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합장
1. 합장
  • 현진 스님
  • 승인 2019.01.03 10:27
  • 호수 147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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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다 여기는 나와 그르다 여기는 남이 하나되는 법

인도에서 고대부터 사용돼온 인사법
범어로는 안잘리, 두 손 감싸쥔 모습
인도인의 오른손은 식당 왼손은 변소
단순한 인사 넘어 화합 상징 인사법

인류는 문화를 일궈가며 그 문화권 나름대로 특유의 인사법을 정착시켜 왔다. 그럼에도 신체의 일부, 특히 손을 활용한 인사가 주류를 이룬다. 보다 정중한 인사방법으로는 온몸으로 표현하는 절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가장 엄중한 방식이라면 인도에서 발원한 오체투지(五體投地, 양 팔꿈치와 두 무릎 및 이마의 다섯 부위를 땅에 대고 하는 절)가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인사법이 무기 혹은 무력과 관련이 있다면 의외일까? 우선 현재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널리 사용되는 악수(握手)를 비롯하여, 손을 적당한 형태로 들어 보이는 각종 경례(敬禮) 및 약간 떨어져있는 상대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는 인사법 등은 모두 그 범주에 속한다고 보아야 한다.

악수는 총칼을 잡을 수 있는 오른손을 서로 맞잡음으로써 서로에게 적의가 없음을 나타내는 것이요, 각종 경례는 손을 머리께로 들어 올려 보이거나 아주 높이 올려 뻗음으로써 무기가 있을 허리춤에서 손이 멀리 벗어났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리고 멀찌감치서 손을 흔들어 보이는 것 또한 자기 손에 무기가 없음을 드러내는 적극적인 해명 방법일 뿐이다.

그렇다고 절이나 오체투지는 무기 또는 무력과 별개일까? 비록 종교나 사회적으론 존경으로 순화겠지만, 그 또한 강자에 대한 약자의 굴복을 나타내는 것일 뿐이다. 심지어 불교 예경의 한 방법으로 부처님이나 탑의 주위를 시계방향으로 도는 우요(右繞) 또한, 고대에 군사를 이동시키다 성곽을 만나면 성을 중심에 두고 시계방향으로 군사를 움직여 공격의 의사가 없음을 나타낸 것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서로 만나서 반가움을 표시할 때 볼을 맞대거나 코를 비비는 등의 극히 일부 지역 일부 문화권에서만 통용되는 인사법을 제외하면 합장(合掌)이야말로 유일하게 무력과 관련이 없는 보편적인 인사법이다.

합장은 인도에서 고대부터 사용된 인사법인데, 인도 고대어인 범어로 안잘리(Añjali)라 한다. 무엇을 문질러 바르거나 빛을 내거나 혹은 어디로 가다 또는 존경하다의 의미를 지닌 동사 안즈(√añj)에서 유래한 ‘안잘리'는 두 손을 모아 무엇을 감싸쥐고 있는 듯한 모습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확대해석하자면 중동권에서 기도할 때 두 손을 모아 신에게 무엇을 받는 듯한 모습이나, 인도에서 손을 모으는 인사, 심지어 우리 할머니들이 예전에 절에 가서 손을 비비며 기도를 올리는 등의 모든 모습이 합장의 범주에 놓일 수 있다.

사성계급 및 그것의 세부항목인 수백 개의 자띠(Jāti)에 의해 철저히 계급사회로 분리되어 있는 인도. 이미 부처님시기 이전부터 정착되어버린 인도의 계급제도는 사회를 지탱하는 필요악으로 인식되었기에 그것을 완전히 없애버리기보다는 적절히 완급을 조절하며 유지해나갈 각종의 대처방안들이 사회지도층에 의해 늘 제시되었다.

인도인에게 오른손은 식당이요 왼손은 변소다. 관념적으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오늘 지금도 뒷간에서 냄새를 묻혀온 왼손은 바로 이어진 식사자리에서 절대 식탁 위로 올려선 안 되는 것이, 어쩌면 손으로 뒷물하는 그들에겐 당연한 일일 뿐이다. 깨끗함과 깨끗하지 못함의 대명사인 오른손과 왼손을 맞대어 하는 인사인 합장은, 그래서 인도인들에겐 단순한 인사를 넘어 옳다 여기는 나와 그르다 여기는 남이 하나 되는 화합을 나타내는 귀한 인사법이다. 폭력이나 무기와는 거리가 아주 먼.

비록 일반적인 예법은 아니지만 우리에겐 절에 오면 불자로서 하는 합장이 당연한 인사법으로 이미 자리를 잡았는데, 어지간해선 직접 뒷물하진 않으니 두 손을 합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겠다. 그럼에도 합장하며 ‘미운 저 김씨에게, 합장하듯 어디 한 번 말이라도 건네 볼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로 느끼고 옳게 실천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현진 스님 봉선사 범어연구소장 sanskritsil@hotmail.com

 

[1471호 / 2019년 1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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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2019-01-17 16:43:03
합장은 상대방의 손을 잡기 싫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요? 어떤 나쁜 업이 자신에게 전염될 지 모르니까요. 고대 인도인의 관념에서 악업은 전염성이 강한거라서요. 거기에 다른 의미를 붙여서 설명하는게 화합의 상징이니 하는 얘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