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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심리학, 불교의 무명·무아가 진실임을 입증

  • 교학
  • 입력 2019.01.18 12:10
  • 수정 2019.01.25 09:11
  • 호수 1474
  • 댓글 11
로버트 라이트 교수는 “인간이 애초 진실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과 무명(無明)에 빠진 존재이며, 불교는 이러한 어리석음과 무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고 강조한다.
로버트 라이트 교수는 “인간이 애초 진실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과 무명(無明)에 빠진 존재이며, 불교는 이러한 어리석음과 무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지식인 중 한명인 로버트 라이트(Robert Wright) 교수가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불교의 무아사상이 현대과학에 부합하고 있음을 밝혔다. 또 인간은 애초 진실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과 무명(無明)에 빠진 존재이며, 불교는 이러한 어리석음과 무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고 강조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는 불교가 다른 종교와 달리 현대의 첨단 학문과 맞닿아 있을 정도로 합리적이며, 인간이 직면한 고통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지혜로운 종교로 서구에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재석(번역가) 마음친구출판사 대표는 최근 발간된 한국초등도덕교육학회 학술저널에서 로버트 라이트 교수의 ‘불교는 왜 진리인가(Why Buddhism Is True)’(2017)를 중심으로 진화심리학에서의 인간 미망의 기원과 불교명상을 통한 미망의 극복을 다뤘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심리를 진화학적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학문으로, 인지심리학과 진화생물학을 비롯해 행동생태학, 인공지능, 유전학, 동물행동학, 인류학, 고고학, 생물학, 동물학 등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학문이다.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빈 서판’ 등을 쓴 하버드대학의 스티븐 핑커 교수, ‘마음의 기원’ ‘욕망의 진화’ 등 저자인 텍사스대학의 데이비드 버스 교수 등도 진화심리학을 연구하는 세계적인 학자들이다.

라이트 교수는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인물로 ‘미국 잡지상 수상’ ‘전미도서비평가 협회상’ 등을 수상한 학자이자 저명한 언론인이다. 1994년 펴낸 ‘도덕적 동물’이 한국을 비롯해 12개 국어로 번역되면서 진화심리학을 대표하는 지식인으로 굳혔으며, 현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객원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불교는 왜 진리인가’가 각계의 호평을 받는 가운데 뉴욕타임즈는 서평에서 “심리학, 철학, 명상 여행을 통해 어떻게 불교가 도덕적 명료성과 지속적인 행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진화심리학과 최첨단 신경과학을 결합해 불교가 미망에서 벗어나는 방법일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개인과 종(種)으로서의 우리를 구할 수 있음을 설득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라이트 교수는 진화심리학이란 ‘인간의 뇌가 인간을 잘못 이끌고 심지어 노예 상태에 빠지도록 자연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방식을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설명한다. 자연선택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데 유리한 형질을 가진 개체가 더 많이 살아남는다는 이론이다. 그렇다면 생명체가 환경에 적응하도록 해준 자연선택이 어떻게 해서 인간을 잘못 이끌어 미망에 빠지게 했다는 것일까.

그에 따르면 오랜 진화 과정에서 유전자 전파라는 시험대를 통과한 특징에는 인간의 신체뿐 아니라 정신도 포함된다. 그리고 자연선택은 인간이 부정확하게 인식, 생각, 느끼도록 하는 게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해 인간의 뇌를 처음부터 미망에 빠지도록 만들었다. 이런 성향은 먹기, 성관계, 명예, 경쟁상대 제압 등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며, 라이트 교수는 이 과정에서 △목적을 달성했을 때 쾌락을 느껴야 할 것 △다시 그 행위를 하도록 쾌락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아야 할 것 △인간과 동물의 뇌가 쾌락이 곧 사라질 거라는 사실보다 목적 달성에 쾌락이 따른다는 자연선택의 원칙이 적용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로버트 라이트 교수
‘불교는 왜 진실인가’ 발간
이재석씨 학술저널에 소개

인간 정신도 자연선택 결과
애초 미망에 빠지도록 설계
우리 마음은 ‘모듈’ 이뤄져
참나 있다는 건 착각 불과

붓다는 정확한 상황인식과
벗어날 수 있는 방법 제시

라이트 교수는 이같은 사실은 쾌락이 일시적이며 인간은 늘 불만족과 고통스러운 상태에 처하게 된다고 통찰했던 붓다의 사상과 상통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진화심리학을 통해 인간이 처한 상황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더라도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오히려 인간이 쾌락의 쳇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 데다 그 부조리함의 근거까지 알게 됐기에 더 괴로울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붓다의 위대함을 여기서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현상에 대한 명확한 이해뿐 아니라 마음챙김(mindfulness)이란 수행법을 통해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라이트 교수는 이어 진화심리학에 의해 불교의 무아사상도 유력하게 뒷받침될 수 있다고 보았다. 고정 불변하는 실체로서의 자아가 없다는 불교의 ‘무아(無我)’는 다른 사상과 차별화 되는 불교의 핵심 사상이다. 그에 따르면 진화심리학에서는 인간에게 의식적 자아가 존재하며 그것이 나를 통제한다고 여기는 것도 뇌가 설계한 미망일 뿐이다. ‘나’라는 사람이 통제력을 지닌 일관된 행동주체이며 유능한 존재라고 사람들이 믿게 만드는 것은 수렵·채집을 했던 우리 조상의 유전자 전파에 유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화심리학이 내놓고 있는 ‘마음’은 여러 기능적 구성요소인 모듈(module)로 이뤄져있다. 마음은 자신이 처한 특정 상황을 평가하고 판단해 그에 대처하는 수많은 특화된 모듈로 구성돼 있을 뿐 ‘의식하는 자아’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행동을 결정하는 주체는 의식적 자아가 아니라 많은 부분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모듈들끼리의 상호작용이라는 것이다. 신경과학자인 마이클 가자니가(M. Gazzaniga)가 “당신이 특정 순간에 의식하는 모든 견해는 거품이 생기듯 불현듯 일어나는 견해이다. 이 견해는 그 순간에 다른 견해들을 이기고 지배력을 쥔 견해이다. 당신의 머릿속은 서로 다른 시스템들이 당신의 의식적 인식이라는 상(償)을 놓고 의식 표면에 떠오르기 위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게 세계이다”라고 밝힌 것이나, 스티븐 핑커 교수가 “우리의 영혼 저 깊은 곳에 참나(true self)란 없으며, 우리가 스스로에게 보인다고 생각하는 그 자아조차도 일종의 시스템이다”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라이트 교수는 마음에 관한 모듈 모형은 왜 붓다가 마음을 구성하는 여러 부분이 영속적이지 않고 유동적임을 강조했는지, 이러한 유동적 상태를 무아 주장의 근거로 삼았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고 강조한다. 또 우리 마음에서 바로 전과는 다른 모듈이 주도권을 쥐게 만드는 주체는 의식하는 자아가 아니라 ‘느낌’으로, 그 느낌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 자아가 없어지는 지점, 즉 무아를 깨닫는 데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라이트 교수는 “붓다가 무아 개념을 처음 제시하고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과학이 과학자들을 무아개념에 다가가도록 안내하고 있다”며 “자연선택이 만들어놓은 굴레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마음챙김 명상보다 유효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474호 / 2019년 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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