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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서양불교의 탈전통 및 통합 지향성-상

기자명 장은화

이웃종교 개방적 태도로 서양에 불교 홍포 성공

북미지역 선련사 일군 삼우 스님
참선 공동체로 불교사회운동 전개

‘북미 자혜불교회'로 명칭 바꾸며
모든 사람 위한 깨달음 운동 펼쳐

3년 과정 미륵상가대학 개설하고
한국불교 해외포교사 양성키도월간

미국 시카고에 있는 선련사(왼쪽)의 등록신자는 1800명에 달한다. 2014년 개관한 맨해튼 선련사 앞에서 삼우 스님과 신도들(오른쪽).
미국 시카고에 있는 선련사(왼쪽)의 등록신자는 1800명에 달한다. 2014년 개관한 맨해튼 선련사 앞에서 삼우 스님과 신도들(오른쪽).

미국의 불교는 인종문제, 수행, 민주화, 사회참여, 변용 등의 중요한 문제로 인하여 개별적 불교공동체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신중한 자기성찰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체제 속에서 성장해왔다. 이러한 자기성찰의 결과 미국불교의 내적인 통합성(ecumenicity)이 이제는 미국 땅에서 전통의 지속적이고 조화로운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일치된 의견이 나오게 되었다.

1987년 여름 미시간주 앤아버 선불교사원(Zen Buddhist Temple of Ann Arbor)은 ‘북미 세계불교 회의(Conference on World Buddhism in North America)’를 주최했다. 미국 내 다양한 불교전통의 대표들이 각자의 현안과 전망을 토의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상좌부, 정토, 선, 티베트 불교의 남녀승려, 불교학자들이었으며, 특이한 점은 아시아불교도와 서양불교도 그리고 미국의 불교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사실이었다.

8일 간 진지한 논의가 오갔다. 불교도로서 그들은 서로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인가? 미국사회에서는 어떤 형태의 교육과 문화가 적절할 것인가? 불교는 미국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또 미국은 불교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수행을 하지 않는 불교학자가 가르치는 불교는 이런 저런 불교의 계보에서 가르침을 전수받은 사람들이 가르치는 불교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출가자와 재가자, 여성과 남성은 또 어떨까? 이 모임에서 결정된 사항은 합의문 형식으로 발표하여 향후 실천의 기반을 다져나갔다. 그러나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변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 회합의 의의는 무엇보다도 북미 불교전통 간에 대화를 시작하고 상호이해와 협력을 증진함으로써 공통의 목표를 지향하고자 한 최초의 회합 중의 하나였다는 점이다. 현재도 매년 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불교의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되는 이 모임의 주최자는 다름 아닌 한국의 선승 삼우 스님이었다. 서양불교의 통합운동에서 삼우 스님의 비중이 작지 않으므로 잠시 삼우 스님에 대한 소개가 필요할 듯하다. 숭산행원(1927~2004) 선사뿐 아니라 삼우 스님도 서양에 살면서 가르침을 펴고 있는 조계종 승려로서, 서경보(1914~1996) 스님 다음으로 미국에 온 한국의 선사로서 선련사(禪蓮寺, Zen Lotus Society, https://www.zenbuddhisttemple.org)를 일군 장본인이다.

삼우 스님은 1941년 진주 시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진주사범 출신이고 어머니는 일신여학교(진주여고)를 나온 신여성이었으나 일제 때 아버지는 만주로 가버렸고, 한국전쟁 때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결국은 가정을 등진 아버지의 방랑과 동족상잔의 비극, 어머니의 죽음이 그를 출가하게 했다. 삼우 스님은 청담 스님이 있던 김천 직지사를 거쳐 58년 상주 남장사에서 삭발하고, 부산 범어사에서 정식 스님이 되었다. 조계종 2대 종정을 지낸 동산(1890~1965) 스님 밑에서 수계를 받고, 선불교의 대가 설봉(1890~1969) 스님에게서 선을 배웠다.

1966년 일본, 홍콩 등을 거쳐 67년 8월 뉴욕에 온 삼우 스님은 밤일을 하면서 42가의 한 아파트에 선련사를 열고 미국인들에게 참선을 가르쳤으며 그 후 캐나다로 가서 68년 몬트리얼, 72년 토론토에서 식당 접시닦기를 하면서 우체국 수하물을 나르다가 눈 속에 쓰러지기도 했다. 이후로도 온갖 고생을 다 해가면서 참선 공동체를 만들어 불교 사회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79년 토론토시 우범지대에 헌 집을 사서 절을 만들었고, 82년 미시간 앤 아버(Ann Arbor)에, 84년 멕시코시티에 선련사를 개원했다. 시카고 선련사는 뒤늦게 92년 낡은 교회건물을 구입하여 마련했다. 현재 시카고 시내 링컨가에 있는 선련사는 등록신자 1800명, 출석신자 300명에 이르고, 토론토 선련사는 열성적인 신자가 400명이라고 한다. 혈혈단신으로 서양에 온지 40년 만에 일궈낸 결실이었다.

삼우 스님은 세계 종교 간 대화 모임에도 열심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웃종교에 대해 이와 같이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서양에서 불교 홍포에 성공한 선사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달라이라마, 틱낫한, 숭산 스님이 그 비근한 사례가 된다. 삼우 스님의 타고난 성품, 지나온 시절의 수많은 역경 속에서 다져진 열정 또한 성공요인으로 지목하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한 인터뷰 기사에서 삼우 스님은 달라이라마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제가 달라이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는 티베트의 독립을 위해서 비폭력 평화운동을 전개한다는 점입니다. 또 서양 지식인 사회에 티베트불교를 전한 그의 열정에 존경심을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누구한테나 친근하고 겸손합니다. 높이 올라갈수록 그렇게 하기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책도 많이 쓰고, 강론도 쉽게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는 서양의 과학문화와 동양의 정신문화를 연결하는 다리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큰 인물입니다. 다시 말해서 기독교는 믿음의 종교이고, 불교는 지혜의 종교인데, 지혜와 과학의 접목을 중요시 한 것은 비전을 갈망하는 이 시대에 훌륭한 가르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인터뷰 내용을 보면 그가 사회적으로 비폭력 평화운동을 지지하고, 성격적으로 탈권위와 소통을 중시하고, 지식적 소양과 소통능력을 중시하고, 동서양의 문화적 소통을 강조하면서, 불교를 이 시대에 알맞은 언어로 전달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은 불교가 서양으로 널리 퍼져나가는 데 꼭 필요한 요소다.

삼우 스님의 선련사는 1967년 맨해튼의 아파트에서 창립되었는데 1990년 그 명칭을 북미 자혜불교회(Buddhist Society for Compassionate Wisdom)로 바꾸었다. 현재 이 단체 휘하에는 다섯 곳의 선불교의 사원이 있는데, 각각 앤 아버, 시카고, 뉴욕시, 토론토, 맥시코시티에 위치해 있다. 명칭의 변경은 선련사가 이제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구제와 깨달음으로 그 방향을 바꾸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자혜불교회가 북미에서 다원주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종교 간 대화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것이 이런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또한 보편적 구제라는 원력을 실천하고자 1985년부터 삼우 스님은 3년 과정의 미륵상가대학(Maitreya Buddhist Seminary)을 개설하여 한국불교 해외포교사를 양성하고 있다.

장은화 선학박사·전문번역가 ehj001@naver.com

 

[1470호 / 2018년 12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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