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스님의 열정과 진면목 드러낸 일대기
경산 스님의 열정과 진면목 드러낸 일대기
  • 심정섭 전문위원
  • 승인 2018.12.10 12:57
  • 호수 14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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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율사 경산 스님의 삶과 가르침’ / 박원자 지음 / 동국대학교출판부
‘청정 율사 경산 스님의 삶과 가르침’

“역사가 요구하고 불보살이 증명하는 불사만을 하겠다”며 정화 현장을 지켰고, “정화가 완성되고 종단이 안정되는 날 산사의 평범한 수행자로 돌아갈 것”을 다짐하며 걸망을 풀지 않았던 스님이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의 다짐처럼 불법홍포와 불교중흥만을 고민하며 살았기에 훗날 스님이 입적했을 때 대중들은 ‘정화의 선봉으로 교단정립에 초석이었던 스님’ ‘종단 중흥의 원력보살’로 기억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비구·대처의 갈등이 첨예한 시점에 등장해 통합종단 출범에 있어 산파 역할을 하고, 정화를 이끌며 근현대한국불교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경산 스님 이야기다. 1979년 입적할 때까지 3번에 걸쳐 총무원장에 선출돼 정화불사와 종단 안정에 헌신했던 스님의 입적 40주기를 앞두고 그 삶과 가르침을 되새길 수 있는 일대기가 출간됐다.

‘청정 율사 경산 스님의 삶과 가르침’은 평생을 청정 비구로 살면서 율사와 선사로 존경받고, 정화불사에 헌신해 한국불교 정화의 기수 역할을 했던 경산 스님의 삶과 가르침을 담았다. 박원자 작가가 스님이 생전 자신의 일생을 회고한 이야기를 담은 테이프를 기초자료로 삼고, 1년여에 걸쳐 동국대 이사장 자광 스님을 비롯한 후학들을 찾아 발자취를 더듬었다.

제자 자광 스님이 ‘청정비구’ ‘자비보살’ ‘인욕보살’로 그 삶을 요약한 경산 스님은 1917년 함경북도 북청에서 태어나, 20세 되던 해 금강산 유점사에서 수암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해운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받았다. 유점사에서 수학하며 대교과를 수료했고, 1945년 부산 범어사에서 동산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이때 동산 스님과의 인연은 ‘불교정화운동’에 직접적으로 뛰어들게 된 배경 가운데 하나였다.

1954년 5월 이승만 대통령의 유시로 불교정화운동이 촉발되자, 경산 스님은 그 중심에 섰다. 1955년 1월 효봉·인암·청담·월하 스님과 함께 비구측 대표로 불교정화대책위원회에 참여했으며, 그해 8월 비구측이 주도한 승려대회를 통해 종회의원에 선출됐다. 1962년 통합종단 출범의 토대를 다졌던 불교재건위원회에 비구측 15인 대표로 참여했고, 같은 해 8월 통합종단 중앙종회의원에 당선돼 차석부의장으로 선출됐다. 이후 조계종 교무부장, 총무부장, 동국학원 제18대 이사장을 역임하면서 종비생 제도를 발의·추진하고, 동국대에 역경원을 개설하는 한편 군승 제도를 추진하는 등 교육과 포교 영역 확대에 힘을 기울였다.
 

정화불사의 완성과 종단 화합의 성취에 앞장서며 수행자의 길을 묵묵히 걸었던 경산 스님의 일대기를 정리한 ‘청정 율사 경산 스님의 삶과 가르침’이 출간 됐다.
정화불사의 완성과 종단 화합의 성취에 앞장서며 수행자의 길을 묵묵히 걸었던 경산 스님의 일대기를 정리한 ‘청정 율사 경산 스님의 삶과 가르침’이 출간 됐다.

스님은 이어 1965년 화동위원회 조계종 대표, 1966년부터 1967년까지 조계종 제3대 총무원장을 역임한 후, 1968년부터 1972년까지 도봉산 천축사 무문관에 입방해 수행에 전념했다. 천축사 무문관에서 세속과 절연한 채 오로지 화두 하나에 매달려 용맹정진을 마친 스님은 종단이 위기에 처하자 1973년 다시 제9대 총무원장으로 선출됐다. 이때 스님은 ‘파벌과 문벌색에서 벗어나 총화를 이루고’ ‘승가를 정화해 수도하고 포교하는 종단’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불교의 위상제고에 앞장섰고, ‘부처님오신날’ 공휴일 제정에 적극 나섰다. 또 1973년 5월 한국불교종단협의회의 전신인 ‘한국불교회’를 결성해 초대회장에 선출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또다시 종단 내 갈등이 커지면서 임기를 마치지 못한 채 물러났고, 1979년 세 번째로 총무원장 소임을 맡아 행정을 이끌던 중 갑작스럽게 입적했다. 스님은 그렇게 전통불교 회복에 앞장섰을 뿐 아니라 통합종단조계종 출범의 기틀을 다지는 등 근현대불교사에서 혁혁한 성과를 남겼음에도, 끝내 산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복잡한 종단 현장에서 세연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복잡한 근현대불교사의 한 가운데에 있으면서도 “출가자의 본분은 수행하는 것에 있다”고 강조했던 청정 수좌의 표상 경산 스님의 일대기를 조명한 ‘청정 율사 경산 스님의 삶과 가르침’에서 스님의 수행, 포교, 교육, 행정에 대한 열정과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1만8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68호 / 2018년 12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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