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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법당에도 의자 설치해야

기자명 김효곤
  • 기고
  • 입력 2019.01.21 16:22
  • 호수 1474
  • 댓글 0

불자인구의 감소가 지속되고 있다. 그간 각 사찰마다 불교대학을 설치하고 경전한글화 등 많은 노력을 기울려 왔지만 이웃종교에 비해 포교에 대한 노력이 미약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불자 인구가 감소된 직접적인 요인은 사찰이 시대와 동떨어진 문화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현대 한국사회는 생활습관이 서구화되고 있다. 각 가정에서는 침대, 식탁, 소파를 이용하고 학교와 직장에서도 의자에서 생활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성당이나 교회도 모두 의자에 앉아 신앙활동을 한다. 반면 우리 사찰은 아직도 가부좌식 생활을 고집하고 있다. 이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이다. 의자생활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마룻바닥에 앉아 가부좌식으로 생활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불편하다. 아무리 불교가 심오하고 과학적인 교리를 갖고 있다고 하지만 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발전하기 어렵다. 

기독교도 한국전쟁 직후까지는 마룻바닥에서 그냥 앉아 종교행사를 진행했지만, 1970~80년대부터 의자를 도입해 신도들에게 편의를 제공했다. 그것이 기독교가 급성장한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한국 사찰들도 과감하게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산중암자나 작은 사찰, 선방, 기도처, 몇몇 전각은 제외하더라도 최소 30평 이상이 되는 법당공간에는 의자를 도입해야 한다. 중대형 법당에는 1차적으로 규모에 따라 7~8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법당의 좌우편 또는 부처님 맞은편에 여러 개 설치해야 한다. 스님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법당 내에 의자를 둔다고 해서 부처님께 불경하는 것도 아니며 기도가피력이 감소되는 것도 아니며 법당에서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것도 아니다. 

절에 나오는 60~70대 노신도들은 대부분 허리와 다리관절이 불편한 상태이다. 이들을 위해 의자를 설치하는 것은 배려이기도 하다. 또한 절에 나오는 젊은 신도들은 법당에 가부좌로 앉아야 하기 때문에 외출복, 정장을 입고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간소한 차림으로 옷을 입거나 개량식 한복을 입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절에 양복정장이나 외출복을 입고와도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불교가 현대인들과 호흡을 맞춰 발전하려면 포교전략과 의식을 시대에 맞게 바꿔야 한다. 1차적으로 소규모 사찰은 법당에 최소 50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를, 큰 사찰은 100명 이상 앉을 수 있는 의자를 조속히 도입했으면 좋겠다. 등받이가 없는 의자를 둔다면, 많은 사람이 앉을 수 있고 편의대로 이동할 수 있어서 공간의 제약은 크게 없을 듯 보인다. 

최근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말하고 있다. 한국불교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서구인들에게 부처님의 정법을 알리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일부 보도에 의하면 서구에서 출발한 기독교가 급격히 쇠퇴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기독교의 비과학적 요소들이 드러나면서 합리적인 서구인들이 점차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서구인들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불교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한국불교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환경에 와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외국에 건립된 한국사찰도 법당에 의자가 설치돼 있지 않고, 한국사찰과 마찬가지로 그냥 바닥에 앉도록 하는 구조다.

서양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의자에서 생활하는 것에 익숙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바닥에 가부좌로 앉으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서구에 한국불교를 알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당에 의자를 설치하는 것이 우선이다. 한국불교가 구시대의 이미지를 벗고, 현대인들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그 첫걸음은 법당에 의자를 설치해 신도들이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김효곤 전 고려대 강사

 

[1474호 / 2019년 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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