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 김용균 영가를 추모하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어난 김용균 청년의 죽음은 세상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우리가 쓰는 전기는 이러한 청년들의 죽음 대가로 얻어진 것이다. 밤에 산책하며 바라보는 아파트의 휘황찬란한 불빛을 보노라면, 우리 발아래에서 신음하는 젊은 노동자들의 피눈물이 밤하늘로 번져가며 이 세상을 혼돈 속으로 집어삼키는 것 같다. ‘죽음의 외주화’라는 자본의 전횡 속에서 우리는 이 찬 겨울을 따뜻한 방 안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낸다. 그 밝은 불빛과 따뜻한 온돌 아래에서는 죽음의 순서를 기다리는 젊음들이 주거공간마저 지옥 같은 한두 평의 쪽방에서 버거운 삶을 보내고 있다.

과연 불교는 이러한 모순과 질곡의 현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이제 우리가 금과옥조로 여겨온 모든 교의는 새롭게 해석되어야 한다. 상구보리 하화중생과 시기상응(時機相應)의 전통적 가르침을 사회로 확산시켜야 한다. 예를 들면, 대승불교의 소중한 가르침인 육바라밀은 자본주의를 비롯한 사회 부조리의 폐해를 파헤치고 교정하며, 이 땅을 안락한 공동체로 변화시켜가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보시는 인간의 생명을 약육강식의 사회구조로부터 지키는 것으로, 지계는 생명을 돈으로 아는 인명경시를 생명존중의 사회로 바꾸는 것으로, 인욕은 물욕으로부터 해방되고 중도의 행복구현을 위해 인간의식을 끊임없이 계몽시켜가는 노력으로 대체해야 한다. 정진은 강자의 횡포는 물론 자본과 권력에 의한 차별과 멸시를 없애는 것으로, 선정은 부정과 불의를 없애고 모두의 행복을 위한 정의와 평화의 사회를 건설하는 것으로, 지혜는 모든 이웃이 영육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되고, 부처와 같은 그들의 소중한 삶이 존중받도록 모든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것으로 탈바꿈되어야 한다.

불자로서 부끄럽지 않은가. 인간의 탐욕이 지구를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분열시키고, 지구자원을 무한대로 착취하며, 허상의 행복을 꿈꾸는 이 전도몽상의 현실이. 우리가 밤낮으로 외는 ‘반야심경’의 “아제아제 바라아제 모지사바하”는 과연 함께 사는 우리에게 무엇을 던져주고 있는가. 이 차안을 놓고 저 피안의 언덕으로 혼자 간다고 그것이 과연 행복이겠는가. 부처님은 모든 살생을 엄금하셨다. 생명을 직접 죽이는 것은 물론, 죽음을 사주하는 것과 죽임의 물건을 건네는 것조차 엄금하셨다. 그러함에도 우리도 깊숙이 관여하여 죽음을 사주하며, 한줌의 안온한 일상을 위해 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지 않는가.

이제 야단법석을 새로 깔아야 할 때다. 이 사회를 법석에 초대하여 대형 걸개로 자본의 발아래 죽어간 우리 청년들의 영혼들을 모시고, 전 민중이 참회하며 다시는 이처럼 죽음이 일상화되는 현실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육바라밀의 사회적 계약을 다시 부여해야 한다. 여기에 산문 안팎의 출재가의 구분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아, 부끄럽다. 이토록 비정한 죽음은 없어야 했음에도 우리는 사회적 계율을 무시함으로써 우리 이웃을 타살로 몰아넣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정토세계는 우리의 욕망이 끊어진 열반의 세계, 즉 우리 안팎의 참 평화의 세계를 말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김용균 청년을 마음의 재단에 올리고 매일 통한의 참회를 해야 한다. 다시는 이러한 반문명적이고, 반불법적인 현실을 묵과하지 않겠다고. 우리는 온 힘과 정성을 다해 구천에 떠도는 그의 고통의 얼굴이 활짝 펴지도록 하고, 구천에 함께 있는 그의 동료들 또한 우리 모두가 지은 공업(共業)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날아가도록 저승의 대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연말과 새해에는 그들 모두가 다시 이 땅에 환생하여 남은 삶을 온전하게 마칠 수 있도록 건져내는 일에 부처님의 원력을 빌려 오체투지 해야 한다. 아, 김용균 영가시여,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품안에서 완전한 해탈천도와 왕생극락을 이루소서. 그리고 이 사회와 세계의 모든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굽어 살펴주시는 부처님으로 우리 곁에 다시 오소서.

원영상 원광대 정역원 연구교수 wonyosa@naver.com

 

[1471호 / 2019년 1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