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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수행 김영숙-상

기자명 법보

금강경 독송법회로 간경시작
매일 21독하며 의미 되새겨
어머니 임종 때 경전 읽어주며
극락왕생 발원하고 49재 회향

66, 여래행

울산에 살면서 통도사 울산포교당 해남사를 다닌 지는 어느덧 20여년의 인연이 되었다. 누구나 그렇듯 나에게도 처음 절은 생소한 곳이었다. 그러나 사람이 살다 보면 계기를 만나게 되는 것처럼 나 역시 이런저런 상황에 부딪히면서 그 일이 계기가 되어 기도하게 되면서 절은 점차 친숙한 곳으로 바뀌어 갔다. 부처님께 귀의하는 삶을 살겠다고 발원한 것도 우연한 계기에서 시작됐다. 물론 단순히 부처님을 무조건 믿는다고 해서 마음먹은 대로 뜻하는 대로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다. 그래도 부처님을 믿고 의지하며 기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생의 순리를 받아들이고 따르게 된다는 어느 보살님의 말씀에 공감하면서 불교에 대해 공부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그렇게 해서 발원을 갖고 기도를 시작하게 되었고, 기도의 힘을 실감하며 여러 가지 수행을 체험하면서 삶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졌다.

일반 신도로 생활하던 내가 절 살림에 참여하는 계기가 된 것은 법당 보살이라는 소임을 맡게 되면서부터다. 사시예불 때 마지 공양을 올리는 일이 내가 맡은 소임이었다. 손꼽아 보니 올해 정월 대보름이 되면 해남사에서 사시마지를 준비한 지도 만 7년을 맞게 된다.

지난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어쩔 수 없이 빠진 날을 제외하면 대부분 매일 절에 나와서 마지 공양을 준비했다. 이 인연은 모두 ‘불보살의 가피’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또 역대 주지스님부터 현 주지스님까지 스님들의 격려와 도반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글을 통해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렇게 기도하고 수행하며 매일같이 사시 공양을 준비하는 나날을 이어왔다 하더라도 ‘금강경’은 내게 그리 친숙한 경전은 아니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법회 때 접하는 여러 경전 중 하나일 뿐이었다. 아무리 자주 접했다고 하더라도 그 뜻을 새기고 온전히 받아들이려는 의지가 없었기에 ‘금강경’과의 거리는 한 참 떨어져 있는 먼 친척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지 혜원 스님께서 21일 동안 매일 21독씩 ‘금강경 대정진 법회’를 한다는 안내문을 내걸었을 때만 해도 단순히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스님께서는 ‘금강경’을 통한 가행정진은 처음이기에 선방에서의 용맹정진이나 다름없는 수행결사라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나도 처음이었다. 이상하게 용기가 생겼다. 막막함이나 두려움보다는 스님을 모시고 도반들과 함께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그렇게 해서 금강경 대정진 법회를 시작하게 되었다.

정진 입재 날, 오전부터 절에 나가 ‘금강경’을 독송하고 늦은 오후에야 귀가했다. 다소 피곤함이 밀려와 집에서 쉬고 있는데 어머님 생각이 났다. 어머님께서는 병원에 계셨다. 사실 오늘, 내일 하면서 간신히 숨을 이어가고 계신 어머님. 문득 어머님께 ‘금강경’을 읽어 드려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저녁 공양을 하고 씻은 뒤 채비를 하고 나섰다. 병원에 찾아가 어머님을 뵙고, 오직 어머님을 위해 ‘금강경’을 세 번 읽었다. ‘금강경’ 삼독을 마치니 시계는 밤 9시10분을 가리켰다. 그리고 9시30분, 어머님께서는 조용히 마지막 숨을 내쉬고 영면에 드셨다.

어머니 장례를 치르고 49재를 지내는 동안에도 계속 ‘금강경’을 읽었다. 스님께서도 어머니를 위해 정성껏 기도해 주셨다. 나는 어머니께서 극락왕생 하셨다고 생각한다. 곰곰이 떠올려보면, 법회 입재날 ‘금강경’을 읽으면서 ‘이렇게 반야의 지혜가 바다처럼 넓고 크구나’ ‘이렇게 귀한 경전이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수없이 밀려왔다. 그리고 그 감동을 안고 집으로, 다시 어머니 병원으로 향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정진 중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셨고 ‘금강경’ 대정진 법회도 원만히 회향할 수 있었다. 물론 어머님의 49재도 원만히 회향했다. 모든 것이 금강경 대정진 법회를 하면서 경험한 일이 되었기에 내게는 잊을 수 없는 정진이 되었다.

 


[1472호 / 2019년 1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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