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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타왕 사원

부처님이 일러준 땅에 건립된 인도 최대 티베트사원

5대 달라이라마 발원으로 건립
티베트 불교전통 고스란히 간직
중국 국경 인접…군사경계 삼엄
망명한 티베트인들의 희망 성지

인도 아루나찰프라데시주에 위치한 타왕 사원은 자연환경이 뛰어날 뿐 아니라 티베트 불교전통이 잘 유지되고 있는 사원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은 타왕 사원의 일주문.

인도 지도를 펼쳐 놓고 보면 북동쪽 한구석에 녹색 스티커를 부쳐 놓은듯한 장소를 찾아볼 수 있다. 거대한 땅 인도에서도 아루나찰프라데시(Arunachal Pradesh)주는 인도 그 어느 지역 보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잘 간직한 아름다운 곳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에게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인도에는 매해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하지만 아루나찰프라데시주를 방문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전 세계적으로 인도 재래종 홍차 품종으로도 유명한 ‘아삼’ 지대 고원들과 그 주위의 짙은 녹음으로 가득한 숲, 가파르게 경사가 진 언덕을 따라가다 보면 티베트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 산 정상이 만년설로 덮인 정경을 마주하게 된다. 인도인들에게는 ‘해가 뜨는 지역’으로 흔히 불리는 이곳 아루나찰프라데시주에는 무려 26부류의 소수 민족이 거주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인도에서 이 지역은 생태학뿐만 아니라 인류학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 곳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아루나찰프라데시주에도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바로 타왕(Tawang) 사원일 것이다. 티베트가 아닌 외국에 위치한 티베트 사원 중 가장 티베트 불교 전통을 잘 지키고 있으며 티베트 불교 사원으로서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녔기 때문에 사원 한 곳만을 방문하기 위해서라도 아루나찰프라데시주는 꼭 방문할 가치가 있다. 웅장하게 뻗어있는 높은 산맥 중간, 고도 3300m에 위치한 타왕 사원에는 약 450여명의 라마승이 거주하고 있다. 타왕 사원은 티베트 불교 사원으로는 티베트 라사를 제외하고는 인도에서는 가장 큰 불교 사원이자 아시아 전역에서도 두 번째로 큰 사원이다.

‘맑은 하늘 위 신의 낙원’이라는 뜻을 지닌 ‘가덴 남걀 라쩨(Gaden Namgyal Lhatse)’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고 있는 타왕 사원은 티베트 불교 종파 중 하나인 ‘겔룩파’ 소속이다. 뛰어난 건축미로 인해 건축학적으로도 큰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타왕 사원은 17세기 메라 라마 로드레 기아쵸(Mera Lama Lodre Gyatso)에 의해 설립됐다. 제5대 달라이라마였던 나그왕 롭상 기아쵸(Nagwang Lobsang Gyatso)가 오래전부터 바라던 일로, 그의 소망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세워진 것이 바로 타왕 사원이다. 

타왕 사원 전경.

당시 메라 라마는 달라이라마가 원했던 대로 사원을 만들기 위해 작업에 착수하고 진행했지만 사원을 세울 만한 적정한 장소를 찾지 못해 고민에 빠지게 된다.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이곳저곳을 방문하며 사원 건립 장소를 찾아다녀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진퇴양난에 빠지게 되자 메로 라마는 잠시 작업을 중단하고 동굴에 들어가 수행에 전념하며 부처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기로 한다. 며칠간 동굴 속에서 명상과 수행을 마친 메로 라마는 부처님만이 결정을 내려줄 것이라는 믿음을 굳건히 다지며 동굴을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동굴에서 나온 메로 라마는 동굴로 올 때 타고 왔던 자신의 말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게 된다. 깊은 산 속에서 말없이 여정을 계속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그는 망연자실할 시간도 없이 자신의 말을 찾아 주변을 헤매다니기 시작한다. 몇 시간 동안 숲속을 헤매다가 그는 마침내 그의 말이 언덕 위에 서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메라 라마는 자신의 말이 서 있는 바로 그곳이 부처님이 알려주신 사원 건립 장소라 믿고 그 언덕 위에 달라이라마가 소망했던 티베트 사원을 건립하기로 했다. 이후 지역 산골 마을에 살던 거주민 모두가 사원 건설을 위해 자원봉사자로 나서 힘을 모았고 제5대 달라이라마의 소망이었던 웅장하고 멋진 티베트 사원이 현실로 이루어지게 된다. ‘신이 선택한 땅’이라는 의미를 지닌 ‘타왕’이라는 마을에 사원을 건립하기로 한 메라 라마의 믿음은 어찌 보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인 듯하다.

크게 여섯 개 건물로 구성된 타왕 사원을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히말라야를 뒤로 언덕 위에 위치한 모습이 마치 히말라야 위에 왕관을 씌워 놓은 듯하게 느껴진다. 타왕 사원 안으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카카링(Kakaling)’ 문에 이르게 된다. 마치 오두막집을 연상시키는 구조의 카카링 문은 형형색색의 만다라로 아름답게 페인트칠해져 있고 만다라 주위에는 불교 수호신들이 화려하게 그려져 있다. 문을 지나서 타왕 사원 내부로 들어가려면 여러 개의 문이 이어진다. 하나씩 문들을 통과하게 되는데 이러한 건축학적 구성은 위에서 타왕 사원을 내려다볼 때 마치 요새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지닌다. 

