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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화해의 보살행

기자명 법장 스님

화는 대승보살의 공덕마저도 모두 태운다

모든 악행 근원은 분노와 화
스스로 참지 못해 화 내거나
남 화나게 하는 행동도 잘못
상호 신뢰 있을 때 화해해야

최근 우리 사회는 점차 개인주의가 강해지고 남에 대한 배려와 믿음이 약해지고 있다.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피해를 줄 것 같으면 화부터 내고, 불리한 일에는 남의 탓을 하며 다툼이 잦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자신만이 이익 되면 모든 것이 충족되고 문제가 사라질 거라는 착각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배려란 남을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이 그 공덕으로 인해 행복함을 갖고 타인과 화합하는 자리이타의 실천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배려는 자신에 대한 소중함과 집착이라는 개인주의에 의해 좀처럼 실천하기 힘든 것이기도 하다.

‘범망경’에서는 이런 개인주의에 의해 남을 배려하지 않고 화합하지 않는 행동을 ‘제9진심불수회계(瞋心不受悔戒)’라는 중죄로 보고 있다. 이 계의 내용은 대승보살은 스스로 화를 내거나 남을 화나게 하는 행동해서는 안 되고, 남에게 폭언이나 폭력을 휘둘러서도 안 되며, 남이 나에게 화해를 청했으나 받아주지 않으면 중죄가 되는 것이다. 내용을 보면 누구라도 알고 있고 당연히 지켜야 하는 도덕적 행동이지만, 우리는 화를 내고 흥분을 하게 되면 이런 당연한 것들이 상실되어 버리고 만다. 그래서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불특정인에게 화풀이를 하거나, 특별한 이유도 없이 비윤리적인 행동을 저지르는 일들이 우리 사회에서 빈번히 발생되고 있는 것이다. 

분노와 화는 모든 악행의 근원이다. 그렇기에 ‘화엄경’에서는 “어떤 악법도 보살이 한 번 화를 내는 것보다 심한 것은 없다”고 말하고, 현수법장 스님은 “화는 불교수행을 방해하는 과업 중에 가장 무거운 과업”이라고 하며, 태현 스님도 “화를 내는 것은 대비행(大悲行)을 막는 근본중죄”라고 하여 화를 내는 것에서 모든 악행과 악법이 시작된다고 한다. 우리가 불교에 입문하여 기도와 수행을 하는 이유는 나만 잘 되겠다는 욕심이 아니다. 자신이 쌓은 공덕을 갖고 우리 주변을 이끌어주고 함께 더불어 살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화합’을 무엇보다 중요시한다. 대승불교의 근본인 ‘자리이타’도 이 화합에 의해 실현되는 것이다. 

우리는 결코 독립된 존재가 아니다. 모든 것이 톱니바퀴와 같이 연결되어 연속적으로 움직이고, 우리는 그 안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중한 존재들인 것이다. ‘나’라는 개인에만 집착하여 다른 것을 부정하는 것에서 모든 고통이 시작된다. 불교의 근본 가르침인 ‘사성제(四聖諦)’의 ‘고(苦)성제’가 바로 그것을 말하는 것이다. 모두가 불성을 지닌 소중한 존재이기에 남에게 화를 내고 폭력을 휘두른다는 것은 결국 스스로 죄를 짓고 불법을 방해하여 자신의 공덕을 없애는 결과가 된다. 

그러나 반대로 자신은 화를 없애고 상대방에게 화해를 청하는데, 상대가 아직 화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안 좋은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그래서 천태지의 스님은 “상대가 자신의 화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을 알고, 일부러 화해를 하지 않는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고 하여, 서로가 서로의 마음에 대한 준비가 되었을 때 화해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일방적인 화해도 오히려 상대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기에 자신의 선행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기다림을 갖는 것도 상대를 위한 배려인 것이다. 

이처럼 불교에서는 모든 악행의 근본인 분노와 화를 무엇보다 주의시키고 있다. 그리고 화를 냈을 때는 재빨리 자신의 행동을 알아차리고 참회하여 상대방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화를 내는 것은 결국 남을 이기는 것이 아닌 자신에게 악업을 쌓고 수행의 공덕을 없애는 것으로써, 결국은 자신을 힘들게 하고 죄업을 쌓는 것이다. 그렇기에 중죄로 제정하여 화를 내어 악행을 쌓는 것을 금지시키고 대승보살로서의 행동을 바르게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는 것이다. 기도와 수행의 공덕이 보다 깊어지고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자신을 잘 살피고 이웃과 화합하는 불교적인 삶을 살아야겠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476 / 2019년 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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