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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선학원 사태 둘러싼 ‘침묵의 카르텔’

  • 기자칼럼
  • 입력 2019.01.25 18:39
  • 수정 2019.01.28 11:01
  • 호수 1475
  • 댓글 19

성불연대 등 이사장 성추행 판결 외면
의혹만 제기돼도 비판하던 태도와 딴판
우연 아니라 의도였다면 ‘진짜 적폐’

법진 선학원 이사장의 성추행 의혹이 사실로 확정됐다. 대법원은 1월17일 법진 이사장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법진 이사장은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2년 형에 처해졌다. 성폭력 치료강의도 24시간 이수해야 한다. 다른 성범죄자들과 함께 승복을 입고 성폭력 치료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개인뿐 아니라 불교계 전체에 부끄러운 일이다. 진심으로 참회하고 책임지지 않는다면 호되게 질타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침묵하고 있다. 법진 이사장의 여직원 성추행사건을 계기로 2017년 출범한 성평등불교연대(이하 성불연대)가 그렇다. 법진 이사장 성추행 사건을 비롯해 불교계 내부의 성차별 해소 및 성폭력 피해자 치유와 인권 보호에 목소리를 높여왔던 성불연대는 어느 순간 선학원, 특히 법진 이사장 사건 만큼은 꾸준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성불연대는 지난해 조계종의 범계의혹을 제기한 MBC의 PD수첩이 방송되자 곧바로 성명을 발표하고 책임자 처벌 및 퇴진을 요구했다.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부도덕한 인물, 집단으로 몰아세웠다. 또 최근 한 주간지가 제기한 진각종복지재단 간부의 성추행 의혹에도 성불연대는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진상규명 및 엄중처벌을 요구했다. 그러나 법진 이사장 성추행 유죄 확정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 표명도 없다. 의혹만 제기돼도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의혹도 아닌 이미 유죄가 확정된 사안임에도 유독 법진 이사장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성불연대뿐만이 아니다. 불교계에서 각종 의혹이 일어날 때마다 ‘정의’를 외쳤던 교계단체들도 법진 이사장에 대해서는 약속이나 한 듯 침묵하고 있다. 지난해 “청정승가를 구현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여 ‘종단개혁’을 외치고 각종 시위를 주도했던 불교개혁행동, 참여불교재가연대, 정의평화불교연대 등 교계단체들도 성추행으로 형이 확정된 법진 이사장의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입 한 번 뻥긋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 판결 이후 이사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선학원 이사회가 오히려 이사장을 옹호하는 뻔뻔한 행보를 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 이들 단체 중에 몇몇 인사들이 법진 이사장이 발행인으로 있는 선학원 기관지 등에서 논설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침묵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것은 ‘의혹’을 기정사실화하여 퇴진과 처벌의 한 목소리를 냈던 이들이 이번에는 약속이나 한 듯 침묵에 돌입했다는 점이다. 마치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모습이다. ‘침묵의 카르텔’이란 사회집단이나 이해집단이 불리한 문제나 현상이 있을 경우 조직적으로 침묵하고 은폐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임은호 기자
임은호 기자

종단과 개인을 향해 돌을 던지며 한목소리를 내던 이들을 한목소리로 침묵하게 만든 실체는 무엇일까. 만약 이들이 진정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는 것이라면 그 이면에는 반드시 은폐하고 싶은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다. 인권, 성평등,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소리 높이던 이들이었기에 진짜 목소리를 내야할 때 보이는 한결같은 침묵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의도’일 수 있다. 성불연대 등은 이제라도 성평등과 선학원 개혁에 지속적이고 강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들이 진짜 적폐로 전락하지 않았음을 밝히는 유일한 방법도 바로 여기에 있다.

 

[1475호 / 2019년 1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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