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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서양불교의 탈전통 및 통합 지향성-중

기자명 장은화

다양한 불교수행 결합…혁신적 형태 다르마 출현

전 세계 불교 유입된 미국서
불교전통 간 상생 절실해지며
불교 에큐메니즘 중요성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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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속 통합 추구 주안 둬
타 전통 수행 익히는 현상 등
아시아불교 카테고리 붕괴 돼

통찰명상협회가 2014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완공한 센터 전경.

미국불교에는 주류문화에 긴 세월 동안 영향을 준 프로테스탄트주의의 진보적, 실용적, 현세적 경향이 드러난다. 이러한 경향은 불교의 경험주의적 기반이자 효과적인 도구인 명상으로 표현되고, 또한 붓다의 가르침을 따름으로써 개인이 얻게 되는 효용으로 표현된다. 미국에서는 이런 현세적인 성향이 붓다의 가르침이 지닌 힘이라고 간주된다. 그런데 이런 실용주의적 성향은 미국인들이 절충을 좋아하는 성격에서도 드러난다. 즉, 그들은 한 가지 수행에 전념하지 않고 다양한 불교수행을 체험하면서 선별적으로 수용한다. 물론 이러한 절충적 수용이 가능한 것은 미국에 전 세계의 모든 불교 유형이 다 들어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절충적 성향으로 인하여 미국불교는 아시아의 종파불교와 매우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즉 선, 위빠사나, 티베트 명상을 수행하는 미국인 불자들은 특정 종파만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성향이 강하지 않고 또 다양한 수행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체험으로 인하여 타 종파에 대한 편견이 적고 비교적 열려있는 태도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 선을 비롯한 명상의 전통은 미국사회에서 점점 더 깊이 뿌리를 내려가면서 비(非)종파적 수행의 관행이 확산되고 있다. ‘비종파적’이란 기존 단체와 제휴를 맺지 않고, 특정한 전통을 내세우지도 않고, 다양한 명상 전통의 수련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수행하는 관행을 말한다.

이러한 절충적 성향과 더불어 다원성과 다양성 또한 미국불교의 뚜렷한 특징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 점은 아시아의 전통과 확연히 다르다. 보통 아시아에서는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상좌부불교, 중국과 동아시아의 대승불교, 혹은 중앙아시아와 아시아 중심부의 티베트불교처럼 한 나라가 하나의 전통을 수용하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는 이전에 지리적으로 수천 킬로나 떨어져 있던 이 불교전통들이 서양에서는 한 나라 안에 심지어 로스앤젤레스, 런던, 베를린, 시드니처럼 한 도시 안에 출현해 있다. 따라서 서양에서 불교전통 간 상생의 필요성은 절실해졌으며, 실제로 상생을 위한 활동이 동양에서보다 더 쉽게 이루어지고 있다.

불교 에큐메니즘(ecumenism, 통합)의 중요성은 이와 같은 서양불교의 상황에서 제기됐다고 볼 수 있다. 에큐메니즘은 20세기 프로테스탄트 기독교도의 운동으로부터 차용되었다. 19세기와 20세기에 들어서 이 에큐메니즘, 즉 통합운동은 공통의 믿음과 단체의 협력을 통해서 기독교의 복음을 더 성공적으로 전파하기 위해 그 당시 극심하게 분열되어 있던 기독교의 통합을 목표로 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이제 전 세계적으로 불교가 분포되어 있고 또 불교의 교리와 수행이 표면적으로는 다르게 보일지라도 공통의 기반이 있음을 자각하게 됨으로써, 이 불교 에큐메니즘이란 용어는 타당하게 채택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것은 불교의 다양성 안에서 통합을 추구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으며 기독교처럼 그 가르침을 전파하는 일은 그다지 중시되지 않는다. 이러한 통합적 태도가 각 전통의 다양한 민족성, 수행방식, 수행의 민주화, 참여의 형태, 문화변용 같은 이슈들을 건설적이고 생산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것 같다.

