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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명군과 어머니

백혈병 딛고 수능시험 만점
도움 준 정각사 찾아 감사
베풂 강조한 어머니 영향

지난달 11월15일 치렀던 수능시험 성적이 최근 발표되면서 여기저기서 희비가 교차한다. 놀고 싶은 것 참고 밤잠 줄여가며 숱한 나날을 보냈을 수험생들이 한 번의 시험으로 운명이 갈릴 수 있다는 것은 잔혹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런 만큼 수능과 관련해서는 늘 뒷얘기가 무성하고 화제꺼리도 많다.

올해는 ‘불수능’이라고 할 정도로 언어, 수리, 외국어, 탐구의 영역 모두 어려웠다는 평가들이 나온다. 그럼에도 난관을 뚫고 만점 고지에 오른 수험생이 9명이나 나왔다. 이들 가운데 서울 선덕고 김지명군은 군복무 중에 만점을 받은 김형태 일병과 더불어 언론의 큰 관심을 받았다.

김군은 초등학교 6학년 때인 2012년 11월 자신이 백혈병을 앓고 있음을 알았다. 담당 의료진들은 정성을 다해 치료했고 어린 김군도 고통과 두려움 속에서 희망을 이어갔다. 중학교 내내 백혈병으로 고생하던 김군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완치 판정을 받을 수 있었고, 이번에 수능 만점이라는 놀라운 결실을 이뤄낸 것이다. 백혈병으로 허약해진 몸과 마음을 애써 추슬러가며 일궈냈기에 더욱 값진 성과였다.

그러나 사람들을 더 감동시킨 건 고마움을 잊지 않는 김군의 마음 씀씀이였다. 김군이 백혈병에 걸렸을 때 서울 성북구 정각사에서는 그에게 300만원을 지원했다. 큰 병에 걸려 경황이 없고 당장 수술비를 마련해야 하는 가족으로서는 정각사의 지원이 큰 위안이 됐을 것이 분명하다. 김군은 병세가 조금씩 나아지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성적이 크게 올랐고 장학금도 받았다. 그럴 때면 김군은 장학금을 정각사에 보시해 스님과 신도들을 뭉클하게 했다. 12월9일 정각사 작은사랑 후원회 행사를 찾은 김군은 “저를 향한 여러분들의 후원과 사랑이 전해져 제가 완치될 수 있었습니다. 저도 아픈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라며 200만원을 선뜻 보시했다.

김군이 어렵고 힘든 상황에도 배려하고 베풀 수 있는 심성을 가진 데에는 어머니 역할이 컸다. 서울 인수동에서 조그마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군 어머니는 정각사에서 지원금을 받을 때 항암치료 중인 아들을 데려갔다. 지원금도 직접 받게 한 뒤 “커서도 고마움을 잊지 말라”고 말했다고 한다. 어머니에게 김군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선물이었고,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아들은 어머니가 늘 강조하던 “받은 것보다 크게 돌려줘야 한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좋은 부모는 지식과 돈이 많다거나 일방적인 사랑을 쏟는다고만 되는 것은 아니다. 불교경전인 ‘육방예경’에서는 부모가 자녀에게 베풀어야 할 의무사항들을 설명하고 있다. ‘자식을 보살펴 악을 버리고 선에 나가게 함이요,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술을 가르침이요, 마땅히 법과 율을 지키게 함’이라 했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이 가치 있게 살아가도록 이끌기보다는 좋은 대학과 직업에 올인 하도록 하고 그것을 자식을 위한 일이라 여긴다. 인간이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존재라면, 아이는 부모의 욕망을 욕망하는 존재라는 말이 있다. 아이들에게 절대적인 부모, 그 부모의 욕망을 좇으려는 아이들은 삶이 버겁고 고달프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우울증, 성적비관 등 이유로 스스로 세상을 등진 초·중·고교생이 556명이다. 매년 111.2명, 매달 9.3명이 자살로 죽어가는 것이다. 교육부가 학생 189만47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 정서·행동특성 검사결과’에 따르면 자살을 선택할 정도의 정서적 위기에 놓인 학생이 무려 9만9000여명이나 됐다.
 

이재형 국장

김군의 어머니는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아들에게 “의사가 되더라도 돈에 연연하지 말고, 벌면 베풀고, 배운 기술로 네가 받은 것처럼 남을 도우며 살라”고 간곡히 당부했다고 한다. 김군이 훗날 가치 있는 삶을 산다면 그것은 ‘수능 만점’의 공부 능력보다도 지혜롭고 자비심을 갖춘 어머니의 진심어린 당부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mitra@beopbo.com

 

[1469호 / 2018년 12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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