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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은 마라톤선수 아닌 바통 잇는 릴레이선수”

  • 교계
  • 입력 2019.02.04 09:53
  • 수정 2019.02.06 21:39
  • 호수 1476
  • 댓글 9

동국대 총장 보광 스님 퇴임 인터뷰-하

총장 비판 끊이질 않았던 건
4년 전 총장후보들 처신 기인
‘외부 개입’보다 내 선택 중요
4년 동안 폐암 등 3차례 수술
​​​​​​​
교훈 재정립이 가장 큰 보람
강의실마다 부처님 사진 걸어
600억 모금 중 40%가 불교인
로터스관 잘 마무리되길 기대

보광 스님은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더 내딛는 각오로 총장 직무를 수행했다”며 “종단, 불자님들 덕분에 동국대 위상을 높이고 빚도 갚을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동국대 총장 보광 스님은 지난 4년간 칼날 위를 걷듯 신중했다. 2015년 5월 총장에 취임해서도 여전히 의혹들이 따라붙었고 교수, 직원, 총학생회 등 학내 구성원들 시선에서 서늘함이 묻어났다. 행여 기존 의혹들이 법적 사실로 결론난다거나 새로운 문제가 불거지기라도 한다면 더 이상 버틸 여력도 지지할 사람들도 없어보였다. 보광 스님은 백척간두에 서 있었다. 그렇다고 마냥 서 있을 수도 없었다. 스님은 천 길 낭떠러지에서 한 걸음 더 내딛는다는 각오로 총장 직무를 수행해 나갔다. 자신에게 불거진 의혹들을 적극 해명하고 법적으로도 대응했다. 결과적으로 대부분 의혹들이 사실이 아니거나 부풀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보광 스님은 스스로 수행자라고 했다. 2000년 6월부터 청계산 정토사 만일염불결사를 이끌고 있는 스님은 나무아미타불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럼에도 총장 직무 과정이 괴롭고 힘들었음은 마음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수행력으로 마음은 견뎌낼 수 있었지만 (몸의) 세포는 더 예민했다”는 보광 스님의 말처럼 병이 스님의 몸에 서서히 번져갔다. 폐암수술에 이어 전립선암 수술을 받았으며, 나중에는 담낭도 수술해야 했다. 일부의 혹독한 비난과 서슴없는 모욕이 매서운 흉기가 됐던 셈이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총장선출 과정은 물론 총장 취임 후에도 늘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18대 총장후보들의 처신에도 문제가 있었다. 내가 17대 총장후보로 출마해 총추위를 거쳐 이사회에 1위로 추천됐을 때 학교 안팎에서 김희옥 전 헌법재판관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돌았다. 이는 내가 총장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낮음을 의미했다. 그럼에도 나는 총장후보를 그만두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첫째는 나를 지지해준 사람들을 등질 수 없었고, 둘째는 나를 지지해준 사람들 뜻과 상관없이 마음대로 사퇴한다면 다음 총장선거에도 나올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사회에서 단 한 표도 못 얻더라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밝혔다. 그래서 당시 김희옥씨가 분란 없이 총장이 될 수 있었다.”

▶그러면 4년 뒤에 비슷한 상황이 재연된 것인가.
“외부에서 어떤 뜻을 전하든 그렇지 않든 선택은 나에게 있고 결정권은 이사회에 있다. 4년 전 김희옥 전 총장과 조의연 총장후보는 ‘종단 개입’이라며 사퇴했다. 알다시피 이후 동국대는 커다란 혼란에 휩싸였고 불교 위상도 크게 떨어졌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나에 대한 조직적인 비판이 더욱 커졌던 것으로 안다.”

▶조의연 교수가 최근 4년 전 자신이 ‘종단 개입’을 주장한 것은 불찰이었으며, 관련 스님들에게 참회의 뜻을 밝히지 않았나.
“뒤늦게나마 종단 개입이 아니었음을 밝힌 것은 다행이다.”

