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살라국 왕이 법복 500벌을 만들어 아난존자께 시주했다. 아난은 이 법복을 500명 스님들에게 나누었다. 왕이 존자께 물었다. “존자님. 스님들은 이 법복이 낡으면 버리십니까?” 존자가 대답했다. “버리다니요. 낡은 법복은 기워서 누더기를 만들지요. 분소의(糞掃衣)가 그것입니다.” “그 누더기가 낡았을 땐 버리시겠군요.” “버리다니요. 그걸 더 기워서 법복 속에다 속옷으로 입지요.” “그 속옷이 낡으면 그땐 버리시겠군요.” “버리다니요. 그걸 더 기워서 요를 만들지요.” “요가 낡으면 그땐 버리시겠군요.” “버리지 않아요. 그걸 더 기워서 깔개를 하지요.” “깔개가 낡았을 땐 버리시겠군요.” “버리지 않아요. 그걸 끊어서 발 닦는 걸레로 쓰지요.” “그 발 닦개가 낡았을 땐 버릴 수밖에 없겠군요.” “낡은 발 걸레도 버리지 않아요. 걸레를 썰어서 진흙에 섞지요. 그것으로 벽을 바르면 아주 튼튼한 흙벽이 되지요. 시주를 함부로 버리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코살라왕은 “존자님 참으로 법복을 시주할 만합니다.” 하고 감동을 하였다. ‘본생경’ 157번째 이야기에 있는 부처님 법문이다. 오늘의 동시에서 이런 법문 한 대목을 찾아보자.
할머니와 티셔츠
장 진 화
삼촌이 버린 티셔츠
할머니가 입었다.
“목 다 늘어났다.
버리뿌라.
새 옷 사주께.”
“멀쩡한 거를 와 버리노.
아깝다.
사지 마라.”
할머니와 삼촌 실랑이하는데,
작아서 버린 내 티셔츠는
할머니 젖은 발 닦아 드린다.
장진화 동시집 ‘바닷물이 참 맵다’(2016)
삼촌이 티셔츠가 낡았다며 벗어 던졌다. 목이 늘어나 못 입겠단다. 그런데 아낄 줄 아는 할머니 눈엔 그렇지 않다. “멀쩡한 걸 왜 버리노? 아깝다. 내가 입자.” 삼촌이 버린 티셔츠를 할머니가 주워 입었다. 법복이 낡으면 기워서 분소의를 만들어 입고, 분소의가 낡으면 더 기워서 법복의 속옷으로 한다는 경전 말씀을 읽으신 할머니시다. 속옷이 낡으면 그걸 더 기워서 요를 만들고, 요가 낡으면 더 기워서 깔개를 만들라는 부처님 말씀을, 스님으로부터 들어온 할머니시다. 깔개가 낡았을 때는 끊어서 발 걸레를 만들고, 발 걸레가 낡았을 때는 썰어서 진흙에 섞어 벽을 바르라는 부처님 말씀을 실천하는 할머니가 분명하다.
그런데 삼촌은 그게 아니다. “어무이. 그 티셔츠, 목이 늘어져 이제 못 입는다. 버리뿌라!” 이렇게 해서 할머니와 삼촌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런데 내가 작아서 못 입고 버린 티셔츠는 물려 입을 식구가 없다. 고마운 할머니의 발을 닦아드리는 발 걸레가 되었으니 착한 걸레다.
장진화(張眞華) 시인은 경남 창원 출신으로(1974), 법명을 진화심(眞華心)이라 하는 신심 있는 불자이다. 2013년 ‘아동문예’ 신인상으로 등단 이후 ‘바닷물이 참 맵다’(2016)등 동시집을 내었으며, 경남아동문학상, 경남문학우수작품집상 등을 수상하였다. 한국불교아동문학회 회원이며, ‘고향의 봄’의 주인공 이원수 선생을 기념하는 이원수 문학관에서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473호 / 2019년 1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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