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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교육기관 조정, 특단 조치 내려야

새해가 되면 조계종 주요 기관들은 한 해의 사업계획을 대중에게 공개하고 설명하는 자리를 갖는다. 조계종 교육원 역시 지난 1월2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교육원이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계획을 밝혔다. 이 기자회견을 전하는 교계 언론매체의 보도를 접하면서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조계종 교육원의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 할 수 있는 기본교육기관 조정 문제에 대한 ‘무대책’ 때문이었다. 

물론 이 문제는 교육원 독단으로 결정, 시행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기자회견 당일 교육원장 스님이 “종단의 여건상 강제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는 견해를 밝힌 것처럼, 기본교육기관 조정은 반드시 범종단적 합의가 전제될 필요가 있는 중대 사안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결국 교육원에서 발의하고 해결해나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교육기관 수 조정은 긴 안목을 갖고 설득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진행할 것”이라며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장기적으로 조정될 것으로 본다”는 최고 책임자의 발언에 낙담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계종으로 출가한 스님들은 누구나 기본교육기관에서 4년간의 의무교육을 마쳐야 한다. 그래야만 비구(니)계를 수지할 수 있다. 그런데 사미(니)계를 받은 스님들 앞에 놓여있는 의무교육기관 선택지는 너무도 많다. 사찰승가대학(강원) 14곳을 비롯하여 기본선원, 동국대, 중앙승가대 등 총 17개에 달하는 교육기관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17개 교육기관은 저마다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물론 승가라는 특성상, 교육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문제일 수는 없다. 하지만 조계종 승가기본교육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결코 ‘다양성’이라는 가치로 포장하기 어려운 ‘절박함’이 눈앞에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현행 기본교육기관의 틀은 1994년 개혁종단의 출범과 함께 마련된 것이었다. 동국대와 기본선원을 기본교육기관에 포함시킨 것도 이때의 일이었다. 당시 이러한 정책적 변화가 가능했던 요인은 물론 출가자 수의 확보에 있었다. 기본교육기관 입학 대상자, 즉 사미(니) 수계자는 1990년대 연 500여명에 달했다. 웬만한 교육기관에는 한 학년 20~30명의 학인들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 무렵부터 종단의 식견 있는 인사들은 멀지 않아 출가자의 급격한 감소 추세가 이어질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종단 기본교육기관 조정은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는 의견을 수시로 밝혔다. 

종단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7년도 사미(니) 수계자는 151명이었다. 지난해 이 수치가 조금 증가하였다는 발표도 있었지만, 이제 조계종 출가자는 200명을 넘기기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음이 분명하다. 이러한 출가자 급감 추세는 결국 17개 기본교육기관 존립에 결정적 타격을 주고 있다. 교육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찰승가대학(강원) 14곳 가운데 2017년도 기준 학년별 정원 10인 이상을 충족하고 있는 교육기관은 단 2곳에 불과하며, 총 학인정원 40인 이상을 충족하고 있는 교육기관도 4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특정 사찰의 이름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2017년 말 기준 전체 학인 수가 10명 미만인 교육기관도 두 곳이나 있었다.  

이제 조계종 기본교육기관 조정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어차피 이것은 교육원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제도 아니다. 결국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종단 최고책임자인 총무원장스님의 의지 문제가 아닐까 한다. 최근 수년 사이 사찰승가대학(강원)은 이미 5곳이나 문을 닫았다. 지금처럼 방치하면 또 몇 곳은 조만간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종단 책임자들은 진정 기본교육기관의 고사(枯死)를 바라고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총무원장스님께 이제 종단 기본교육기관과 관계된 특단의 조치를 내리셔야 한다는 당부의 말씀을 간곡히 드리고 싶다.

김상영 중앙승가대 교수 kimsea98@hanmail.net

 

[1475호 / 2019년 1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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