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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장승련의 ‘종소리’

기자명 신현득

고통지옥 부수고 평안 주는 종소리
지혜의 가르침 담긴 부처님 목소리

종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만
듣는다는 시귀는 법문 한 구절
지혜의 눈과 귀와 마음까지도
열려있지 않으면 못 듣는 소리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제야의 종소리가 기다려진다. 섣달 그믐밤, 한 해의 마지막 시간에 맞추어 울리는 것이 제야의 종소리다. 절에서 섣달그믐에 108번의 종을 쳐서 부처님 법을 기리고, 밝은 새해를 축원하던 것이 나라의 행사로 옮겨져 ‘제야의 종’이 된 것이라 한다.

종은 처음부터 불교의 문화였다. 처음에는 건치(健稚)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더 좋은 이름인 ‘종’으로 바뀌었다. 큰 절에 있는 크고 우람한 종을 엄숙한 이름으로 ‘범종(梵鐘)’이라 부른다. 우리나라에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범종이 나라의 보배로 정해져 있다. 그 중 가장 이름난 것이 국보 29호 ‘성덕대왕신종(聖德大王神鐘)이다. 신라 34대 성덕왕이 좋은 세상에 가서 나기를 빌며, 그의 아들인 경덕왕과 손자 혜공왕 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구리 12만근(72톤)이 들었다 한다.

종의 몸체와 아래에 당초무늬와 연꽃무늬가 어우러져 있고, 윗부분에 용이 새겨져 있다. 꽃구름 속에 네 사람의 선녀(비천)가 하늘옷자락을 날리며 허공을 나는 모습은 놀라운 예술작품이다. 종의 역사와 힘을 모은 사람의 이름을 새긴 천 개의 글씨 또한 예술품이다.

다시 생각해도 종은 불교의 예술품이다. 절에서는 새벽 예불과 저녁 예불 직전에 종을 친다. 이를 아침쇳송, 저녁 쇳송이라 한다. 쇳송 종소리를 듣고 스님들이 예불을 올리는 법당으로 모이게 된다. 종소리에 곁들여, 어두운 세상을 밝히고 모든 중생이 깨달음을 얻게 하소서, 하는 염불과 지옥을 부숴버리는 파지옥진언(破地獄眞言)을 외운다. 종소리에 고통의 지옥이 무너지고 평화와 안락이 오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평화의 종소리가 동시에는 어떤 울림으로 나타나 있을까?

종소리 / 장승련

저 혼자
언덕 높은 종루에서

부처님 말씀을
소리로 담아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누군가 종을 울리면
언덕 아래로
흘러가는 종소리.

지나가는 바람도
어깨에 실어
멀리까지 퍼 나른다.

들을 수 있는 사람만 듣는
부처님 말씀 높은 종소리.

불교아동문학회, 연간집 ‘무궁화 할아버지’(2017)

종소리는 종루에서 파지옥진언과 같이 떠나고 있다. 고통의 지옥을 부숴버리고 평안을 가져다주는 종소리다. 지옥이 부숴지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지옥은 사람의 마음속에도 있다. 어린이들 맘속에도 있을 수 있다. 종소리가 마음속을 편안하게 해주면, 지옥은 무너진 것이다. 종소리를 듣고도 마음이 행복해지지 않으면 지옥이 그대로다.

종소리에는 부처님 자비의 말씀이 담겨 있다. 종소리는 곧 부처님 목소리다. 지나가는 바람이 종소리를 어깨에 싣고, 온 세계로 나르고 있다. 이 시 귀에서 들을 수 있는 사람만 듣는다는 말이 법문 한 구절이다. 세상에는 부처님 말씀을 들을 줄 모르는 사람이 있다. 지혜의 눈과 지혜의 귀, 지혜의 마음이 열려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혜의 마음이 열려 있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지혜를 심어주려고 애쓰는 부처님이시지만 악마의 손에 잡힌 인간은 부처님 말씀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런 사람일수록 종소리가 가서 닿아야 한다, 종소리는 부처님의 목소리니까.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469호 / 2018년 12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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