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김형영의 ‘헛것을 따라다니다’
95. 김형영의 ‘헛것을 따라다니다’
  • 김형중
  • 승인 2019.02.11 15:43
  • 호수 14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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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만물의 주인인줄 모르고
헛것 따라 사는 어리석음 읊은 시

자신이 이 세상의 주인공 되어
멋지고 고유한 삶 살지 못하고
남이 만든 이상만 쫓아 사는 삶
부처인줄 모르는 중생 향한 할

나는 내가 누군지 모르고 산다
내가 꽃인데
꽃을 찾아다니는가 하면
내가 바람인데
한 발작도 나를 떠나지 못하고
스스로 울안에 갇혀 산다.

내가 만물과 함께 주인인데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한평생도 모자란듯 기웃거리다가
나를 바로 보지 못하고
나는 나를 떠나 떠돌아다닌다.

내가 나무이고
내가 꽃이고
끝내 나는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헛것을 따라다니다가
그만 헛것이 되어 떠돌아다닌다.

나 없는 내가 되어 떠돌아다닌다.

 

중생이 본래 부처인데, 스스로 자기 자신이 부처인 줄을 모르고 평생 중생으로 살다가 죽는다. 불교의 신행 목적은 “중생의 마음속에 부처의 성품과 덕성을 모두 갖추고 있으니, 그것을 깨달아서 부처로 살자”는 것이다. 이것이 불자의 수행이요, 삶이다.

이 세상의 주인공이 평생을 나그네로 떠돌며 살다가 생을 마감한다. ‘법화경’의 ‘신해품’에 ‘장자와 궁자 이야기’가 나온다. 어리석고 용렬한 아들은 어릴 때 집을 떠나 고아로 살아서 부자 아버지를 보고도 아버지를 알아보지 못한다. 아버지가 죽으면서 아들의 손을 잡고 80년 전에 잃어버린 아들이 바로 너라고 밝힌 후에야 자신이 부자 아버지(부처)의 아들임을 믿고 깨닫는다.

어리석은 중생은 경전에서 아무리 “중생이 부처이다. 중생의 마음이 부처의 마음이다. 마음이 부처이다. 내 마음이 바로 부처이다”고 강조해도 이해하지 못한다. 어찌 중생이 중생이지 부처냐고 거부하는 마음을 낸다. 올챙이가 자라서 개구리가 되듯이, 큰 바위 얼굴의 형상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간 어니스트가 자라서 큰 바위 얼굴이 되듯이 중생이 변하여 부처가 된다. 

김형영(1945~현재) 시인의 ‘헛것을 따라다니다’는 자기 자신이 꽃이고, 나무이고, 바람이고, 만물의 주인이면서도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가짜 헛것만 따라 살아가고 있는 자가 자신의 어리석음을 읊은 시이다. 자기 자신이 부처이면서도 부처인줄 모르고 중생으로 살아가는 어리석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 세상의 주인공으로 모든 공덕을 구족(具足)하였음에도 자신의 보배구슬은 보지 않고 남의 집 보배를 찾아 떠돌아다닌다. 헛것을 찾아다닌다. 

헛것은 실체가 없는 허깨비이다. 환상이요, 그림자이다. 허공 하늘에 핀 꽃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헛것을 따라다니다’는 ‘금강경’의 ‘허깨비를 좇는 무상한 인생’과 ‘화엄경’의 ‘중생이 부처다’는 사상을 일반인들이 알기 쉽고 요령 있게 읊은 격조 있는 불교시이다.

내 인생이 헛것을 찾아 방황했다. 본래 없는 신을 만들어서 평생을 의지하고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종국에는 없는 신인 줄 알고서도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믿고 의지하면서 사는 사람이 있다.

시인은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한 평생도 모자란듯 기웃거리다가/ 나를 바로 보지 못하고/ 나는 나를 떠나 떠돌아다닌다”고 허상(虛像)에 홀려 환상(幻想)과 그림자(影)만 쫓아다니는 어리석은 사람을 자기 자신에 빗대어 읊고 있다. 

자신이 이 세상의 주인공이 되어 멋지고 고유한 삶을 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이데올로기(이상)를 쫒아서 사는 인생, 남이 씹다 버린 찌꺼기(糟粕) 인생을 살고 있는 중생을 향하여 할(喝) 같은 법문을 설파하고 있다. 

기해년(己亥年) 설날 아침이다. 아침 해처럼 깨어나자.

김형중 동대부여고 교장·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

 

[1476 / 2019년 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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