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와 ‘공’은 불교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있어서 핵심 키워드다. 선과 교를 막론하고 이 둘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으면, 올바른 수행자의 길에 들어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아니라 ‘마음챙김’에 기반한 많은 프로그램을 통해 서구 심리학에 적용해온 학자와 의료진들의 관심사도 최근 ‘자비’로 옮겨가고 있다.
독일 출신 아날라요 스님이 지은 이 책 ‘자비와 공- 아날라요 스님의 초기불교 명상 수업’은 자비와 공을 불교의 핵심 키워드로 본 저자가 초기불교 명상에서 자비와 공의 연결고리를 찾고, 이를 바탕으로 깨달음으로 가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여기서 부처님 초기 설법 가운데 자비와 공을 주제로 한 구절들을 빨리 경전, 한역 아함경, 산스끄리뜨 경전, 티베트 경전에서 발췌해 섬세하게 비교하고 검토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명상과 심리학 분야 서적을 꾸준히 번역·소개해 오고 있는 이성동 정신과전문의와 불교심리학 분야를 연구해 온 윤희조 서울불교대학원대학 교수가 함께 번역을 맡아 저자의 이야기를 최대한 친절하게 전하고자 애썼다.
저자는 책의 첫 장에서 연민의 성격을 탐구했다. 이어 2장에서는 표준적인 사무량심의 틀 안에서 연민이 어떤 맥락에 놓여 있는지를 살폈고, 3장에서는 연민을 성숙시킴으로써 기대되는 결과를 밝히고 있다. 이어지는 4·5·6 세 개의 장에서는 공을 탐구하는데 주력했다. 주로 ‘공에 대한 작은 경’과 이에 대응하는 경전에서 언급한, 명상에 의해서 점진적으로 공으로 나아가는 것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리고 7장에서는 명상 수행을 하면서 ‘연민에서 공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실제적인 지침’을 제시하고, 8장에서는 ‘업에서 생긴 몸 경’ ‘공에 대한 작은 경’ ‘공에 대한 큰 경’에 대응하는 ‘중아함경’의 번역을 제공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불교수행자들에게 공과 자비의 가르침이 초기불교에 풍부하게 담겨 있음을 그 어떤 책보다 잘 보여주는 책을 통해 자비와 공의 이해를 공고히 하는 것은 물론, 그 이해를 바탕으로 깨달음으로 가는 길에 들어서는 계기를 만날 수 있다. 1만5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68호 / 2018년 12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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