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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육주의 ‘육주예불도(六舟禮佛圖)’

기자명 김영욱

그림으로 드러낸 부처님 향한 신심

금석승 육주 스님 불감 탁본
화가 진경이 예불 모습 더해
옛 예불방식 확인할 수 있어

육주의 전형탁·진경의 그림 ‘육주예불도’, 1836년, 종이에 전형탁 및 먹과 엷은 채색, 27.0×264.0㎝, 중국 절강성박물관 소장.
육주의 전형탁·진경의 그림 ‘육주예불도’, 1836년, 종이에 전형탁 및 먹과 엷은 채색, 27.0×264.0㎝, 중국 절강성박물관 소장.

萬代轉輪三界主(만대전륜삼계주)
雙林示寂幾千秋(쌍림시적기천추)
眞身舍利今猶在(진신사리금유재)
普使群生禮不休(보사군생예불휴)

‘오랜 세월 불법의 수레를 굴린 삼계의 주인이 쌍림에서 열반한 이래 몇 천 년이 흘렀던가. 진신의 사리가 오히려 지금에도 있으니 널리 중생들의 예불이 멈추지 않게 하는구나.’ 자장(慈藏, 590~658)의 ‘불탑게(佛塔偈)’.

옅은 갈색 가사의 승려가 두 손 모아 부처님에게 예를 올린다. 발걸음을 옮긴 그는 앞에 놓인 방석에 무릎을 대고 공양하듯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다가 고개 숙여 절한다. 다시 일어난 승려는 발걸음을 옮겨 부처님 앞에 서서 두 손 모아 다시 예를 올린다. 천천히 염불하며 돌고 다시 멈춰 서서 염불하기를 반복한다. 불가의 예불(禮佛) 장면이다.

승려의 법명은 육주(六舟, 1791~1858)이다. 속세에서의 성은 요(姚), 이름은 달수(達受)라고 전한다. 어떤 문집에는 달수를 자(字)로 보기도 한다. 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서예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흔히 ‘금석승(金石僧)’이라고 부른다. 그가 옛 청동기나 불상, 기와 등 여러 금석을 수집하거나 열람하여 전체 형태를 탁본하고 금석에 새겨진 글과 글씨를 고증하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기물의 전체 형태를 탁본으로 고스란히 옮기는 ‘전형탁(全形拓)’에 뛰어났다.

1836년에 친구를 비롯해 화가 진경(陳庚)과 더불어 신안(新安)을 방문했던 그는 우연히 조그만 불감(佛龕)을 보게 되었다. 537년에 조성된 이 불감을 본 육주는 너무나 기뻐하여 불감의 탁본을 떴다. 함께 자리한 진경은 탁본된 불감의 네 면을 돌며 예불하는 육주의 모습을 그려 넣었다. 그렇게 이 ‘육주예불도’가 만들어졌다.

마치 바다를 항해하던 도중에 광채를 발하는 부처를 만난 불제자들을 매우 작게 그린 돈황 막고굴 벽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작디 작은 불감 앞에 선 육주는 더없이 작은 존재이다. 뭇 중생들처럼 육주에게도 부처와 부처를 담고 있는 불감은 진리를 품은 장엄한 산이자 경문을 담은 거대한 비석인 셈이다. 진경은 이 불감을 대하는 육주의 경건하고 정결한 마음가짐을 예불이라는 불가의 상징적인 행위로 표현했다.

요불요탑(遶佛遶塔). 부처님에게 예배를 드리고 불상이나 탑을 여러 번 도는 예불의 오래된 전통을 말한다. 불상과 탑에 여러 가지 꽃잎이나 향을 뿌리기도 하는데 이는 부처를 공경하고 공양할 때 하는 하나의 의식이다. 화면 속 불감 주위를 돌며 합장하고 절하며 무언가를 쥐고 공양하는 육주의 모습은 바로 예불의 옛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불은 끊이지 않는 마음 쓸기이다. 비록 많은 시간과 체력이 필요하지만, 예불을 통해 마음은 경건해지고 정신은 맑아진다. 정신을 뒤덮고 있는 먼지를 쓸어내고 마음 한편에 쌓인 티끌마저도 털어버린다. 모든 것을 비어내고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김영욱 한국전통문화대 강사 zodiacknight@hanmail.net

 

[1468호 / 2018년 12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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