대표적인 해외 인터넷 경매시장으로는 일본의 ‘야후 옥션(Yahoo Auction)’ ‘야후 재팬(Yahoo Japan)’, 미국의 ‘이베이(E-bay)’ 등이 있다. 특히 이베이는 세계 최초로 인터넷 경매사업을 시작한 회사로 2001년에 200여개 국가에 해당하는 2250만여 명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으며 하루에 5000여종 50만개 이상이 거래되는 세계 최고의 온라인 경매회사다. 국내에도 다양한 인터넷 경매시장이 있는데 1998년 9월 서울경매주식회사로 시작한 ‘서울옥션(Seoul Auction)’을 비롯하여 ‘옥션아트(Auction Art)’ ‘마이아트(My Art)’ ‘K옥션(Auction)’ ‘코베이(Kobay)’ ‘헬로아트(Hello art)’ 등 크고 작은 10여개의 회사들이다. 이러한 인터넷 경매시장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있어 원하는 고미술품을 몇 번의 마우스 클릭만으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출품과 낙찰에 따른 수수료를 통하여 이익을 얻기 때문에 고미술품의 진위여부나 파손상태 등에 대해서는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다. 최근 인터넷 경매를 통한 고미술품의 거래량이 많아지면서 위작 시비가 벌어지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 도굴 또는 도난문화재들이 인터넷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더욱 은밀하고 신속하게 불법거래가 되는 것도 문제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오프라인 경매시장에 비해 화상기술의 발전에 따른 인터넷 경매시장에서의 고미술품 거래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화재를 우리 고유의 역사적인 유산이라기보다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돈이나 재산의 개념으로만 보는 인식 자체에 분명 문제가 있다. 문화재 가치를 재화나 투자의 대상으로만 이해하는 일반인이나 수장가들이 많아질수록 문화재의 도난과 불법적인 거래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shlee1423@naver.com

 

[1467호 / 2018년 12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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