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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어제보다 한 걸음 더

기자명 금해 스님

각자 삼천배로 시작한 새해 첫날
고비 이겨내고 기도 마쳤을 때
바른길서 성장한 자신 볼 수 있어

새해 첫날, 바다와 산에서 찍은 아름다운 해돋이 사진을 여러 장 받았습니다. 산과 바다 어느 곳이든, 새로운 희망으로 시작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이 전해집니다.

우리 절에서는 삼천배 기도로 새해를 시작했습니다. 같은 날, 같은 시간의 태양이라도 사진 속 태양의 모습이 모두 다른 것처럼, 같은 삼천배도 각각 모두가 다릅니다.

가장 나이 어린 기도자는 열 살인 명진이입니다. 작년에 천배밖에 못했다며 아쉬워하더니 올해는 큰 결심을 한 모양입니다. 주변에 신경 쓰지 않고, 힘들다는 말도 없이 스님에게 배운 자세 그대로 흐트러짐 없이 삼천배를 했습니다.

할머니는 아직 여린 손자의 삼천배가 안쓰러워, 며느리에게 그 힘든 걸 왜 시키느냐고 안달하셨습니다. 그러자 명진이는 엄마가 시켰으면 안했다고,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라며 당당하게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부처님 주변에 빛이 나는 광명세계를 보았다며 기뻐합니다. 할머니는 그제야 명진이가 절 횟수뿐 아니라 마음도 훌쩍 자란 걸 알았지요.

한 청소년 법우는 매번 삼천 배에 도전했으나, 어느 때는 꾀가 나서, 어느 때는 중도 포기하며 해마다 천배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올해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속이 좋지 않다며 좌복에 얼굴을 묻은 채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너에게 삼천 배는 언젠가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명 같은 건가보다. 올해 안하면 내년에 또 이렇게 있을 것 같아. 기도는 모든 나쁜 것을 없애주니, 마음만 먹으면 아픈 것도 사라질 거야. 그렇게 해도 많이 아프면 집에 가서 쉬어”라고 다독였습니다.

법우는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더니, 다시 절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애를 쓰더니 무수한 내적 갈등의 위기를 넘기고 마침내 삼천배를 마쳤습니다. 아마 법우 본인은 스스로 걸려있던 삼천배의 트라우마가 무엇인지도, ‘해결해야 할 숙명’이란 말의 뜻이 무엇인지도 몰랐을 것입니다. 하지만 환하게 빛나는 상쾌한 그의 웃음이 지켜보는 우리들에게도 큰 답을 주었습니다.

처음 절에 온 13살 지향이는 친구들 삼천배를 응원 왔다가 분위기에 휩쓸려 500배를 했습니다. 가장 작은 절 횟수로도 삼천배를 한 것보다 더 기뻐합니다. 생애 첫 기도에 으쓱하는 모습이 너무 예쁩니다.

기도에 동참한 모든 이들이 이렇게 한걸음씩 성장해가는 것을 볼 수 있어서 힘들지만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절 횟수가 얼마든, 시간이 얼마나 걸리던모두가 기쁨과 행복을 느끼는 이유는 어려운 순간을 이겨내고 바른길에서, 바른 행을 통해 성장해 가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금해 스님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큰 성과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어제보다 나은 나를 발원한다면 어려움이나 좌절도 기쁨과 행복으로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어제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오늘을 매일 매일 실천한다면, 천개의 태양보다 더 화려하고 밝은 마음의 태양을 매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서울 관음선원 주지 okbuddha@daum.net

 

[1473호 / 2019년 1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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