서양불교도 공동체들 사이에 교류가 진행되면서 이른바 잭 콘필드(Jack Kornfield, 1945~)가 말하는 ‘공유 수행(shared practice)’이라는 형태가 등장했다. 이것은 선의 지도자들이 상좌부불교의 경전을 연구하거나, 위빠사나의 법사들이 티베트불교도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처럼 타 전통의 수행을 익히는 현상으로서 아시아에서는 전례 없는 혁신적인 형태의 다르마다. 다양한 전통들이 각자의 수행을 이처럼 공유하거나 심지어 혼합하는 현상은 미국의 많은 수행센터들에 어울린다. 미국의 센터에는 특정 전통의 수행에 장기간 전념해온 불교도들이 통합적인 환경에서 함께 수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통의 공유 혹은 혼합은 미국인들의 수행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유동성에도 역시 잘 맞는다. 유동성이란 미국인 불교도들이 몇 년에 걸쳐서 선, 위빠사나, 티베트 명상과 같은 한 가지 수행에 전념하다가 다른 수행형태와 소속단체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절충적이고 실용적인 방식은 일반적으로 개인적인 종교체험을 매우 중시하지만 교리적 일관성이나 전통적인 정통성을 싫어하는 미국인들의 성미에 맞다.
 

센터 설립자이자 유명 명상 법사인 조셉 골드스타인. 그가 2002년 출간한 ‘하나의 다르마: 떠오르는 서양 불교'는 오늘날 전개되고 있는 혼합 수행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혼합 수행은 특정 공동체의 필요에 따라서 혹은 미국인 불교도들이 새로운 의식과 행사를 만들어내기 시작하면서 즉흥적으로 개발되는 경향이 있다. 또 어떤 경우 전통들은 샴발라 인터내셔널(Shambhala International)에서 그랬던 것처럼 보다 더 공식적으로 통합되기도 하는데, 티베트불교와 선이 초걈 트룽파(Chogyam Trungpa) 린포체의 다양한 관심의 표현으로서 서로 결합된 것이 바로 이런 사례다.

여러 수행법의 혼합현상은 60년대 반(反)문화 시대 이래로 선, 상좌부불교, 티베트불교의 명상전통이 거의 대등하게 미국사회에 영향을 끼친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그 당시 이 세 전통에 속한 아시아 승려들은 매우 유동적인 사회 환경에 처해있던 미국인들에게 아시아의 종파불교와 명상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젊은 구도자들은 이 스승에서 저 스승으로 옮겨 다녔고, 신생 수행단체들은 공통적으로 이 세 불교전통에 노출되었던 수련생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비록 대다수의 센터들이 독특한 종파주의적 경향을 보이긴 했지만, 결국 혼합 수행을 채택한 단체가 생겨났다. 1967년 설립된 ‘서양불교단의 친구들(Friends of the Western Buddhist Order, 현재 명칭은 삼보 불교공동체 [Triratna Buddhist Community])’가 바로 그것인데, 이 단체는 서양에 불교를 전달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본 혼합수행 스타일을 창안하는 데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오늘날 여러 전통을 혼합한 수행에 대해서는 논란이 없지 않지만 미국인 공동체들은 새로운 서양불교를 만들어내기 위해 다양한 전통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을 당연시하는 것 같고 실제로 또 많이 그렇게들 하고 있다. 이런 혼합 수행의 양상에 대해서는 통찰명상협회(Insight Meditation Society)의 설립자이자 유명한 명상 법사인 조셉 골드스타인(Joseph Goldstein, 1944~)이 체계적으로 제시해주고 있다. 2002년 출간된 골드스타인의 ‘하나의 다르마: 떠오르는 서양불교’(One Dharma: The Emerging Western Buddhism)는 오늘날 전개되고 있는 혼합 수행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골드스타인은 1992년 이래로 금강승 법사들과 함께 족첸수행을 하기도 하고, 선을 수행하는 친구들과 광범위한 대화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만남 속에서 종파적인 분류는 때로 애매해지고 그 의미도 별로 없다. 골드스타인은 아시아불교의 카테고리가 이런 식으로 붕괴되면서 서양인의 다양한 불교수행 형태가 하나로 모아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장은화 선학박사·전문번역가 ehj001@naver.com

 

[1473호 / 2019년 1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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