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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단비의 49재

  • 데스크칼럼
  • 입력 2019.02.18 10:46
  • 수정 2019.02.19 15:28
  • 호수 1477
  • 댓글 0

단비 죽음에 가족들 상실감
사찰에서 49재 지내며 위안
반려동물 장례·추모공간 필요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우리 사회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집에서 기르는 동물과 이를 돌보는 사람은 더 이상 주종관계가 아니라 생김새가 다른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7년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국내 593만 곳이라고 했으니 지금은 훨씬 늘었을 듯싶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들도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반려동물 전문 양육사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스타트업, 반려동물의 질병·사고에 대비한 펫보험, 반려묘의 배설물을 자동으로 청소해주는 스마트 화장실, 집안에 홀로 남겨진 반려동물을 위한 인공지능 놀이기구, 반려동물 공기청정기를 비롯해 반려동물의 장례토털서비스도 정착되는 추세다. 통계청은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2014년 1조4300억원에서 2020년에는 6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자신이 기르는 개와 고양이가 더 이상 ‘가축’이나 ‘애완’이 아님이 문화와 경제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며칠 전 점심식사를 했던 분을 통해 알게 된 서울 목동의 A씨(60)에게도 반려동물은 아주 특별했다. 그는 2017년 봄, 세상을 떠난 반려견 단비를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단비를 키우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였다. 단비와 인연이 닿으면서 그는 개가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위안과 즐거움을 주는지 알았다. 매일 단비와 산책을 다녀오는 것이 A씨의 일과였고, 그 행복한 동행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계속됐다.

한번은 A씨가 단비와 함께 몇 시간 동안 차를 타고 다니다 집에 돌아왔을 때였다. A씨는 단비를 먼저 집안에 들여보내고 자신은 주차한 뒤 들어갔다. 그런데 현관문을 열자 단비가 뛰어나와 꼬리를 흔들고 껑충껑충 뛰며 자신을 맞아주었다. 종일 같이 있었고 단지 5분가량을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도 단비는 이산가족이 상봉이라도 하듯 온몸과 온마음을 다해 자신을 맞아주었다. A씨는 그런 단비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아른거린다.

생로병사의 굴레는 작디작은 단비에게 먼저 찾아왔다. 한 살 두 살 나이 듦에 따라 병치레도 잦아졌고 나중에는 시름시름 앓다가 17년의 생을 마감하고 떠나갔다. 개의 평균수명을 감안하면 장수한 셈이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했다. 문득문득 밀려드는 그리움과 상실감에 시달려야 했다. 때마침 인근 사찰에서 동물도 참여할 수 있는 49재가 열렸다. 불자였던 A씨는 가족들과 함께 단비의 49재에 참여해 다음 세상에는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도록 기도했다. 막재가 끝난 뒤 화장해 보관하던 단비의 유골을 나무 밑에 묻어주었다. 그는 이러한 절차를 거치며 자신을 비롯한 가족들은 마음의 위안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A씨는 지난달 죽은 반려묘 초비의 위패도 사찰에 모실 생각이다. 7살배기 초비는 뇌종양을 1년 반가량 앓았다. 병원을 오가고 입원까지 했지만 지난달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단비와 초비가 살아있는 동안 우리에게 최선을 다했으니 우리도 애들의 마지막을 정성껏 보내야하지 않겠냐”는 것이 A씨의 생각이다.

이재형 국장

사람으로 살기도 어려운데 동물에게 과하다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사람도 동물도 존중받는 사회가 바람직함은 분명하다. 더욱이 불교에서 말하는 ‘중생구제’ 범위는 사람만이 아닌 모든 생명을 망라한다. 그렇기에 생명존중 문화를 만드는 건 불교계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 단초는 반려동물에 대한 불교계의 관심이다.

지난해 7월 양주 육지장사가 처음 시도해 큰 반향을 일으켰던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템플스테이나 반려동물과 보호자가 참여할 수 있는 법회를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종단과 사찰에서 반려동물의 장례의례와 화장시설, 반려동물을 추모할 수 있는 공간과 문화도 적극 만들어가야 한다. 이는 포교의 외연을 크게 넓힐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찰 재정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휴머니즘을 넘어서 모든 생명이 중시돼야 한다는 불교의 이상을 실현하는 일이기도 하다.

mitra@beopbo.com

 

[1477 / 2019년 2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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