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협의 불교인권위 딜레마
종단협의 불교인권위 딜레마
  • 김현태 기자
  • 승인 2018.12.24 09:58
  • 호수 14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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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8일 열린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정기이사회에서 ‘불교인권위원회 산하단체 제명의 건’이 정식 안건으로 상정됐다. 불교인권위의 성향과 활동의 내용을 볼 때 종단협에서 분리해 시민사회단체로서 독립적 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적합하다는 의견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불교인권위는 1990년 창립해 독자적으로 활동해오다 2006년 이사회의 동의를 얻어 종단협 산하단체로 편입됐다. 편입 초기 종단협은 예산과 사무공간 등을 지원했으나 2014년 이후 이름만 등재돼 있을 뿐 어떠한 지원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제명의 건이 안건으로 상정된 데는 올해 불교인권상 수상자로 이석기 전 국회의원을 선정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실제 이날 이사회에서는 이석기 전 국회의원을 불교인권상 수상자로 선정했다는 발표 이후 종단협 사무처뿐 아니라 회원종단에 항의가 빗발쳤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불교인권위원장 진관 스님이 참회와 함께 향후 중요한 활동은 미리 사무국에 보고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불교인권위에 대한 원성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결국 일부 스님들이 우리사회 민주화와 인권 향상을 위해 활동해온 그간의 노력을 설명하고, 진관 스님이 불교인권위 활동의 논의와 보고를 거듭해 약속한 후 안건은 보류됐다.

이번 일은 불교인권위가 사실상 진관 스님만으로 운영되는 단체이기에 비롯된 일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진관 스님은 지선 스님과 함께 불교계 민주화운동을 주도한 대표적 인물로 평가된다. 이로 인해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생활을 하는 등 적지 않은 고초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진관 스님은 불교계에서조차 늘 주변인이었고 생명존중의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불교인권운동을 시작했어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간혹 개인적 판단에 따라 결정한 일이 불교 또는 인권과 동떨어져 여론의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과거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에게 불교인권상 수여한 것과 지난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공개 지지한 일 등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종단협이 불교인권위를 받아들인 것은 불교인권위가 불교의 위상을 높이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에 불교인권위 활동에 대한 지원과 함께 회원종단에서 인권위원 한 명씩을 선정해 불교인권위 활동에 동참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종단은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오히려 방기했다.
 

김현태 기자

종단협과 불교인권위 모두는 이번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인권은 뭇 존재들의 생명권과 더불어 불교의 핵심사상으로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일부 잘못을 문제 삼아 12년째 종단협 이름으로 활동 중인 불교인권위의 제명을 논의할 게 아니라 어떻게 활성화시키고 대중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우선이다. 불교인권의 의미부터 재정립해 인권과 관련된 불교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대표단체로 불교인권위가 거듭나길 바란다.

meopit@beopbo.com

 

[1470호 / 2018년 12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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