▶총장 선출 과정에서 제기된 논문표절 의혹 문제는 어떻게 진행됐나.
“내가 지금까지 쓴 저술이 20여권, 논문이 160여편 된다. (한국연구재단이 평가하는) 등재학술지에 쓴 논문도 100여편에 이른다. 여느 학자들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나는 학자로서 누구보다 열심히 연구해왔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지난 총장선출 과정에서 단 2주 만에 내가 쓴 논문 중 40여편을 논문표절이라고 단정 지었다. 어떤 적법한 검증 절차도 거치지 않고 나를 총장에서 배제하려는 의도에서였다. 얼마 뒤 밝혀진 것처럼 대다수 논문이 전혀 하자가 없었고 일부가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하나는 곧바로 철회했고 하나는 지난해에 교육부에서 문제없다는 최종 결과가 나왔다. 논문을 게재하는데 있어 일부 부주의했음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불교학자로서 일군 성과마저 매도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종단의 재정 기여를 두고 말들이 많다.
“동국대는 불교계 선각자들이 설립한 대학이며 근본은 불교에 있다. 이는 앞으로도 변치 않는 사실이다. 지난 4년간 모금된 600억원 중 40%가 스님과 불자들이 기부했다. 엄청난 액수다. 또 비구니기숙사 건립에 30억원이 필요한데 이 또한 스님들이 1억원도 내고 5000만원도 낸다. 이 모두 동국대가 불교종립대학이기 때문이다. 종단 전입금의 폭을 넓게 봐야 한다.”

▶지난 4년간 가장 보람 있는 일은.
“교훈 재정립이다. 1934년 제정된 ‘섭심·신실·자애·도세’가 의미는 좋지만 이를 기억하는 학생과 동문은 거의 없다. 나는 오래전부터 불교정신을 드러내되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교훈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총장이 된 후 1년 동안 공모를 하고 각계 인사들을 모시고 수차례 회의를 열어 ‘지혜·자비·정진’으로 바꿨다. 또 우리 학교 강의실에는 부처님 사진 한 장 걸려 있지 않았었다. 서강대에 가봐라. 강의실마다 다 십자가 걸려 있다. 나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재이자 성보인 석굴암 부처님을 예술적으로 촬영해 이를 강의실과 사무실 600곳에 걸도록 했다. 이 두 가지가 가장 보람되다.”
 

▶매년 수억 마리가 동물실험으로 죽어가는 가운데 동국대가 동물을 희생하지 않고도 시험하는 방법을 개발한 것도 인상적이다.
“그렇다. 나는 사립대학 총장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면 각 대학이 건학이념에 맞춰 발전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도 지혜와 자비를 토대로 동물들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연구에 착수했던 것이다. 지금은 바이오전기를 개발해 앞으로 사찰들이 화분만 갖다 놓으면 전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연구로 특허를 받았고 상용화 단계에 있다. 이것이 불교종립대학인 동국대가 해야 할 일이다. 또 불교명상상담학과 개설 계획이 평의회까지 통과해 몇 년 후부터 신입생을 뽑게 된다. 현재 대기업들이 500여 곳에 명상실과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 분야에 불교가 할 일이 많다. 앞으로 우리 대학이 불교적 소양과 전문성을 갖춘 인력들을 배출하게 될 것이다.”

▶아쉬운 일이 있다면.
“굳이 말한다면 로터스관을 마무리 짓지 못한 게 아쉽다. 그렇지만 서울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나 교통역량 평가들을 다 통과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최첨단 시설을 갖춘 건물로 그 자체가 광고판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700~1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200억원은 이미 모아놨고 밑에 상가가 들어서기 때문에 임대료를 받으면 큰 부담은 없다. 여기에는 불교대학과 박물관, 총동창회가 들어가고 1000명이 모여 회의할 수 있는 컨벤션홀도 들어선다. 또 교직원들과 대학원생들이 아이를 마음 편히 맡기고 근무와 연구를 할 수 있는 어린이집도 있다. 후임 총장이 잘 마무리할 것으로 믿는다.”

▶어떤 인물이 총장이 됐으면 하나.
“동국대는 불교와 떼려야 뗄 수 없다. 확고한 불교적 신념이 있어야 한다. 또한 총장은 마라톤선수가 아니라 릴레이선수여야 한다. 연임 생각하면 여기저기 눈치 보게 된다. 4년간에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

▶향후 계획은.
“두 가지가 있다. 내가 동국역경원장을 맡고 있는데 한글대장경과 한국불교전서를 통합해 전산화하고 출판하는 한국대장경 발간사업을 하고 싶다. 이것은 한국불교의 역량을 드러내는 사업으로 한국대장경 700권 시리즈는 우리나라 최고의 출판물이 될 것이다. 또 하나는 일본 조동종 도겐 스님의 ‘정법안장’을 마무리 짓는 것이다. 총 95권 중 80권을 번역했으니 이것까지는 마치고 죽어야하지 않겠나.”

▶총장 소임을 마치면서 하시고 싶은 말씀은.
“전권을 맡기고 소신껏 책임경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이사장 자광 스님, 불자님과 종단 스님들, 그리고 지난 4년 나와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덕분에 대학평가도 높아졌고, 빚도 많이 갚았다. 거듭 감사드린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476 / 2019년 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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