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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로 만나는 풍요·다산·행운의 상징 ‘돼지’

  • 문화
  • 입력 2019.02.14 14:47
  • 호수 1477
  • 댓글 0

이천시립월전미술관 4월14일까지
현대작가 6인 전통·현대 넘나드는
한국화·유화·수채화 21점 선보여

기해년(己亥年) 황금돼지의 해를 맞아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이 ‘돼지’를 모티브로 한 현대작가 6인의 기획전시회를 마련했다.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전시실1·2에서 4월14일까지 계속되는 기획전 ‘2019 띠 그림전 돼지’는 권지은, 김태연, 유기준, 이우만, 장경희, 최석운 작가가 한국화부터 유화, 수채화까지 다양한 재료로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며 개성 넘치게 해석한 회화작품 21점을 선보인다.

권지은 作 ‘십이지신-해(亥)’, 80×48cm, 마본채색, 2010년.

돼지가 사람과 함께한 역사는 여느 동물보다 길다. 4000만년 전 처음 등장해 1만년 무렵부터 가축으로 키워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오랜 시간 인류와 함께해온 동물이지만 역사적으로 미술의 소재로 다룬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는 동서양 모두에서 마찬가지인데 돼지라는 동물 자체가 다른 동물에 비해 식용 외에는 다른 기능이 거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으로 다산을 중시했던 고대 이집트에서는 돼지를 ‘위대한 어머니’로 여겼고, 고대 켈트족은 ‘풍요’의 아이콘으로 생각했다. 중국인은 멧돼지에서 강한 힘, 정직과 결단력을 배우려 했다. 동물로서의 돼지가 아닌 신으로서의 돼지는 십이지신(十二支神)의 구성원으로 형상화됐다. 돼지는 십이지신 가운데 열두 번째로 방향으로는 북서북, 시간으로는 오후 9~11시를 상징하며 중국, 한국, 일본, 이집트, 인도, 바빌로니아, 베트남, 멕시코 등 동서양에서 폭넓게 사용됐다.

유기준 作 ‘묘금도부귀도’ 50x50cm, 한지에 채색, 2015년.

불가에서의 돼지는 수행자의 마음가짐을 일러주는 동물로 나타난다. ‘밀린다왕문경’에는 “돼지가 살이 데일 것같이 더운 여름날이 되면 물가로 가는 것처럼, 화가 나서 마음이 들뜨고 갈팡질팡하고 혼란할 때 선정자는 시원하고 서늘하며 은은한 자비심의 명상을 하여야 한다”는 내용으로 수행자의 마음준비를 설명하고 있다. ‘중아함경’의 돼지왕 설화에서는 맑고 향기로운 수행의 길을 택한 납자들은 세속의 물욕에 찌든 이들과 다투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오늘날의 돼지 역시 광고 등 특정한 기능을 지닌 디자인을 제외하면 미술품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다. 미술에 있어서 제재의 폭이 이전의 어느 때보다 넓어졌음에도 돼지는 인기가 낮은 셈이다. 이유는 과거와 다르지 않다. 식용으로서의 강한 성격, 좋다고 보기 어려운 겉모습, 더러운 곳에서 생활하는 습성 등이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태연 作 ‘12지생도-해(亥)’, 133×86.5cm, 비단채색, 2013년.

이번 전시에는 돼지의 귀여운 모습과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또 사진에 버금가는 세밀한 묘사를 통해 돼지의 생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십이지신을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정교하고 치밀하면서 역동적인 돼지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현재의 세태에 대한 은유로 활용한 독특한 이미지도 감상할 수 있다.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은 “다양한 모습의 돼지 작품을 보면서 쉽게 알지 못했던 돼지의 또 다른 면모를 살펴보고 올 한해의 복도 빌어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477 / 2019년 2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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