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 긴 호흡으로 보자
한반도 비핵화, 긴 호흡으로 보자
  • 정영철 교수
  • 승인 2018.12.24 10:27
  • 호수 147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미관계가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미 고위급 회담이 불발되면서 교착 국면이 길어지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면 한반도 비핵화의 과정이 역시 쉬운 길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올 초, 북한의 신년사를 계기로 평창 올림픽 참가,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그리고 싱가포르에서의 세기적 북미 정상회담 등을 거치면서 금방이라도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가 손에 잡힐 듯 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초기의 낙관적인 예상과는 달리 북한과 미국이 서로가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교환에 실패하면서 지금은 북미간 협상마저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역시 ‘북한은 믿을 수 없다’는 것에서부터, 미국이 이전의 ‘오래된 버릇’을 버리지 못했다는 것까지….

현재의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해 우리 정부는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아직까지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답방도 사실상 어려워졌고, 북미가 마주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데서도 큰 진전이 없다. 오히려 미국은 최근 인권문제, 종교문제를 빌미로 기존의 대북 제재와 더불어 새로운 압박을 가하고 있다. 북한에 추가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미국과 대북 제재의 최소한의 완화를 요구하는 북한 사이에 아직도 커다란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 모든 원인은 결국 북한과 미국의 불신구조가 제거되지 않고 있는 데 있다 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상황은 오히려 그간의 북미간 역사, 즉, 한국전쟁 이래 70여년간 적대해왔던 두 나라 관계를 보면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오랜 기간의 적대와 갈등의 구조를 지속해왔던 두 나라가 한두 번의 회담을 통해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싱가포르 회담에서도 첫 번째로 내세웠던 것이 바로 신뢰의 구축이었고, 뒤이어 평화와 비핵화의 문제가 담겨지게 되었다.

또한 우리 역시 한반도의 비핵화를 단기간에 해결이 가능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1년 전만해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시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라고 평가했었고, 이를 관리하면서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지금의 상황은 한반도의 비핵화·평화, 그리고 북미간 관계 정상화까지의 멀고 먼 길을 가는 과정에 있다고 할 것이다. 여전히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북미 정상회담을 희망하고 있고, 대표적인 강경파로 꼽혔던 볼턴 보좌관은 북한의 추가 조치에 대북 제재 완화를 검토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북한 역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전혀 변함이 없다고 국제사회에 말하고 있다. 큰 틀에서 본다면, 북미 그리고 우리까지 포함하여 모두가 지금의 협상판을 깨고 나갈 마음은 전혀 없는 것이다.

문제는 이를 바라보는 일부 언론과 집단, 그리고 일부 인사들의 신중치 못한 발언이다. 즉, 이들은 조그만 사항 하나는 크게 부풀리거나 ‘북한의 의지’ 혹은 ‘미국의 자세’ 등을 근거로 마치 협상의 국면이 잘못되기라도 한 듯이, 아니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앞세워 지금의 상황을 평가하고 있다. 지금 형성되어 있는 구조의 문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지엽말단의 사건을 통해서 마치 모든 것이 어긋나 있는 듯이 말하고 있다. 이럴수록 우리는 긴 호흡으로 현재를 평가하고, 문제를 파악하고, 대책을 세워 나가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긴 호흡의 긴 여정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을 가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간의 ‘사건’을 앞세워 섣불리 평가해서는 안 된다. 긴 호흡의 여정을 착실히 준비하는 것,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때이다.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chungyc69@sogang.ac.kr

 

[1470호 / 2018년 12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