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00만원 병원비보다 몸 뉘일 방 한 칸 없는 현실 슬퍼”

  • 상생
  • 입력 2019.01.11 16:07
  • 호수 1473
  • 댓글 0

조계사·화계사·법보신문 이주민돕기 공동캠페인
네팔서 온 이주노동자 산제이씨
악성 뇌종양 3차례 수술대 올라
퇴원해도 머무를 방 한 칸 없어
어린 아내 생각하며 마음 다잡아

네팔 이주노동자 산제이씨는 뇌종양 수술 뒤 퇴원 진단을 받았지만 방 한 칸 없어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 어린 아내에게 미안하기만 하다. 

“아픈 몸 걱정보다 퇴원하면 살 집이 없어 그게 더 걱정이에요.”

네팔 출신 이주 노동자 산제이(27세)씨는 요즘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게 무섭다. 곧 퇴원할 수 있겠다는 진단을 받은 지 3일째. 세 번에 걸친 뇌종양 수술로 1000만원에 달하는 병원비도 걱정이지만 퇴원 후 돌아갈 방 한 칸 없는 현실이 너무나 서글프다. 일을 못한 지 3개월이 넘어가면서 그나마 가지고 있는 약간의 현금도 바닥을 보인다. 현재 통장 잔액은 30여만원. 엄동설한 거리에 나앉게 될 것을 생각하니 퇴원이 반갑기보단 막막함으로 다가온다.

2017년 6월 한국에 온 산제이씨는 입국 후 지금까지 공장 기숙사에서만 생활해왔다. 생활비를 아껴 한 푼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 야간근무와 주말특근까지 도맡아 하면서 공장과 기숙사만을 오갔다. 공장 전체가 문을 닫는 명절 당일을 빼고는 단 하루도 쉬어본 적이 없다. 최소한의 경비라도 아끼기 위해 동료들이 쉬는 날 흔히들 모이는 자국 커뮤니티에도 한 번 가본 적이 없다. 그 때문에 한국에서 아는 사람이라곤 공장 사람 몇몇이 전부다.

산제이씨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며 1년을 보냈다. 부모님과 막 결혼하자마자 헤어진 어린 아내(22세)가 있는 네팔 집에 보낼 수 있는 돈이 점점 늘어갈수록 일하는 게 신나고 좋았다. 한국생활에 적응해 갈 때쯤 산제이씨는 약간의 어지럼증을 느꼈다. 알루미늄 제조 공장에서 일했기 때문에 약품 악취 때문이겠거니 하고 넘기려다 뿜어내는 듯한 구토가 잦아지자 ‘아차’ 싶었다. 쉬는 시간 공장 근처 병원에서 링거를 맞으며 몸을 추스르길 너덧 차례, 산제이씨는 2018년 10월 공장에서 그만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악성 뇌종양이었다. 이후 산제이씨는 지난 3개월간 세 번의 수술을 해야만 했다. 2번의 수술로 종양은 제거됐지만 두개골 절개부위가 퉁퉁 부어올라 한 번 더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을 반복하는 사이 시간은 2개월 반이 흘렀다. 회사는 2018년 12월31일 날짜로 산제이씨를 퇴사 처리 했다. 완쾌 기약이 없는 그를 더 기다릴 수 없었던 것이다. 소속 없이, 아는 사람도 없는 타국에서의 새해가 시작됐다. 산제이씨는 퇴원을 하더라도 방사선 치료가 아직 남아있어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왕 시작한 치료이기에 완쾌 진단을 받을 때까지 한국에서 치료를 받고 싶다.

문제는 방사선 통원치료를 위해서 머물러야 하는 집이다. 퇴원하더라도 기숙사에서만 살아온 산제이씨는 당장 들어갈 집이 없다. 그동안 네팔에 보냈던 돈까지 모두 다시 가져와 병원비 중간정산을 해버린 탓에 집을 구하려고 해도 최소한의 보증금도 없는 상태다. 퇴원 이야기가 나온 후부터 산제이씨는 잠을 깊이 잘 수도 밥을 제대로 먹을 수도 없다. 어린 아내는 이런 산제이의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남편 병간호를 위해 6개월 단기 비자를 받아 한국에 온 아내 역시 자신의 처지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아픈 남편을 두고 네팔로 곧 돌아가야 할 것을 생각하면 벌써 눈물이 앞을 가린다.

한국에 오기 전 네팔에서 6년간 대규모 컴퓨터 학원 강사로 활동했던 산제이씨는 영어 또한 능통하다. 건강만 좀 추스르면 컴퓨터나 영어를 활용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으려고 한다.

“몸 하나 뉘일 작은 방 한 칸이 어딘가는 있겠지요. 저만 바라보고 시집온 어린 아내를 위해서라도 어서 병마를 딛고 일어서겠습니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725-7010

일산=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산제이씨는 악성 뇌종양으로 지난 3개월간 세 번의 수술을 해야만 했다.

[1473호 / 2019년 1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