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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세간과 출세간의 관계

부처님 전법 선언에서 세간과 출세간 둘 아님 확인

부처님은 아라한과를 증득한
제자들에 입세간 필요성 강조
중생에 실천가능 가르침 제시

기본적으로 초기불교의 교학체계는 깨달음의 세계나 궁극적인 열반을 지향하는 출가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즉 초기불교의 주요 교리와 수행론은 번뇌와 욕망의 굴레에서 살아가는 범부들의 세간적인 삶을 벗어나 번뇌와 욕망의 굴레를 완전하게 여읜 깨달음의 세계를 추구하는 출세간적인 삶을 최고의 목표로 제시한다. 이러한 삶의 유형은 실질적으로는 범부들의 ‘세속적인 삶’과 전문적인 수행자나 출가자들의 ‘탈세속적인 삶’이라는 두 가지 형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때 세간과 출세간의 긴밀한 관계는 재가와 출가의 관계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런데 현대사회의 무한 경쟁 속에서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일반인들에게 번뇌와 욕망의 문제 등을 완전히 초극하고자 하는 출세간적인 삶의 형태는 제대로 실천하기 어렵거나 다소 생경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어떤 면에서는 현대사회의 물질적 풍요와 문명의 이기 속에서 살아가는 전문적인 수행자나 출가자들에게도 번뇌와 욕망의 문제를 억제하거나 초월하고자 하는 완전한 수행적인 삶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세간과 출세간의 관계는 어떠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붓다의 다음과 같은 전도 선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구들이여, 나는 인간계와 천상계의 모든 결박에서 해방되었다. 그대들 역시 인간계와 천상계의 모든 결박에서 해방되었다. 비구들이여, 이제 법을 전하러 길을 떠나라. 많은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세상을 불쌍히 여겨 길을 떠나라. 마을에서 마을로, 두 사람이 같은 길을 가지 말고 혼자서 가라. 비구들이여,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은 법, 조리와 표현이 잘 갖추어진 법을 설하라. 원만하고 완전하며 청정한 행동(梵行)을 보여 주라. 세상에는 때가 덜 묻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법을 듣지 못하면 퇴보하겠지만, 들으면 분명 진리를 깨달을 것이다. 비구들이여, 나도 법을 전하러 우루벨라의 세나니 마을로 갈 것이다.”

이와 같이 번뇌의 문제를 완전히 극복하여 아라한을 증득한 붓다가 그 자신과 동등한 지위를 증득한 제자들에게 번뇌와 욕망으로 인한 집착 등에 속박되어 있는 중생들을 완전한 행복의 길로 인도하고자 하는 전법을 선언한 것은 세간과 출세간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야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과 모델을 시사한다. 요컨대 붓다 자신이 45년에 걸쳐 한평생 법륜을 굴린 산증인이자 그 제자들이 보여준 전법 노력은 세간과 출세간이 둘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는 바로 중생들의 삶의 현장, 즉 출가자가 세간 속으로 직접 몸소 들어가는 입세간(入世間)의 정신을 보여준다.

사실 붓다는 재가자에게는 그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실천가능한 정도의 가르침을 매우 합리적으로 제시하였다. 그는 세속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재가자들에게는 정당한 방법으로 행복을 추구할 것을 강조하였다. 예컨대 그는 국왕에게는 법에 의한 통치를 강조하고, 일반 재가자들은 성실히 노력하여 재산을 모으고, 재산은 보시하거나 남들과 함께 공유하도록 하였고, 나아가 자비희사 등 사무량심의 실천을 통해 천상에 이르는 생천사상을 가르치기도 했다.

한편 ‘숫타니파타’에서는 최상의 지혜로운 삶을 이렇게 설하고 있다. “이 세상에서는 믿음이 으뜸가는 재산이다. 덕행이 두터우면 안락을 가져오고, 진실이야말로 맛 중의 맛이며 지혜롭게 사는 것이 최상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오늘날에도 세간과 출세간이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전문적인 수행자나 출가자도 자신의 문제에만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중생들이 살아가는 세간 속으로 들어가 청정한 행과 함께 솔선수범하면서 법을 전하는 노력을 다각적으로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김재권 동국대 연구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71호 / 2019년 1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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