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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특집] ‘자전거 탄 풍경' 송봉주

“너에게 난 나에게 넌, 부처님 가르침 담은 인생곡이죠”

BTN불교라디오서 DJ하던 중
올해 초 방광암 선고 받고 실의

부처님 법 만나 삶 되돌아보며
속내 담은 찬불가 음반도 발매

투병 중 명상 통해 심리 안정 취해
모든 것 인연 따라 옴을 알아차려

‘메시지 있는 음악' 만들기 염원
동화작가 변신해 책 출간도 계획

불교를 공부하며 자신의 삶도 되돌아 볼 수 있었다는 송봉주씨는 “가사나 글귀를 통해 하고 싶은 불교이야기가 너무 많다”며 웃었다.

포크송 그룹 ‘자전거 탄 풍경’의 멤버이자 싱어송라이터 송봉주씨는 발라드계 스테디셀러로 단연 손꼽히는 노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을 작사·작곡한 주인공이다. 2001년 발표돼 배우 조인성과 손예진이 주연한 영화 ‘클래식’(2003년 작) OST로 사용되기도 했던 이 곡은 감미로운 기타 선율과 가슴을 울리는 가사로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2월19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만난 송봉주씨의 어깨엔 커다란 기타가 메어있었다. 1992년에 데뷔했으니 26년이 넘는 시간을 단 하루도 빠짐없이 기타와 함께했다고 했다.

“불교를 공부 하고 나서 가만히 보니 기타는 그냥 인연이었던 것 같아요.”

음악을 하는 삼촌과 함께 유년시절을 보낸 그에게 장난감은 삼촌의 각종 악기와 음반들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기관지 결핵을 앓으며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악기를 만지게 됐고 자연스럽게 통기타로 음악을 만들고 부르는 가수가 됐다.

현재 BTN불교라디오 ‘송봉주의 음악풍경’을 진행하는 DJ이기도 한 그는 “이 또한 인연이었나 봐요”라며 웃음을 보였다. 사실 그는 신부를 꿈꾸며 성공회대 신학과에서 3학년 1학기까지 공부를 했던 신학도였다. 재학 중 음악활동을 하면서 학사경고를 받는 횟수가 잦아졌고 결국 둘 중 음악을 선택하면서 냉담자(교회에 나가지 않는 세례를 받은 기독교인)가 됐다.

1년 반 전 라디오 방송을 시작할 때만 해도 그는 사실 불교에 대해 잘 몰랐다. 불교라디오였지만 대중가요를 다루는 프로그램이었기에 DJ 요청에 응했고 출연진 섭외까지 도맡으며 애착을 갖고 즐겁게 방송에 임했다. 그가 불교에 다가가게 된 것은 DJ로 입지를 다져가던 올해 초, 암 선고를 받고나서부터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방송과 공연으로 피곤할 뿐이라며 넘겼던 것이 방광암이었다. 다행히 초기였고 수술 후에도 방사선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악성은 아니었다. 하지만 암은 그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암 선고 후 공포와 두려움으로 며칠을 보냈다. 주변을 둘러보니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타 하나만 남긴 채 가진 것 대부분을 정리했다. 방을 가득 채울 만큼 쌓여있던 책과 음반, 공연사진, 포스터가 사라지고 텅 빈방 안을 보고 무상함을 느꼈다.

“필요 없는 것들을 끙끙대며 짊어지고 살았던 거죠. 암 선고를 받고 며칠은 자다가 눈을 뜨면 죽음이 보였어요. 그런데 태풍처럼 휩쓸고 간 것만 같은 순간을 넘어서며 뜻밖에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그때 그의 손에는 ‘부처님의 생애’ 책 한 권이 들려 있었다. DJ를 하며 인연이 된 진명 스님이 암 선고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손에 쥐여 준 책이다. 불교공부에 그렇게 빠지기 시작했다. ‘법구경' ‘반야심경' ‘천수경'….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들은 모아놨다가 라디오 방송을 하러 갈 때마다 사람들을 붙잡고 물었다. 진명 스님, 운성 스님, 구희철 피디…. 모두가 다 그의 불교선생님이 됐다.

어느 날 문득 불교에 흠뻑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는 그는 모든 것이 인연 따라 왔음을 직감했다. 지난 10월, 찬불가 음반은 그렇게 탄생했다.

“내가 불교 안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니 노래였어요. 가슴 속에 숨겨놨던 이야기를 꺼내 곡을 만들고 보니 지나간 저의 세월이 다 담겼더라고요. 제목을 한참 못 정하고 있다가 지금 저가 서 있는 곳이 부처님에게 가는 언덕 즈음인 것 같다는 생각에 ‘바라밀’이라 제목 붙였죠.”

음반을 내기 전 그는 많은 불교음악을 찬찬히 살펴봤다. 국악과 클래식 장르가 대부분이었다. 발전할 수 있는 요지가 분명히 있지만 젊은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포인트가 없었다. 자라면서 접한 친근한 멜로디가 담겨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그의 주특기인 포크 음악으로 찬불가를 시작해보기로 했다. 판로가 없다는 것을 알고 시작한 것이기에 돈벌이에 대한 생각도 없었다. 그저 노래를 많이 부를 수 있도록 자신을 초대하는 법회나 공연자리가 많았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기회가 된다면 젊은 뮤지션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는 불교음악 세미나를 열고 싶은 욕심도 있다.

“찬불가가 제게 주어진 일이라면 다른 뮤지션도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터놔야겠다는 생각이에요. 불교음악을 통해서 하고 싶은 게 많고 응원해주는 이들도 있어 갈 길이 멀지만 힘이 납니다.”

2018년 시작과 함께 암 선고를 받고 수술과 치료를 하며 심적으로 힘들었을 법도 하지만 그는 오히려 감사하다고 했다. 암으로 인해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됐고 불법을 만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명상에 빠져있다. 암 선고를 받고 공포감과 두려움에 휩싸였을 때 명상을 통해 심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만약 불교를 모르고 살았다면 병이 심각하든 하지 않든 큰 고통에 휩싸였을 것”이라며 “어쩌면 불교를 알게 하려고 암이 왔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찬불가든 대중가요든 ‘메시지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다. 다작하는 가수는 아니기에 한 곡이라도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음악을 만드는 게 목표다.

2019년에는 가수뿐 아니라 동화작가로도 활발한 활동을 할 계획이다. 올해 작가로 참여한 그림책 2권이 반응이 좋아 꾸준히 동화책을 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불교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가사나 글귀를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졌다. 불교를 알기 전이었다면 밀어붙여 6개월만에도 다 할 작업이었겠지만 천천히 가려고 한다.

“모든 것은 우연이 아닌 인연에 의해 순리대로 된다는 이치를 알고 나니 내가 정한 시기는 의미가 없더라고요. 끈을 놓지 않고 구상과 준비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때가 오겠지요.”

암 투병 후 불법을 만나고 새로운 삶이 열렸다는 송봉주. 싱어송라이터로, 동화작가로 부처님과 함께하는 제2의 인생이 이제 시작되고 있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471호 / 2019년 1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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