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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키르티무카와 발우공양

기자명 고용석

음식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메타포

발우공양은 음식 깃들어 있는
공을 살피고 자기의 덕행 성찰
모든 존재 향한 연민 담겨있어

인도의 신화에 시바 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시바 신은 춤을 추는 신이고 우리가 우주라고 부르는 것은 이 신의 춤이다. 시바의 아내는 파바티라는 여신인데 어느 날 한 괴물이 시바 신에게 와서 파바티를 애인으로 삼고 싶다고 말한다. 시바 신은 화가 나서 잠깐 제3의 눈을 뜬다. 그 순간 벼락이 땅을 때리고 연기가 일고 불길이 인다. 연기가 가시자 괴물의 자리 옆에 다른 괴물이 하나 더 와 있는 것이다. 이 괴물은 피골이 상접하고 사방으로 뻗어있는 머리카락은 흡사 사자 털과 같았다. 첫 번째 괴물은 두 번째 괴물이 자기를 먹으려는 것을 알고 기겁하고 시바 신의 자비에 자신을 던지겠다고 말한다.

시바 신에게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 누가 자신의 자비 앞에 몸을 던지면 자비를 베푸는 것이다. 그래서 괴물에게 그 괴물을 먹지 말 것을 명한다. 그러자 깡마른 괴물은 배고픔을 호소하고 시바 신은 괴물 자신을 먹으라고 명한다. 괴물은 발부터 자신을 차례로 먹어 올라가 얼굴 하나만 덩그렇게 남게 된다. 이게 바로 남의 생명을 먹고 사는 생명의 이미지이다. 시바 신은 그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삶이란 게 무엇인지를 이토록 극명하게 보여주는 게 없다며 영광의 얼굴이란 뜻의 ‘키르티무카’라 이름 한다. 누구든 이 얼굴을 예배하지 않는 자는 자신에게 올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힌두사원이나 불교사찰에 가보면 통관절차처럼 이 가면 즉 ‘영광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이 신화에 대한 단상은 이렇다.

첫째, 동물이건 식물이건 살아있는 것이다. 삶의 요체 중 하나는 생명이 생명을 먹는 즉 스스로를 먹는 행위이다. 신화학자들은 특히 동물을 죽여 음식으로 취하는 두려움과 불편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야기, 즉 신화가 탄생했다고 한다. 옛 사람들은 이야기를 통해 만물의 신비를 깨닫는 세계의 문을 열었다. 신화는 삶을 살아가는 의미이자 세계관 및 우주관이었다. 그리고 한 사회의 질서를 일으키고 그 질서를 유효하게 할 뿐 아니라 정체성을 찾는 교육의 역할이기도 했다.

둘째, 먹고 먹히는 관계를 만물의 상호의존성을 나타내는 화엄불교의 인드라망에 대한 통찰로 접근할 수 있다, 사과 한 알을 먹는 것은 사과나무가 존재하도록 도와 준 이전의 나무들과 비와 구름, 흙과 바람 그리고 무수한 누대의 동식물, 사람들이 흘린 땀과 눈물, 호흡까지 먹는 것이다. 사과 한 알은 우주 전체요, 우주의 선물이다. 먹는다는 것은 부처님을 내안으로 모시는 것이요. 동시에 내 안의 부처님께 공양드리는 것이다. 이천식천(以天食天) 즉 하늘이 하늘을 먹는 것이다. 누군가 자기를 위해 공양을 짓고 먹는 이가 있다면 이는 무지의 소산이고 그 업장만을 먹을 뿐이다. 어찌 먹는 행위뿐이겠는가.

불교의 발우공양은 식사가 있기까지 공이 얼마나 든 것인가를 살핀다. 우주의 선물인 이 공양을 과연 받을 만한 것인가 자신의 덕행을 성찰한다. 깨달음과 내면의 자비를 키우는 약으로 먹을 것을 상기한다. 거기엔 맑은 음식과 그 음식 속에 담긴 수많은 인연에 감사하는 기도, 물 한 방울까지 비우는 낭비 없는 식사, 그리고 모든 존재를 향한 연민이 담겨있다.

셋째, 음식은 내면문화의 상징이자 인간본성과 우주에 대한 메타포이다. 채식은 깨달음·연민·관대함·생명·평화·풍요·상호연결을 상징하는 반면, 육식은 부정·회피·죽음·분리·전쟁·결핍을 상징한다. 즉 일상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어떤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갈 것이냐를 대변한다. 우리 자신은 곧 우리가 먹는 그것이다. 우리의 식사가 불필요하게 무력한 동물들을 해치지 않도록, 생태계와 귀중한 자원을 낭비하지 않도록, 그리고 그 어디에서도 아이의 건강한 삶을 빼앗지 않도록 깨어있음과 연민의 마음으로 먹어라. 점차적으로 모든 생명체가 하나임을 더욱 자각하게 될 것이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directcontact@hanmail.net

 

[1473호 / 2019년 1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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