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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백제의 미소’ 서산 보원사 마애불 발견

기자명 이병두

나무꾼이 일러줘 다시 나툰 불보살

1959년 보원사지 조사중 발견
역사‧문화적 가치로 국보 지정
희망메시지로 세상 밝혀 주길

1959년 보원사지 조사 중에 발견된 백제의 미소 서산 보원사 마애불.
1959년 보원사지 조사 중에 발견된 백제의 미소 서산 보원사 마애불.

흔히 ‘서산마애삼존불’이라고 부르는 서산 보원사 마애불은 오랜 세월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다. 1959년 4월, 당시 부여박물관장 홍사준과 미술사학자 황수영 박사 등이 용현리 계곡 위쪽에 있는 보원사지 조사를 마치고 내려오던 길에 우연히 만난 나무꾼이 아니었으면 그 뒤로도 한참 동안 숨어 있을지도 모르고, 이제는 산림이 우거지고 나무꾼도 사라져서 아예 그 존재가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 홍사준과 나무꾼 사이에 이런 대화가 오고갔다고 전해온다. “이 근처에 불상이나 사람이 새겨진 바위가 없습니까?” “바로 저 위의 큰 바위에 있습니다. 세 사람이 있는데 가운데는 남편 같고, 왼쪽은 본부인 오른쪽은 샛부인[첩] 같습니다.”

이 말을 들은 홍사준이 직감적으로 “뭔가가 있다”고 느끼고 나무꾼이 가리킨 곳으로 가서 이 마애불을 보고 사진을 찍어 왔는데, 나중에 사진을 본 황수영이 서둘러 본격 조사에 착수하여 그 아름다운 미소가 온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지역 사람들 사이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런 이야기가 전해졌다고 한다. “웃고 있는 산신령 옆의 부인이 다리를 포개고 앉아 볼에 손을 대고 놀리자 다른 쪽 부인이 약이 올라 손에 돌을 쥐고 서 있다.” 마을 주민들이야 나무를 하거나 토끼몰이를 하면서 주변 산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으니, 이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 마애불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고 거기에 자기들 나름의 해석을 붙인 것이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라는 노래 가사가 있지만, 보원사 조사단과 나무꾼의 만남도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오랜 세월 숨어계시던 이 부처님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중생들을 보살필 때가 되었다’고 결정하고, 나무꾼과 조사단이 만나는 인연을 지어주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이 부처님들은 그 존재를 드러내면서부터 그 ‘아름다운 미소’로 해서 ‘백제의 미소’라는 애칭을 갖게 되었고,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1962년에 국보 제84호로 지정되어 문화재 당국의 관리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그 순간부터 불제자들의 예경 대상이 아니라 그냥 ‘국보 제84호’로 불리는 관리대상 석조문화재이자 관광상품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불교계에서도 관리 주체를 누구로 하느냐에 주로 관심이 있었을 뿐, 매일 예불을 드리고 차와 향 공양을 올리는 불제자의 본분을 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15년 전부터 보원사 스님들이 앞장서서 부처님들을 여법하게 모시는 불사를 하고 있으니, 앞으로 보원사 마애 부처님의 미소가 전해주는 희망의 메시지가 온 세상을 밝게 해줄 것이리라 기대한다.

이 사진은 보원사 마애불이 발견된 직후에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흐릿한 흑백 사진인데도 환한 미소로 중생들에게 희망을 전해주려는 부처님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이 미소가 담고 있는 자비심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그것은 우리들 몫이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75호 / 2019년 1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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