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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배려와 참회

기자명 법장 스님

“나 자신과 타인 함께 행복하게 하는 지혜”

배려, 상대의 잘못 바로잡는 것
참회, 스스로 잘못 뉘우치는 것
배려와 참회, 불가 자자와 포살
두 가르침 모두 행복 완성의 길

2019년 새해를 맞이한지 어느새 한 달이 지나갔다. 올해는 불교계나 국내에도 배려와 참회라는 단어가 화두이다. 지난 시간의 일들을 스스로 투철히 바라보고 반성하여 그 위에 다시금 청정한 기틀을 마련해야 하는 시기이다. 

배려란 자신을 내려놓고 상대를 위해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상대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을 보면 잘못을 지적해주고 바른 길로 인도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참회란 남을 통해 알게 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본인 스스로가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반성하여 보다 나은 인격을 갖추는 것이다. 이 배려와 참회는 사회나 승가라는 공동체가 내부적으로 바르게 유지되고, 그 구성원들의 믿음을 견고히 해줄 수 있는 중요한 장치이다.

불교가 250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많은 분열을 겪으면서도 지금까지 이어져올 수 있었던 중요한 비결 중의 하나는 승가에 포살과 자자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포살(布薩uposatha)’이란 인도 바라문교의 종교행사를 불교가 받아들인 것으로, 초기에는 사부대중이 모여 불교의 가르침을 듣는 설법집회였다. 그러다가 부처님께서 보름마다 율장의 각 조항이 적혀있는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를 독송하며 스스로를 반성하고 참회하는 의식으로 정하셨다. 포살일에는 승가의 구성원 전원이 반드시 한 자리에 모여 현재 공동체가 잘 화합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구성원 간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승가를 바르고 청정하게 이끌어나가기 위해 회의를 열었다.

이러한 포살이 현재 조계종에서는 출가자의 비구계(율장) 포살과 사부대중의 보살계 포살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범망경’을 통한 보살계 포살이 일반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이는 승가의 정신을 잘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출가와 재가의 사부대중이 함께 모여 화합하고 서로를 배려하며 계율에 어긋난 것이 있으면 함께 참회하여 자리이타의 대승보살로써 승가를 바르게 이끌어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의식이다. 

다음으로 ‘자자(自恣 pravārita)’는 승가의 수행기간인 안거의 마지막 날에 전원이 모여 3개월간의 수행기간 동안 있었던 문제나 불만 등을 서로 지적하고 반성하는 의식이다. 이 자자는 공동체 생활 중에 생겨난 문제에 대해서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그것을 참회하고 성찰함으로써 승가 내부의 문제를 구성원 간의 힘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자자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미리 참회하고 의식에 참석하게 되어있는데, 이는 이미 참회하고 청정해졌더라도 다시금 자자의 자리에서 그것을 거듭 참회하고 확인하여 승가를 보다 바르게 이끌어가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승가는 자체적인 자정장치인 포살과 자자를 통해 승가 공동체뿐만 아니라 수행자 개인의 잘못과 문제까지도 세심하게 확인하고 반성하여 오랜 시간동안 유지되어 올 수 있었다. 이 포살과 자자는 결코 과거의 것이 아닌 현재도 승가 내에서 행해지고 있는 중요한 의식이다. 이러한 의식은 형식적으로 참석하는 것이 아닌, 승가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과 남에 대한 배려를 갖고 임했을 때 나와 남이 하나 된 대승불교의 자리이타가 실현되는 것이다. 

이는 불교뿐만이 아닌 모든 사회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구성원들이 각자의 본분에 맞는 역할을 바르게 이행하고, 공동체에 문제가 있으면 화합하여 해결해야 한다. 남의 잘못을 자신과는 무관하게 생각하여 지나치거나 무시한다면 그 공동체의 내일은 결코 밝을 수 없다. 모든 구성원들은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으로 이어져 있기에 타인의 잘못이 결코 자신과 무관할 수 없다. 우리 모두는 서로의 영향을 받으며 이 사회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타인과 다르지 않고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바르게 바라보고 상대를 배려한다면, 그 이익은 온전히 자신에게 들어와 상대에게 전해질 것이다. 즉 자신의 참회와 배려는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닌 바로 자신을 행복하고 청정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475호 / 2019년 1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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