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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삼보 불교공동체-상

기자명 장은화

공동체·센터·소비조합으로 ‘신(新)사회' 목표

20년간 인도 머물며 불교 공부
영국 돌아와 산업화 속 실천 주장
FWBO 설립, 주거 공동체 돌입
불가촉천민 지원 기관도 설립

신불교네트워크의 구심점인 삼보불교단은 단원들의 개인적, 영적 친교가 새로운 불교운동의 근간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따라 주거공동체 생활을 한다.

모든 아시아불교 전통의 통찰과 접근방법을 자유롭게 혼합하여 새로운 수행법을 창안한 서양인 지도자가 있다. 데니스 링우드 (Dennis Lingwood), 일명 상가락시타(1925~2018)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는 서양 불교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했던 영국인이다. 런던 남서부의 한 노동자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마침내 100여개의 불교센터, 안거시설, 주거공동체, ‘정명(正命)’의 원칙에 따라 운영되는 사업체들, 그리고 교육, 건강 및 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국제 네트워크로서 ‘서양불교단의 친구들’(FWBO: Friends of the Western Buddhist Order)이라고 알려진 수행공동체를 이끌었다. 이 서양 신(新)불교 운동단체는 2010년 ‘삼보 불교공동체(Triratna Buddhist Community)’로 그 이름을 바꿨다.

1940년 신지학회의 창시자 블라바스키(Blavasky)의 책을 읽고 나서 동양사상을 접하게 된 상가락시타는 몇 권의 불교경전을 읽은 다음, 런던의 불교협회와 접촉하여 회원이 되었다. 2차 세계대전 동안 영국군에 징집되었고, 그로 인하여 인도에 가게 되었다. 그러나 종전 후 그는 탈영하여 인도 전역을 유행하다가 1950년 상좌부불교의 한 스승을 만나서 비구계를 받았다. 인도에서는 20년 가까이 머물면서 불교공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어느 스승으로부터도 전법제자의 자격을 얻지 못했지만 그는 다방면에서 불교를 공부했으며 특히 상좌부 전통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사실상 그에게 계를 내리고 상가락시타라는 법명을 지어준 것도 미얀마인 스승이었다. 그 후 그는 티베트 불교에 귀의한 독일인 라마 고빈다의 영향을 받으면서 불교의 지평을 더욱 더 넓혀나갔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중요한 영향을 준 것은 인도 불가촉천민 출신의 지도자이자 대규모로 불가촉천민의 불교개종을 이끌었던 빔라오 람지 암베드카르(1891~1956, Bhimrao Ramji Ambedkar)였다. 상가락시타는 예리한 지성과 놀라운 조직능력의 소유자로서 24세의 젊은 나이에 불교단체를 창설하고 불교저널을 발간하기도 했으며, 공부의 영역을 넓혀서 대승과 티베트 금강승에서도 계를 받았고 불교공부에 필요한 빨리어, 산스크리트어, 티베트어도 배웠다.  

상가락시타는 1964년에 영국에 돌아왔다. 영국 상가트러스트(English Sangha Trust)가 햄스테드 불교사원(Hampstead Buddhist Vihara)에 정착하도록 그를 초대했기 때문이다. 그곳에 2년 간 체류하였으나 파격적인 견해와 생활방식으로 인하여 그는 결국 그들과 사이가 멀어졌다. 그 즈음 그는 런던불교협회의 점잖은 방식도 상가트러스트가 선호하던 전통적인 상좌부 승가제도도 자신의 불교관과 맞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어, 현대 서양에 적합한 새로운 불교를 구상하고 있었다. 