타왕 사원을 방문할 때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은 ‘둑항(Dukhang)’이라는 건물이다. 이 건물은 라마승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일 때 이용되는 강당 같은 곳이다. 이 강당을 방문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마도 강당 중간에 가부좌를 튼 자세를 하고 있는 거대한 금속 불상일 것이다. 이 불상의 크기는 너무나도 거대해서 2층까지 이어지고 있다. 타왕 사원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여겨지는 팔덴 라모(Palden Lhamo)의 탕카 또한 놓치지 말고 눈여겨 보아야 한다. 이 거대한 탕카는 제5대 달라이라마가 기증한 것이다. 강당을 천천히 둘러보면 수많은 정교한 조각들과 세심하게 그려진 벽화들로 가득 장식된 전체적인 아름다운 모습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전체 3층으로 건설된 타왕 사원은 경전 학습의 중심이자 현지에서 나는 종이와 나무 조각을 이용한 인쇄술의 요지다. 이렇게 인쇄술과 학술이 한 곳에서 동시에 번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타왕 사원은 고대 불교 경전을 많이 보유하며 훼손된 경전을 복구할 수 있는 기술을 얻게 되었고 실제로 타왕 사원에는 그 어느 사원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수많은 고대 불교 경전이 보관돼 있다고 한다. 

둑황 강당을 떠나 다른 강당들에 들어서도 어디에서나 다양한 색상의 벽화들로 화려하게 장식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어린 동자승들이 한곳에 모여 불교 경전은 물론 영어와 힌디어, 수학을 배우며 지내는 교실 또한 볼 수 있다. 이곳에서 학교생활을 하는 동자승들은 어린 시절 스님이 돼 한평생 스님으로 지낼 것을 맹세했다. 선언 후에 스님 되기를 포기하고 세상으로 돌아가면 그에게는 큰 벌칙이 내려지게 된다. 이곳 스님들 대부분은 몬파족 출신이다. 

타왕 사원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인 둑항 내부에 봉안된 불상.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는 2534km나 떨어져 있지만 중국 국경과는 2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타왕 사원이 있는 타왕 마을은 아루나찰프라데시주를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중국으로 인해 인도와 중국 사이의 마찰 속 삼엄한 군사 감시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원래 이곳은 티베트 땅이었지만 영국 식민 지배하에 영국에 의해 인도로 넘겨졌고 중국은 이를 거부하며 오늘날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화적으로 또 전통적으로 이곳 사람들의 마음에는 티베트의 문화와 전통 그리고 무엇보다도 티베트의 종교만이 자신들을 지배하는 유일한 힘이라고 믿고 있으며 정치적 분쟁에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타왕 사원은 중국이 티베트 점령에서 벗어나 티베트 불자들이 기댈 수 있는 마지막 피난소 이자 휴식처와도 같은 곳이다. 중국 점령 이후 인도나 네팔 등지로 망명을 떠난 대부분의 티베트 불자들은 타왕 사원에 대해 그들이 언젠가는 자신의 고향인 티베트 땅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상징적 존재와도 같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둑항 강당에서 경전을 공부하고 있는 동자승들.

티베트인들에게 타왕 사원이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이곳에서 제6대 달라이 라마가 활동했기 때문이다. 타왕 마을에서 태어난 챵양 기아쵸(Tsangyang Gyatso) 달라이라마는 티베트 불교 역사에서 매우 독특한 인물로 여겨지고 있는데 이는 그가 달라이라마로는 처음으로 스님으로 명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뛰어난 글솜씨를 지니고 있어 많은 시를 창작했고 사원을 떠나 마을로 자주 내려와서 티베트인들과 격 없이 친근하게 지냈던 인물로 티베트인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제6대 달라이라마 창양 기아쵸는 중국 여정 중 23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타왕 사원에는 현재 그 아름다운 건축미와 주변의 자연 환경을 보고자 하는 수천 명의 불자들과 일반 관광객들이 매년 찾아오고 있다. 인도를 방문하다 이곳에 도착하면 마치 다른 세상에 도착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정신없고 붐볐던 인도의 다른 불교 성지들과는 다르게 이 타왕 사원을 방문하게 되면 평화롭고 신비한 이 사원만의 독특한 분위기에 감동받게 되고 압도당하게 된다. 아마도 티베트인들의 소망과 깊은 불심이 이 타왕 사원을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함께 이 말로는 묘사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타왕 사원 여행 정보-

가는 법 : 타왕 사원에서 가장 가까운 공항은 아삼주에 위치한 테즈푸르(Tezpur) 공항이다. 테즈푸르 공항에 가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인도의 콜카타까지 이동한 후 일주일에 두 번 출발하는 콜카타-테즈푸르 항공편을 이용한다. 혹은 인도 대도시에 도착한 후 국내선으로 아삼의 구와하티(Guwahati)까지 이동할 수 있다. 테즈푸르 공항에서 버스를 타면 봄딜라(Bomdila)를 거쳐 타왕 사원에 도착하게 된다. 또 구와하티에서 버스를 타고 약 하루 간의 여정을 거치면 타왕 사원에 도착할 수 있다.
여행 적기: 봄이나 여름

통화 : 인도의 루피(Rupee)

사용 언어 : 티베트어 힌디어 영어

주의 사항 : 아루나찰프라데시주를 여행하려면 RAP(제한 지역 방문 허가증)이라는 여행 허가증을 받아야만 한다. 최소 2명 이상으로 구성된 그룹에만 허가증이 발급되고 혼자 여행한다면 여행사 프로그램으로 단체 여행에 참여해야만 한다.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1472호 / 2019년 1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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