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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잃고 한 달, 밀린 병원비만 1400만원

  • 상생
  • 입력 2018.12.17 09:31
  • 수정 2018.12.17 17:41
  • 호수 1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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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서 온 이주노동자 풍씨
새벽에 일용직 일터로 향하다
교통사고 당해 뇌출혈 등 심각
위기 넘겼지만 재활치료 절실

교통사고를 당한 풍씨는 의식을 찾았어도 동생 하우씨조차 알아보지 못한 상태였다.
교통사고를 당한 풍씨는 의식을 찾았어도 동생 하우씨조차 알아보지 못한 상태였다.

11월4일, 경남 창원의 새벽바람은 모질게 쌀쌀했다. 여명도 채 밝아오기 전,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풍(32)씨는 토요일 이른 시각에도 일용직 사무실로 향하기 위해 서둘러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었다. 평소처럼 헬멧을 쓰고, 어둠을 가로지르며 숙소를 나섰다. 늘 지나다니던 그 사거리에서 언제나처럼 회전하던 중이었다. 사고는 순식간이었다. 미처 시야에 들어오지 않던 승용차에 그대로 부딪힌 풍씨는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었다. 하필 쓰고 있던 헬멧이 벗겨지면서 몸도 몸이지만 머리에까지 심한 충격이 발생했다.

풍씨에게 그 날 사고의 기억은 여기까지가 전부다. 구급차를 타고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일주일 만에 중환자실에서 깨어났다. 하지만 사고 소식을 듣고 베트남에서 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겨우 한국에 들어온 동생 하우(30)씨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였다. 사고의 충격으로 우측 팔, 다리를 전혀 사용할 수 없었고, 음식을 씹어 삼키는 것도 불가능했다. 병원에서는 외상성 뇌출혈로 인해 뇌손상의 정도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풍씨는 그렇게 꼬박 한 달 동안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어야 했다.

동생 하우씨의 지극한 간병 그리고 가족과 친구, 한국에서 인연이 닿은 이들이 보내는 기도의 힘이 작용한 덕분일까. 처음에는 가까운 가족도 알아보지 못했던 그가 어느 날 딸 사진을 보며 오열을 쏟아냈다. 차츰 기억이 돌아온다는 사실을 발견한 기쁨, 하지만 가족을 위해 돈을 벌고자 찾아온 타국에서 일터가 아닌 병실에 누워있는 스스로를 한탄하는 슬픔이 복합된 심정이었다. 목소리를 겨우 낼 수 있게 되었을 때 처음 내뱉은 말도 다름 아닌 “집에 가고 싶다”였다.

영영 깨어날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의식을 되찾으면서 다행히 회복 속도도 빨라졌다. 입원 한 달 만에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길 만큼 위급한 순간은 넘긴 상태다. 하지만 뇌 곳곳에서 혈관이 터져 의사소통과 인지 기능, 신체의 감각이 완전히 돌아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꾸준한 재활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 병원 측의 설명이다. 재활전문 병원도 알아두었지만, 정작 병원을 옮길 수가 없다. 1400만원에 달하는 병원비는 미납 상태에서 점점 금액이 늘어나고만 있기 때문이다.

사고 현장 CCTV 확인 결과는 풍씨의 과실이었다. 오히려 상대측에서 보상을 요구하지 않은 것만 해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마운 일이 됐다.

한국에 온 지 5년, 풍씨는 그동안 온갖 궂은일을 전전하다 최근 매일 일용직에 종사하며 하루하루를 버텨왔다. 그렇게 모으고 모아서 목돈이 되면 부모와 아내 그리고 어린 두 아이를 위해 고향으로 송금한 탓에 수중에 가진 현금이 거의 없다.

그나마 풍씨의 사고 처리와 입원 등 모든 과정은 동생 하우씨가 한국에서 근무할 당시 가족처럼 지냈던 한 직장 상사의 도움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고액의 병원비는 오직 풍씨 몫으로 남았다. 한국에서 이주노동자의 삶을 살았던 동생 하우씨의 경제여건도 좋지 않다. 사정이 딱해 주변에서 전국을 수소문했지만 대부분 고개를 저었다.

자신 역시 아내와 아이를 베트남에 두고 오직 형을 간병하기 위해 다시 한국에 온 하우씨는 “큰 충격을 받으실까봐 어머니께는 차마 사고 소식을 얘기하지 못했다”며 “하루 속히 형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서 재활하는 게 형과 우리 가족 모두를 위해 가장 절실한 방법”이라고 토로했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725-7010

창원=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469호 / 2018년 12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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