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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김종철의 ‘오도송(悟道頌)’

기자명 김형중

인간의 모순 발견하고 극복 위해
부정의 부정 통한 긍정 이끌어내

불행은 아상·인상에서 비롯
인상은 사람 중심 고정관념
아상·인상 버리면 부처 되고
그것 노예가 되면 범부중생

세상과 더불어 사는 것이
사람뿐인 줄 알았더니
오십줄에, 줄에 걸려 넘어지면서
나는 깨달았네

사람 눈에 사람 마음만 보고
사람 생각과 행동이
더욱 사람 되길 바랐더니
죽어서도 사람인 양
사람의 저승길만 찾을 게 뻔해

오십줄에 줄줄이 길을 묻게끔
오늘도 오도송 한 줄로 빗금질 치네

인생은 사람하고만 사는 것이 아니라 삼라만상의 유정무정(有情無情) 자연초목(自然草木) 중생들과 함께 살아간다. 그리고 결국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자연으로 되돌아간다. 이것이 우주자연의 법칙인 순환이고 윤회이다.

김종철(1947~2014)의 ‘오도송’은 ‘산중문답 시편 22’ 연작시 가운데 한 편으로 인간이 만물의 주인이고 중심이 된다는 잘못된 고정관념인 인상(人相)에 대한 깨달음을 노래한 시이다. 이 세상은 인간만을 위한 세상이 아니다.

세상이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하여 존재하고 자신의 생각이 진리이고 정의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아상(我相)이라고 한다. ‘금강경’의 핵심사상이 ‘이색이상분(離色離相分)’의 “아상을 떠나면 부처가 된다”는 이상불(離相佛)이다.

인간의 고통과 불행은 아상과 인상에서 비롯된다. 독재자의 공통점은 자신만의 생각이 정의라고 주장하는 아상이 강한 사람이다. 아상과 인상(人相)은 말만 다르지 결국 같은 뜻이다. 인상은 오직 사람만이 우수하고 인간을 위하여 세상을 지배하고 살아야 한다는 그릇된 고정관념이다.

시인은 50세 지천명(知天命)에 자신만 알고 살아왔던 아만과 아집의 이기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깨달음을 얻었다. 자연의 원리와 인간 삶의 이치를 터득한 것이다. 자기가 잘났다고 뻐기다가 인상의 줄에 넘어져서 코가 깨진 것이다. 인간은 중생이면서 부처인 묘한 존재이다. 아상과 인상을 버리면 부처가 되고 그것의 노예가 되면 범부 중생이다.

김종철 시인은 평범한 도시민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종교적 소재를 가지고 시를 썼다. 인간의 모순을 발견하고 그 갈등을 극복하기 위하여 부정의 부정을 통한 긍정을 이끌어내는 불교적 변증법이 나타나고 있다. 그의 시는 구도자적이고 증도가(證道歌)적 시로서 신선한 깨우침을 주는 시가 특성이다. 시집으로는 ‘등신불 시편’ ‘못에 대한 명상’ 등이 있다.

‘오도송’은 인생을 관조(觀照)하는 시이다. 시인은 진리는 가까운 곳에 있다고 읊고 있다. 그러니 나이가 들어가면서 넘어지고 엎어지면서 하나씩 깨우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 삶이 온통 깨달음이요 모두가 부처이다. 눈을 뜨고 보면 정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세상은 사랑할 만한 것이 너무 많다. 내 마음이 아름다우면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도 아름답다. 온 세상의 두두물물(頭頭物物)이 부처의 모습이 아닌 것이 없고 아름다운 불국정토를 장식하고 있는 화엄세계이다.

나이가 들어 그렇게 인생에 대해서 알만큼 알고 살만큼 살면 새로운 세상의 공부를 위하여 저승길로 떠나는 것이다. 시인은 67세에 세상을 떠났다. 이것이 인생이다.

김종철 시인의 ‘오도송’을 읽고 필자도 무술년 한 해가 저무는 석양에 서서 그의 ‘깨달음의 노래(오도송)’를 읽으며 지난 삶을 되돌아본다. “그때는 왜 그랬을까 왜 보지 못했을까/ 나 밖에 몰랐네 시간이 많은 줄 알았네/ 그놈의 욕심과 어리석음 때문에/ 망심(妄心)을 보듬고 허공에 핀 꽃을 바라보며 살았네”

동안거 기간이다. 시인의 시를 음미해 보자.

김형중 동대부여고 교장·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

 

[1468호 / 2018년 12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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