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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법신장의 역할

기자명 심원 스님

기해년 새해가 시작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소한, 대한이 지나고 절기가 입춘이다. 여전히 동장군이 버티고 있지만 마음은 이미 봄의 길목에 들어섰다. 대개 이때를 즈음해서 설날이 오는데 올해 입춘은 음력으로 섣달 그믐날이다. 이에 정초기도 앞두고 입춘기도 봉행하랴 절집이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입춘기도는 한국불교의 특성이 잘 반영된 불교의식이다. 입춘의 의미를 불교교리를 곁들여 재해석하고 적절하게 수용함으로써, 이제 입춘기도는 사찰의 중요한 연례 법회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선대 조사스님들의 방편 지혜 덕분이다.

급변하는 사회 흐름 속에, 세간에서는 거의 사라져 버린 입춘 세시풍속이 불교의 법회의식 속에 면면히 전승되고 있는 것도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입춘 시에 맞추어 대문에 붙이는 ‘입춘대길 건양다경’과 같은 입춘방, 그리고 온갖 묵은 재앙을 헌옷에 담아 불살라 소멸하는 삼재풀이 등이 대표적인 입춘 풍속이다.

하지만 신중기도의 중심은 재앙이 소멸되고 경사스럽고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라는 ‘소재길상(消災吉祥)’에 있다 할 것이다. 봄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이런 보편적인 염원이 입춘 신중기도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닥친 재앙을 소멸하려 애쓰는 것보다 재앙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재앙은 어디에서 오는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란 삼독심을 버리지 못하고 신구의(身口意) 삼업이 청정하지 않은 곳에 재앙은 찾아간다. 피할 수 없다. 그러기에 가장 법다운 신중기도는 몸과 말과 생각을 청정하게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삼업이 청정하면 탐진치 삼독심은 저절로 엷어지고 호법신장이 옹호한다. 선업을 행한 이에겐 상을 주고 악행을 저지른 자에겐 벌을 내리며, 특히 불법을 파괴하는 이들은 가차 없이 징벌한다. 터럭만큼의 치우침도 없이 공정하다. 이것이 호법신장의 역할이다. 

그런데 지금 어느 때보다 이런 호법신장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데가 있다. 선학원이다. 선학원은 한국불교의 청정승풍을 대표하는 상징이었다. 그러나 지금 선학원은 이런 표현이 무색한 지경에 놓여 있다. 성추행범으로 징역 6월형의 확정선고를 받고도 여전히 이사장직을 움켜쥐고 있는 법진 스님과, 충성 경쟁이나 하듯 궤변으로 치장하고 눈물로 읍소하며 ‘12년 3연임을 마치고 명예로운(?) 퇴진’을 할 수 있도록 하자고 법진 스님의 유임을 결의한 선학원 이사회는 세간의 상식으로 도저히 용납되지 않은 상황이다. 선학원이 이대로 망가질 수는 없다. 호법신장의 특단의 방편이 있어야 한다.

“불교에는 포살과 자자가 있다. 스스로 허물을 드러내놓고 참회하다가 부끄러우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다. 또 남이 잘못을 지적하면 부끄러워서 물러나야 한다. 자신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남이 지적해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면 어떻게 해야 하나? 끌어내리는 수밖에 없다. 승려로는 부족하다. 사부대중이 힘을 합쳐야 한다.”

놀랍게도 이 말을 한 주인공은 다름 아닌 법진 스님이다. 지금과 같은 자신의 말로를 예견하기라도 한 것일까? 몇 해 전 모 신문사 인터뷰에서 이렇게 확신에 찬 목소리로 힘주어 주장했다. 길은 분명하다. 스스로 참회하지도 않고, 다른 이의 지적에도 부끄러워 물러나기는커녕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 이사장 자리를 지키려 안간힘을 쓰는 법진 스님에게 이제 남은 길은 하나뿐이다. 본인의 말대로 결국은 사부대중에 의해 끌어내려질 것이다. 사부대중이 강력한 호법신장 역할을 할 것이다. 

법진 스님은 2016년 신년기자회견에서도 “이사장은 어느 분이든지 일을 잘할 분을 모시면 된다. 선학원 이사장은 재단을 수호하고 100년의 전통을 이어 발전시켜야 할 책무를 가지고 있다. 명예나 권력욕으로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이사장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더도 덜도 말고 법진 스님 본인 입에서 나온 말, 반만 지켜져도 선학원이 제자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올봄엔 호법신장님 외호력으로 지난 허물 모두 소멸하고 선학원에 경사스런 일 가득하길 입춘기도 축원에 담아본다.

 

심원 스님 중앙승가대 강사 chsimwon@daum.net

 

[1476 / 2019년 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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