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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동안 쓸 보배로운 마음

기자명 희유 스님

영화 속 소박한 노부부 삶 통해
소소한 삶 대한 무한 감동 느껴
‘소욕지족’ 삶이 가장 건강한 삶

얼마 전 ‘인생후르츠’라는 독립영화를 지인들과 함께 보게 되었다. 

영화는 슈이치와 히데코라는 노부부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찍은 것이었는데 이 노부부는 일생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면서 후손들에게 물려줄 자연이 덜 훼손되길 바라면서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쭉 뻗은 길을 선호하고 편리한 아파트를 더 좋아하는 요즘, 노부부는 바람 길과 주변의 환경에 거슬리지 않게 집을 짓고 무차별한 개발로 헐벗은 나지막한 동산에 나무를 심어 지금은 주민들의 쉼터로 변모시켜 많은 사람들이 건강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아끼면서 살아가는 노부부의 일상이 가슴 속으로 들어오는 영화였다. 슈이치 할아버지와 히데코 할머니는 소박한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들의 삶을 만족해하고 서로를 존경하면서 살아가신다. 노부부의 집 뜰에는 항아리를 두고 항상 물이 흐르게 해 놓았다. 찾아오는 작은 새들과 짐승들이 목을 축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면서 자연이 주는 만큼, 나에게 필요한 만큼만 갖기 위해 집 앞의 텃밭에서 나오는 농산물도 먹을 만큼만, 남은 것은 친지들과 이웃에 나누어 주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만끽하면서 살아가는 삶에서 무한한 감동을 느꼈다.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얼마나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살아갈까? 그저 부족한 것 같아서 이것저것 욕심을 내고 굳이 필요치 않은 물건을 사들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부처님께서는 “삼독심을 버려야한다”고 그리 말씀하시는데 정작 우리들은 이것저것 욕심내고 무엇이던지 더 가지려고 할 뿐, 내려놓을 생각을 못하고 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머리로는 ‘그래, 삼독심을 버려야지’하면서도 정작 실천하지 않는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초발심자경문’에 이런 글이 나온다.

“삼일수심(三日修心)은 천녀보(千載寶)요, 백년탐심(百年貪物)은 일조진(一朝塵)이라.” 

‘삼일 동안 마음을 닦는 것은 천 년 동안 쓸 보배요, 백년간 물질을 탐하는 것은 하루아침의 티끌이로다’라는 것인데 천 년 동안 쓸 보배를 가지기 보다는 하루아침의 티끌을 더 선호하는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영화 속 두 분을 보면서 우리 복지관 어르신들의 모습이 스쳐간다. 많은 어르신들이 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살아가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일부의 어르신들은 자신이 가진 재능을 작품으로 탄생시켜 북촌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소소한 기쁨을 선사하시고 계신다. 어르신들은 창신동 봉제공장에서 자투리 천을 갖고 와 작품을 만드신다.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천을 재활용해 멋진 작품으로 리폼하는 손길 속에는 자연을 아끼는 마음도 내포되어 있다. 그 모습이 왠지 영화 속 히데코 할머니와 맞닿아 있는 것 같다.
 

희유 스님

슈이치 할아버지와 히데코 할머니의 삶이나 센터의 어르신들의 삶 모두 소욕지족(所欲之足)이 가장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현재에 만족하는 삶, 소박하지만 더 많은 것을 욕심부리지 않는 삶, 더불어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삶, 이러한 것들이 다 천 년 동안 쓸 보배일 것이다.

서울노인복지센터 시설장 mudra99@hanmail.net

 

[1474호 / 2019년 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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