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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문화재 밀반출과 불법거래에 대한 법적 규제는?(끝)

기자명 이숙희

문화재 불법거래 국제사회 공동 대응 절실

문화재는 국가 근원을 더듬고
민족 정체성 찾는 역사적 유산
도난·불법 반출된 문화재 경우
원산국 반환이 최근 국제 추세

보호협약 미체결 일부 국가들
도굴·도난문화재 세탁으로 유명
국내선 선의취득 불인정 불구
도난·밀반출 대담하고 다양해

강릉 한송사지 석조보살좌상, 고려, 높이 92.4㎝. ‘한국의 국보’ 회화/조각(문화재청, 2007).
강릉 한송사지 석조보살좌상, 고려, 높이 92.4㎝. ‘한국의 국보’ 회화/조각(문화재청, 2007).

문화재란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다른 문화들과의 상호작용과 끊임없는 문화교류를 통하여 형성되었다. 그 때문에 문화재로부터 역사적 상상력과 예술적 감동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문화재란 그 나라의 근원을 더듬어 가고 민족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역사적 유산이기에 우리 모두가 지키고 보존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문화재 반출에 관한 법적인 규정은 그 나라의 역사적 배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문화재 보호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역사가 오래되어 문화재가 풍부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터키, 이집트, 그리스, 멕시코 등과 같은 국가에서는 문화재 도난이나 불법 유출에 대해 강력한 법규를 사용하고 있다. 반면에 문화재 소비가 높은 미국이나 한때 문화재 약탈자였던 일본, 영국, 독일 등에서는 문화재의 자유거래를 장려하면서 문화재 거래에 대한 완화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1995년 보고된 바에 의하면, 불법문화재에 대한 전 세계 거래의 총액이 20억불에 달한다. 각 나라마다 문화재의 밀반출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어 국제적 차원에서의 여러 가지 공조가 필요하다. 그중 하나로 1970년에 마련된 유네스코(UNESCO) 협약이 있다. 국제 간 문화재의 불법적인 거래를 방지하고 합법적인 거래를 명확히 하기 위한 내용으로 문화재의 유통에 관한 국제적 규제의 틀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협정에는 미국, 캐나다, 호주, 우리나라 등 일부 국가들만 가입하여 실효성에서 큰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또한 1986년 국제박물관위원회(ICOM)는 도난당하거나 불법 거래된 유물을 박물관에서 구입하지 못하도록 규정하였다. 이러한 규정은 문화재 불법 거래를 막고자 하는 국제사회의 의지를 전달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문화재 거래에 관한 태도를 변화시키는 데 효과적인 역할을 하였다. 도난문화재의 경우, 원산지 국가나 원소유자가 그 반환을 요구할 때 각 나라의 법정에서 그 권리를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 대개 불법적으로 유출된 문화재가 거래된 경우 원래의 소유자 또는 소유국가와 구입자 중 누구를 보호할 것인가는 국가에 따라 적용되는 규제가
다르다.

최근에는 문화재의 도난이나 불법 반출된 문화재는 원산국으로 반환을 하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이며 실제로도 많은 사례를 통하여 국가 간의 다양한 협상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문화재 반환은 상당히 어렵고 미묘한 문제이다. 지난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 때 ‘한일간 문화재 및 문화 협력에 관한 협정’에 따라 다시 돌아온 문화재는 1432점(고고미술품 544점)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도 여전히 유네스코를 중심으로 문화재 반환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강대국들이 대부분 유출문화재를 많이 갖고 있어 그 실효성이 별로 없다. 때문에 민간 기업들이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갖고 해외 경매시장에서 사들이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지적하는 문화재전문가들도 많다.

1995년의 유니드로와(Unidroit) 협약에서는 보다 발전된 형태의 문화재 도난과 불법유통에 관한 방안이 마련되었다. 도난문화재와 불법 반출된 문화재일 경우, 선의의 취득을 인정하지 않고 원산지 국가나 원소유자에게 반환하도록 하는 국제간의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도난문화재의 경우, 문화재의 소재지나 구매자의 신원을 알고 있다면, 3년 안에 반환 청구를 해야 하며 반환 청구는 도난일로부터 50년을 경과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는 도난된 사실을 모르고 문화재를 구입했다고 해도 몰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협약은 협약 전에 발생한 불법 반출문화재의 반환에 대해서는 소급하여 적용할 수 없고 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발생한 문화재의 밀거래는 협약의 효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예를 들면, 문화재를 절취하여 도난문화재의 선의의 취득을 인정하는 국가로 반출하여 그곳에서 다른 사람에게 넘겨 버리면 문화재의 원소유자가 이를 회수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스위스 같은 나라는 문화재 거래를 금지하는 국내법이 없을 뿐 아니라 문화재 보호에 관한 다른 나라와의 협약도 체결하지 않아 도굴 또는 도난문화재를 세탁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983년 2월 유네스코협약에 가입하였으나 유니드로와 협약에는 아직 가입하지 않았다. 유니드로와는 일본이나 미국, 영국, 프랑스 등도 가입하지 않은 협약이다. 현재 유니드로와 협약에 가입한 나라보다는 가입하지 않은 나라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로 본다면, 각 나라에서 시행하는 문화재보호법과 국제사법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문화재보호법’ 제39조에 지정문화재 또는 가지정문화재를 수출금지 및 국외반출의 허가 규정을 위반하여 국외로 반출한 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는 규정이 있다. 또한 국외로 밀반출된 문화재를 양도, 양수 또는 중개한 자에 대해서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처한다는 처벌조항이 마련되어 있다. 제92조에는 국가지정문화재를 손상, 절취하거나 은닉한 자도 마찬가지로 2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받을 수 있다. 이렇듯 지정 또는 비지정문화재 등에 해당하는 모든 문화재를 절취, 은닉하는 행위나 밀반출, 불법적인 거래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을 적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법적인 규제에도 불구하고 매년 발생하는 문화재 도난사건은 줄어들지 않고 밀반출의 방법과 불법거래 방식도 점점 대담하고 다양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보다 근본적인 문화재 도난과 불법적인 유통구조, 국외 밀반출 방지를 위한 여러 방안들이 시도되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2002년 12월30일에 문화재 절도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도난문화재를 매매할 수 없도록 ‘문화재보호법’이 일부 개정된 바 있다. 문화재를 절취하고 숨겨 놓고 있다가 3년에서 7년이 지난 후 팔아버리면 처벌할 수 없었던 공소시효가 사실상 없어진 것이다.

이제 도난문화재를 은닉, 처분한 자나 구입한 자 모두 처벌받을 수 있도록 법안이 강화되었다. 2007년 7월27일에는 도난문화재에 대한 선의취득을 인정하지 않는 조항까지 새로 제정되어 매매행위가 일어나면 언제든지 처벌받게 되었다. 도난문화재라는 사실을 모르고 구입한 경우에도 구입자는 원천적으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고 원소유주에게 다시 돌려주게끔 된 것이다.

문화재 도난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문화재 밀반출 및 불법적 거래 역시 국제사회 공동의 고민거리이다. 따라서 우리 문화재에 대한 무분별한 도난행위를 방지,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화재 전반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 간의 국제적인 협조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shlee1423@naver.com

 

[1469호 / 2018년 12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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