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동양과 서양의 차이
2. 동양과 서양의 차이
  • 강병균 교수
  • 승인 2019.01.07 15:17
  • 호수 147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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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종교의 최대 약점

동양 수학은 산수에 불과할 뿐
서양에서 일찍이 수학이 발전
기독성서 원주율을 3으로 표기

동양에는 수에 대한 신비한 이야기가 떠돌지만 사실은 수학이 아니다. 산수일 뿐이다. 동양종교 신비주의자들이 이걸 수학이라고 하는 것은, ‘엄지공주와 개구리 왕자’ 같은 동화를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나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과 동급으로 치는 것과 같다.

서양에는 일찍이 수학이 발달했다. 이미 기원전 500년경에 기하학이 발달했다. 플라톤은 자신이 꿈꾼 이상국가인 공화국에서 필수로 배워야 하는 것으로 수학과 철학을 들었다.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주를 지극히 기하학적인 것으로 파악하였다. 천체의 운동을 원운동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천체의 운동은 타원운동이다. 뉴턴이 자신이 발명한 미적분으로 증명한 사실이다. 태양계 행성들의 공전궤도는 거의 원에 가까우므로, 그것이 타원이라는 사실은 관측만으로는 확인하기 힘들다. 이론적으로 타원이라는 것이지, 실제로는 엄밀히 말하자면 타원이 아니라 타원과 유사한 그 무엇이다. 왜냐하면 공전궤도를 결정하는 데는 수많은 요소가 관여하기 때문이다. 한 행성의 궤도는 다른 행성들과 달의 인력에 의한 섭동(攝動)이 있으므로 완벽한 기하학적인 타원이 될 수가 없다. 이런 불완전한 도형 속에서 그 근본을 이루는 타원이라는 완벽한 도형을 발견할 수 있음은 놀라운 일이다. 이걸 이데아라고 한다면 지나친 일도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수학은 모든 이데아의 근본이다. 사실은 이데아라 할 만한 것은 수학뿐일지도 모른다.

중국역사상 가장 뛰어난 황제인 청나라 강희제는 당시까지 중국역사상 가장 수학에 능한 사람이었다. 그는 신하들에게 궁중에서 보이는 먼 산의 높이를 알아내라는 문제를 냈다. 그는 신하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쩔쩔매면 산의 높이를 말했다. 산의 높이를 알아내는 것은 산까지 거리를 알면 가능했다. 궁정에 막대기를 세우고 막대기 끝과 산 끝을 연결하는 선이 지면과 만드는 각을 재면, 삼각형의 닮음을 이용해 쉽게 알아낼 수 있다. 그는 하루에 여러 시간씩 서양인 예수교 신부들에게 유클리드 기하학과 대수학을 배웠다. 그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정사를 보고, 모든 상소를 다 읽고, 비답(批答)을 내리고 남는 시간에는 수학, 라틴어 등을 공부하는 만기친람의 근면한 군주였다. 61년 동안이나 그리했다. 그가 이리한 이유는 여진족을 야만족이라고 업신여기는 한족 대신들의 코를 꺾어주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황자들에게도 수학공부를 시켰다. 비극적이게도, 그의 황자들 가운데 가장 수학에 뛰어났던 황자가 황위를 잇지 못했다. 만약 그가 황제가 되었더라면 중국의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다. 일본과 서양에 뒤지는 후진국이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등소평 사후 개혁개방을 이어간 중국의 최고지도자들 중에 이과 출신이 많은 점을 보면 그렇다.

양주동은 신라향가를 처음으로 해독한 천재이다. 그는 자신을 국보(國寶)라고 칭하고 다녔는데 수학을 극찬했다. 먼 길을 걸어 어떤 신지식인에게 유클리드 기하학을 배우러 다녔는데, 두 직선이 이루는 엇각이 같다는 증명을 보고 감탄을 했다. a와 c를 엇각이라 하고 b를 인접한 각이라고 하면, a+b=180도이고, c+b=180도이므로, a+b=c+b이다. 따라서 a=c이다. 이 간명한 단 세 줄짜리 증명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두 수에 같은 수를 더해서 같으면, 두 수는 처음부터 같아야 한다.) 스스로 자신을 우주보(宇宙寶)라 칭하는 도올 김용옥도 수학을 극찬한다. 그는 저서 ‘중고생을 위한 철학강의’에서 여러 쪽에 걸쳐 수학을 찬양한다. 유클리드의 ‘기하학 원론’은 근 2000년간 서구에서 성서 다음으로 베스트셀러였다. 이걸 공부함으로써 논리적인 사고를 배우고 인간 사유의 배후에 암묵적인 공리가 깔려있음을 깨닫게 된다. ‘밀린다팡하’에 나오는 나가세나 존자와 밀린다 왕 사이의 논리적인 대화는 이런 문화의 산물이다. 밀린다 왕과 나가세나 존자는 그리스인들로서, 알렉산더 대왕이 인도 북부에 쳐들어왔다가 남기고 간 그리스인들의 후손들이 세운 나라의 왕과 불교승려였다. 종교의 최대 약점이자 비극은 수학에 대해서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언급을 하는 경우도 잘못된 정보나 제공한다. 예컨대 성서에는 원주율이 3이라고 쓰여 있다.

강병균 포항공대 수학과 교수 bgkang@postech.ac.kr

 

[1472호 / 2019년 1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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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애행 2019-01-07 18: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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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율이 3이라고 적혀 있는 것은 완전 틀렸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기술적으로 정교하지는 못 해도 그 옛날에 원주율에 대한 개념이 있었다는 것이니까요. 신비로 가득한 종교를 수학 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도무지 가치를 계산할 수 없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부모님의 사랑의 크기는 얼만큼 일까요? 제가 지은 공덕과 과보는 얼만큼일까요? 모든 것을 수학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 또한 환망공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