그가 찾은 해법은 ‘서양불교단의 친구들’이라는 불교운동을 창안하는 것이었다. 그는 이 FWBO를 서양의 영성운동, 서양의 영성현상이라고 하면서, 이를 통해 세속화되고 산업화된 현대 서양문명 아래서 불교의 실천을 추구해 나가자고 주장하였다. 그는 FWBO 운동을 통해서 불교를 ‘서양의 상황에 맞게 최신식의 형태’로 제시하고자 했고, 고도로 산업화되고 도시화된 사회 안에서도 ‘불교적 생활방식인 영적 생활’이 실현가능하다고 내세웠다. 이러한 서양적 형태를 창안하기 위해서 FWBO는 모든 불교전통에서 인정된 중심적인 원칙들을 강조하면서 어떤 한 전통이 다른 전통보다 더 우수하다는 생각에 빠지지 않았다. 각 전통 안에서 붓다가 의도했던 깨달음으로 사람들을 인도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을 찾아냈다. 이러한 통합적 접근이 그가 창설한 새로운 종단에 반영되어 있다. 그뿐 아니라 윌리엄 블레이크, 괴테 등 서양의 예술과 문학도 활용하면서, 다르마를 이해하는 다리로서 불교 외부의 영적 원천을 이끌어오기도 했다. 
 

삼보불교공동체 창시자 상가락시타.

‘서양불교단의 친구들’이 각 지역 센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불교운동이라면, 이 신불교운동 네트워크의 구심점은 1968년에 창설된 ‘서양불교단’(Western Buddhist Order)이다. 2010년부터 정식명칭을 삼보불교단(Triratna Buddhist Order)으로 바꿨다. 상가락시타는 ‘서양불교단’ 단원들의 개인적, 영적 친교가 그의 새로운 불교운동의 근간이 되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 교단을 출범시켰다. 이에 따라서 많은 회원들은 ‘영적 친교’를 계발할 수 있도록 주거공동체에서 함께 살기도 한다. 보통 남성 혹은 여성만으로 구성되는 이러한 공동체는 삼보 불교센터 주변에 위치해 있다. 

삼보공동체의 센터에서는 명상반, 대중강연, 불교연구 및 태극권, 요가, 마사지 등의 정규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이것을 통해서 일반대중과 열성적인 ‘친구들’은 공동체와 접촉하게 된다. 이외에도 이 공동체는 채식 레스토랑, 자연식품매장, 도소매 선물판매장인 윈드호스 트레이딩(Windhorse Trading) 같은 정명(Right Livelihood) 소비조합을 설립했다. 이 운동의 세 기둥인 공동체, 센터, 소비조합은 지역 환경뿐 아니라 서양사회 전반을 변화시켜서 ‘신(新)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처음에 삼보 불교공동체 운동은 첫 센터들, 공동아파트, 소비조합, 프로젝트를 출범시킨 영국에 국한되어 있다가 1970년대 말에 이르러 유럽대륙 및 그 너머까지 공동체를 설립하기 시작했다. 특히 막강한 지부는 서인도 지역에 있는데, 여기서 상가락시타는 1950년대부터 시행되었던 암베드카르의 불교개종운동을 지원했다. 1978년부터 공동체의 불교도들은 서인도에 신불교를 전파하면서 불가촉천민 출신에게 물질적 원조와 의료지원을 위해 카루나 트러스트(Karuna Trust)와 바후자 히타이(Bajuja Hitay) 같은 자선기관, 소비조합, 공예품 사업체 등을 세웠다. 인도는 영국 다음으로 삼보 불교센터 및 불교단 회원의 수가 많은 곳으로서, 공동체의 구성원들인 ‘친구들’은 수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삼보 불교공동체의 기관들은 유럽과 인도뿐 아니라 1980년대와 90년대 사이에 호주,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네팔, 남북 아메리카에도 들어섰다. 영국에서 이 운동은 34개 센터를 두고 있고 약 20개의 지역 그룹들(2000)이 있으며 영국의 주요 불교기관 중 하나가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55개의 도시 센터, 15개의 안거센터, 다수의 지역 그룹과 소비조합이 있다. 2000년 말에 이르러, ‘삼보불교단’의 단원은 900명, 후원자와 친구들은 대략 10만 명이었는데, 절대다수는 인도의 불교도였다. 

1997년 봄, 상가락시타는 ‘서양불교단’의 단장에서 물러났다. 그는 자신이 인가한 고위직 회원들로 하여금 계를 내리고 운동의 영적 리더십을 맡도록 그 책무를 인계하기 시작했다. 선별된 회원들은 버밍햄에 본부를 둔 지도자협회 위원회(Preceptors College Council)에 소속되어있다.

장은화 선학박사·전문번역가 ehj001@naver.com

 

[1476 / 2019년 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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