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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당착 (自家撞着)

문 총장과 가톨릭 대구희망원

문무일 검찰총장이 최악의 인권유린 사례로 꼽히는 부산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비상상고를 한 데 이어 피해자들에게도 사과를 했다. 부산형제복지원은 마구잡이로 사람을 잡아다가 가둬놓고 강제노역과 구타, 감금, 성폭행 등 온갖 인권유린을 자행했다. 이 과정에서 12년간 513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당시 원장 박인근은 공금횡령으로 징역 2년 6개월이라는 가벼운 처벌만을 받았다. 폭행, 특수감금 등 모두 것이 무죄였다. 검찰은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살인혐의는 입에 담지조차 못했다.

비록 늦었지만 문 총장이 과거를 참회하고, 판결을 바로 잡으려고 나서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문 총장의 행보에 자가당착(自家撞着)의 느낌이 없지 않다. 가톨릭에서 운영한 대구희망원의 엽기적 사건 때문이다. 2016년 내부자 제보로 밝혀진 대구희망원 비리는 부산형제복지원과 판박이였다. 구타, 감금, 성추행 등 엽기적 인권유린과 공금횡령이 일상으로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6년간 사망한 사람만 312명이었다. 그러나 총괄원장이었던 신부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바로 풀려나 집행유예 기간임에도 대구대교구 본당 주임신부에 임명됐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지만 재판과정에서 과실치사는 무죄를 받았다. 항소심에서 감형까지 됐는데, 재판부는 가톨릭 신부들이 선처를 요구하고 있는 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부산형제복지원과 대구희망원 범죄는 시간과 장소만 다를 뿐 판박이처럼 닮았다. 엽기적인 범죄도 그렇고, 힘 있는 세력의 비호와 솜방망이 처벌까지 일맥상통한다. 다른 점이라면 비호의 실체가 군부독재에서 가톨릭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과거의 잘못된 판결을 바로 잡으려는 문 총장의 노력은 칭찬받아야 한다. 그러나 대구희망원의 결과를 보면 부산형제복지원의 비상상고를 입에 담는 것이 조금은 민망한 일이다. 이대로라면 29년 뒤에 다시 문 총장 같은 불행한 검찰총장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68호 / 2018년 12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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